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 국힘 파렴치" 한동훈에 경고 보낸 촛불들
[현장] 1만→2만 늘어난 이틀째 윤석열 퇴진 집회... "나라 망하게 둘 수 없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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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가 5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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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학 (입시) 면접 보고 여기 왔어요. 말도 안 되는 계엄이란 걸 목격해서... 한동훈은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지금 그게 문제인가요?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교복을 입은 이아무개(남, 19)씨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오후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이씨처럼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였다. 대다수 자신의 일상에 '집회'는 없었던 이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날 '윤석열 퇴진'만을 말하지 않았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힘,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경고'를 보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자영업자인 김호(54, 남)씨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지금이라도 당대표(한동훈)가 입장을 선회해야 한다"며 "탄핵이 부결되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봉착할 거라고 본다"라고 경고했다.
50대 초반 직장인 서아무개(남)씨는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에 "파렴치한 자기모순"이란 평가를 내렸다. 그는 "대통령이 범법행위를 저질렀는데 아무런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건가"라며 "그냥 범죄도 아니잖나. 국가 자체를 흔든 국헌문란 범죄"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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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참석자가 촛농이 떨어지는 촛불을 손에 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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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외국인이 집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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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이라 밝힌 임해솔(20대, 여)씨도 "국민의힘이 정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탄핵을 막는 것 같은데 저는 내가 사는 나라를 망하게 놔둘 수 없어서 이곳에 왔다"라며 "한 대표와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황주연(40대, 여)씨도 "한 대표는 지금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정치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가능성을 따지지 말고 지금 탄핵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역시 "국가수호를 위해 입대한 대한의 아들들을 누가 계엄군으로 만들었는가"라며 한동훈 대표에게 탄핵 동참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한동훈 대표가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한 것을 보고 잘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부당한 명령으로 우리 아들들을 내란 범죄자로 만들려고 했던 자를 당장 그 자리에서 내릴 수 있도록 어서 탄핵에 동참했으면 한다."
"광란의 밤, 시민 없었다면 지금 국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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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당, 녹색당, 정의당, 노동당 등 관계자들이 집회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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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참석자가 촛불을 든 채 집회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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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비롯해 약 2만 명(주최 측 추산, 전날은 1만 명)이 이틀 연속 진행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미리 신청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고,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정농단 규명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 "퇴진 광장을 열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국민의힘은 지금 당장 탄핵에 동참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집회에 참석한 가운데, 곳곳에서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홍대입구역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한다는 남성은 "붕어빵을 팔면서 대통령 퇴진 국민투표를 받고 있다. 노점이나 하지 뭐하는 거냐는 사람도 있는데 노점상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며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을 자꾸 데려오신다. 감히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독재를 시도한 윤석열을 절대 용서하지 말고 반드시 끌어내리자"라고 말했다.
간호사 노현옥씨는 "이번에 계엄을 선포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1980년대 영화처럼 탱크와 헬기가 나오고 공수부대가 유리창을 부수는 모습을 보면서 끔찍했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더 살아가는 것이 맞나 싶어 이 자리에 왔다. 국민의 이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절차도 없이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정말 김건희 말대로 바보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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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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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석자들이 "내란죄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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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학생 서희진씨는 "오늘 서울여대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왔다. 저만 분노하는 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있을 때 학우들이 '먼저 나서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핫팩과 음료수를 나눠줬다"라며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 많은 분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대학생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이번 주 토요일엔 여의도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는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국무위원 역시 내란 시도의 공범"이라며 "국무회의 회의록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라며 "이 기록을 불법적으로 폐기할지도 모른다"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광란의 밤에 계엄군의 총부리에 맞서 저항한 시민이 없었다면, 그 총부리 앞에서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놓지 않고 펜을 꺾지 않은 언론노동자가 없었다면, 국회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지금쯤 전국 방송사와 언론사는 군홧발에 짓이겨졌을 것"이라며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이 무도한 폭력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겠다. 함께 끝까지 싸워서 이 무도한 반란수괴, 내란수괴 윤석열을 끝장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 촛불 나눈 시민들 "윤석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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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서자들이 촛불을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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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에 참석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국정농단 규명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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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오후 7시 40분께 촛불과 "윤석열 거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이들의 목적지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이었다.
행진 중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노랫말과 함께 촛불 파도타기가 수 차례 이어졌다. 차가운 바람에 손에 든 촛불이 꺼지면 옆에 있는 시민이 촛불 심지를 맞대 다시 켰다. 이 모습을 본 버스 정류장, 도보, 상가 등의 시민들이 "응원한다"라고 외치거나 이들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기도 했다.
이 집회는 다음날인 6일 같은 시각, 장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첫 주말인 7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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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석자가 타들어가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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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퇴근하고 합류했어요"... 광화문 촛불, 첫날보다 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