(세 여인이 라인 셋을 점유하고 평행으로 느리게 걷고 있다.)
1.
일과대로 오후에 아내와 함께 실내 트랙킹장을 걸었다,
지팡이 보다 워킹 스틱이 편하며 팔 운동이 된다고 해서 워킹 스틱을 사용하는데도 아내는 조금만 부주의하면 쉬 넘어진다.
그런 아내를 부축하여 출입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두 여인이 출입문을 열고서 기다려 준다.
'고맙습니다'
'어머, 한국 분이세요?'
'네, 걸으면서 두 분이 우리말로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한국말에 놀라며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
오십 후반쯤으로 보이는데,
수수한 차림에 두 사람 모두 반듯해 보여 의례적인 인사말 몇 마디였지만, 모처럼 나눈 대화가 따뜻하다.
뒷사람을 위해서 출입문을 잡아 주는 태도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이다. 당연해서 상식과도 같은 일이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까닭은,
트랙킹장을 걷는 중에 언듯 들렸던 두 여인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괜찮아 보였기 때문인지,
드물게 마주친 한국 교민이 출입문을 잡고 기다려주었던 배려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2.
여인 셋이 라인 셋을 차지하고 걷고 있다.
서로 손짓을 하며 느릿느릿하게 걷는 걸음이 추월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중국말로 나누는 대화가 앞뒤에서 들릴만큼 시끄럽다,
라인 셋을 차지하고 시끄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거림낌 없이 행동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짜증스러운데 트랙을 걷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남자 셋이 일행인 이런 부류의 팀이 하나 더 있는데 그들도 중국인들이다.
천천히 걷기, 빠르게 걷기, 조깅, 달리기 용으로 구분된 라인을 세 사람이 평행으로 걷는다면
뒤에서의 추월을 방해하고 빨리 달리는 사람들과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라인을 차지하고 평행으로 걷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유독 이 두 팀은 전혀 주위를 고려하지 않고 꾸준히 셋 라인을 점유하는 태평스러운 태도를 오래도록 보여주고 있다.
예의라고 하기보다는 상식과도 같은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하는 질서를
이들은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식을 못한다고 보인다.
(중국인 남성 셋이 라인 셋을 점유하며 걷고 있다.
추월을 위해서는 우측의 달리기 전용 레인을 침범해야 하기에 매우 불편한데,
우측의 부부가 비껴가면서 곤혹스러워 했다.)
3.
사십 분쯤 걷고 휴게실에서
집에서 준비해 온 비스킷 몇 쪽과 보온병의 커피를 마시며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걸 아내는 좋아하지만, 나는 쉬 무료해진다.
매일 보는 그 얼굴에 짜다리 할 말이라고는 없으니 책 한 페이지 읽을까 하면 잔소리를 한다. 무슨 대단한 책을 본다고 이런 곳에서까지 ~
그렇다고 전화기만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 고개 내밀고 주위를 둘래 둘래 살피게 되는데,
젊은 애 엄마가 예닐곱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의 하키 경기를 끝내고
집에 가면서 무거운 하키 가방을 옮기라고 하는 대화가 재미있다.
보통 사용하는
'제이미, 무브 유어 백, 프리즈'가 아니고
'제이미, 쿠쥬 무브 유어 백?'도 아니다.
'제이미, 우쥬 마인드 무빙 유어 백, 프리즈?' 라고 한다.(Jamie, would you mind moving your bag, please?)
"Would you ~?"라는 문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정중하고 간접적으로 제안이나 요청할 때 사용되는
매우 격식 있는 표현이라는데 이런 문구를 아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공공의 장소에서 품위 있어 보이려는 젊은 엄마의 의도일까?
4.
- 최근, 의견이 다른 상대를 원수처럼 여겨서 서로를 저주하는 행위를 매일 보여주는 우리는 과연 예의와 시민의식이 바른 민족일까?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어질고 예의가 바르다는 말일 텐데,
'동방예의지국‘은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예의 밝은 민족의 나라라고 평했다는 데 근거한 주장과
중국의 주변나라 중에서도 중국을 잘 섬기는 데 있어서 타의 모범이 된다는 조롱의 의미로 중국이 조선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을 따른다면, 조선뿐만 아니라 최근의 대한민국도 중국을 섬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던 경우가 있기는 했었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상대를 저주하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조롱 섞인듯한 허튼 말을 왜, 중하게 여길까?
-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의 국민들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선진화된 예의와 시민의식이 투철하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이곳의 모든 엄마들이 평소에 집안에서
(Would you mind moving your bag, please?) 라며 상대를 정중하게 배려하고 품위 있게 처신할까?
- 중국인은 공공질서나 예의를 지키지 않고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전쟁과 역사적 환경 때문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물론, 인구가 많고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무질서한 행동이 보일 수 있고
경제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경제적 성공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흔한 현상이며
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전쟁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문화' 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것이다.
