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박해람
악몽에선 식빵들이 부풀고
타이머는 벚나무그늘을 새까맣게 태웠다.
숀 필립스 씨는 열 두 줄 기타 줄을 끊었고 의상실견습 소녀가 잘못 박은 재봉 선엔 실 통 대신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
나는 눈, 눈알에 작은 구멍을 뚫고 스무 살이 넘은 여자를 내다보고 있었다. 옆방과 안쪽 방중 하나는 늘 비어있었는데
두 방향을 섞으며 산다는 뱀이 문고리를 걸고 조악한 침대의 스프링들을 조율하곤 했다.
야경증夜驚症은 맥박이 도망가려는 증상이고
벚꽃의 허언虛言 믿지 못하는 봄밤의 의심이라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눈알을 감추고, 마당의 벚나무 밑엔 참 아름다운 음모(陰毛)가 돋아나는 것이다. 잠을 깨야 하는데 투명
한 반달을 뚫고 자꾸 신청곡이 들어오고 작은 벤치의 양 끝은 절벽이라고, 다른 냄새가 옆에 앉으면 막다른 봄이라고 소
녀들이 흘기는 눈으로 다그쳤다.
아름다워서, 황송惶悚해서 악몽이라지만
물고기의 꼬리는 상류여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물(生物)시간인지 생몰(生沒) 시간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숭어들
을 데리고 학교에 가는 날은 여지없이 상류는 결석을 했다.
짐승의 말로 낸 수수께끼를
여전히, 사람의 꿈으로 풀고 있다.
박해람
강릉 출생. 1998년 《 문학사상 》등단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백리를 기다리는 말』 『여름밤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