전쟁과 불안한 시기를 겪은 나라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일본 등도 마찬가지이며
이런 역사적 경험이 곧바로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문화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공중도덕을 포함한 광의 개념의 예의와 시민의식이라는 뜻은,
잘못된 것들에 저항해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지만,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적 태도와 양상을 일컫는 개념으로
-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고,
- 타인을 배려하며,
- 법과 규범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성숙한 의식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위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대비되는 경우를 겪게된 날이라 여러 생각이 드는 하루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금방 댓글을 주셨네요
본문의 예시에서,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들을 묘사했지만, 중국인 목소리가 크기는 하지요, 성조어라서 그렇게 들릴수도 있다고 하데요.
일착 댓글 고마워요, 이전에 수필방에서 뵙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이만 퇴청 합니다. ~
위에 삭제된 댓글에
단풍님 답댓글이 쓸쓸해보여
대충 읽은 원글의 답글입니다ㅎ
뒷사람 배려해 문 잡아주는거
저는 기본으로 잘해요
뒤통수에 눈이없으니
생각없이 옆으로 나란히 걷는거
무심결에 그럴때 뒤에서
좀 지나갈께요~ 하면
미안해하며 얼른 비켜섭니다
중국인들도 그러리라 생각되요
오래된 부부는 15분이상
대화가 무리라 그러는데
우쨋거나 잘하고 계십니다ㅎ
그러게요
답댓글이 무색하고 쓸쓸해 보이네요, 무슨 이유인지 ~~ ??
후후, 대충 읽어도 될만한 내용이라 괜찮습니다
문 잡아 주지 않을 경우엔 특별난 사람 취급 받지요, 당연히 위험 하기도 하고 ~
오늘 제 글의 요지중의 하나인데요.
남이 잘못하는 경우이던, 이상한 행동을 하던
이곳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참견하지 않더군요.
우리처럼 오지랖이라고는 좀처럼 볼수 없지요, 제가 보는 이곳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입니다. 우쨌거나 힘들어요 마누라 케어 하는게 ~~~
지난주 일본을 7박8일 여행을 다녀온 아내는 일본인들의 공중도덕 지키기 상대방의 대한 배려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지 않기를 보면서 참 일본은 선진국이라는 애기를 강조합니다.
우리는 학교교육서 공중질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아주 나쁩니다. 우리집 바로아래는 둥근 테이블 두세트와 벤치들이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주말이면 그자리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먹고 마시고는 거의 치우지않고 그대로 떠납니다. 이게 우리들의 작은 사회풍경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 선진국이 되기는 한참 멀었습니다.
동영상이나 인터냇에서 우리나라가 아주 괜찮은 선진국이 되었다는 정보를 자주 대하는데
아직 그런곳이 있다니, 실망스럽군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공중도덕 관련해서 일본은 특이하다고 하더군요.
앞에 들어간 분이 뒤에 들어오는 분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걷기 위해서 일방통행인 골목길로 걸어가다가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니, 승용차가 조용히 나를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미안하여, 손을 흔들어 보이려는 순간에 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젊은 여인이었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먼저 건너가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분 역시 젊은 아줌마였거던요.
지하철에서 출구 계단을 오르는데, 내 짐이 무거워 보였든지
들어주려는 젊은 여성도 보았습니다.^^
대중교통 기사나 승용차를 막론하고, 참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나 교육 정도가 무색하리 만큼, 정치권에서는 다른가 봅니다.
날만 새면 국민을 위하여, 국민의 눈높이에서 라고 척하면서,
국민이 지네들 눈높이 보다 높다는 사실을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단풍님, 글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나이든 분들 보다 젊은 사람들이 공중도덕이나 시민의식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나이든 사람들이 택배 물건 집어가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더군요.
ㅎㅎ
맞습니다, 문 잡아주지 않으면 특별난 사람 취급 받지요
하고 싶은 말을 짤막히 적었는데 보셨네요.
두번이나 겪게되는 모진 바람이 지나고 나면 고요해지리라 믿습니다. 그래야 되구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늘면서 그들의 몰지각한 행동들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한때 한국 해외여행객들도 싹쓸이 쇼핑이나 공공장소 고스톱 추태로 뉴스에 나오곤 했었지요. 문화와 국격이 올라가며 그런 일들은 자연히 예절 바른 사람들로 변해가던데... 중국은 잘 모르겠어요.
최근에 외국항공사 한국행과 중국행을 각각 타본 외국 여승무원의 비교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서로 가까이 있는 나라지만 승객의 수준은 천양지차라고 하더군요.
이곳엔 아이티 관련 회사들이 많아서 인도인들이 유독 많지만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터 잡은 민족들이지요.
그런데 인도와 중국인들 인구가 많은것처럼 이곳에서도 눈에 띄게 유난스럽지요.
메스컴에서 기사화 되는것처럼, 두 계층이 벌리는 별난 유난스러움은 기행에 가까워 보이지요.
본국에서나 통용될만한 이질적인 행동들이라 쉽게 눈에 뜨이는 듯 해요.
성숙한 시민의식은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부터 공중도덕과 예의를 잘 지키는 시민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요.
저는 이제 금연했으니 꽁초 길거리에 버릴일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