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전날 마라톤 온라인에서 페이스 분배표를 다운받아서 정성스럽게 오리고 붙이고 시계에 확실히 동여맸습니다.
애기가 아빠 뭐요? 하면서 참견을 하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열심히 작업합니다.
다운받은 분배표는 1시간 30분…….
과연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대회물품을 하나둘씩 챙기면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대회날 아침. 그전에도 그랬지만 잠은 참 잘 잡니다. 마음이 느긋한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시계알람소리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물한컵 원샷. 밥먹고 지구력에 좋다는 보약. 쉽게 말해 블랙커피 원샷하고 있는데 또 문자메시지 날아옵니다.
대충 안봐도 비디오다.
“오늘 참가가 힘들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회사에서 9명신청했는데 실제참가는 5명밖에 안했습니다.
참 이해 안되는 사람들…. 내 갈길을 서두릅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뚫고 대회장에 도착 하니 7시 10분. 비가 와서 그런지 쌀쌀합니다. 그렇게 동료들과 차안에서 얘기하다 50분부터 몸풀기 시작합니다.
화장실 갔다와서 스타트 라인에 섰습니다. 꽤 앞에 섰는데 슬슬 뒤로 밀리더니 어느새 중간정도로 와있습니다.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분명히 화장실에 갔다왔는데 긴장해서 그런가 또 화장실이 가고 싶은것입니다. 시계를 보니 10분전…..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등과 갈등하다 보니 내외빈 소개하더니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출발…..
열심히 추월합니다. 오버 페이스를 조심하면서 앞으로 내달립니다. 하지만 점점 급해지는 화장실 생각.
공중화장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화장실이 나오자 마자 주로를 이탈하여 잽싸게 들어갑니다. 뒤따라서 몇 명같이 후다닥 들어옵니다. 신속정확하게 처리하고 다시 주로로 합류합니다.
상쾌한 기분. 온갖 짐을 덜어버린 기분 가자아~~~
아직 몸이 안풀려서 그런지 금방 숨이 찹니다. 헥헥켁켁.. 조희영선배님께 배운 장호흡을 해보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몸을 좀 풀리면서 편안해 집니다. 조금 속도를 내봅니다. 이 페이스로 가면 성공이다. 마음속으로 위안을 삼아가며 달리고 또 달립니다.
항상 대회 참석 때 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참 뿌듯합니다. 내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다니…그것도 하프마라톤을 후후
어느새 하구언다리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1시간 40분 패이스메이커 풍선이 보입니다. 따라잡자.
한걸음에 페이스메이커를 추월하여 최소한 저사람보다 먼저들어가면 30분대는 되겠지하고 생각해봅니다.
근데 반가운 유니폼과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가야마라톤 감해상
반가운 마음에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서 인사를 하고 같이 반환점을 통과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멀어지는 감해상 선배님의 모습
한번 벌어진 격차는 좁아지지 않고 점점 멀어집니다. 도저히 못따라갈것 같이서 소리질렀습니다. 파이팅!!! 근데 못들으셨는지 뒤도 안돌아보고 가십니다. 주위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아! 무안해라
벌써 페이스 분배표와 시계는 4분정도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도 묵직하게 뻗뻗해지고 팔을 흔드는 것 조차 힘듭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다시 의식적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가슴을 펴봅니다. 장호흡도 해봅니다.
급수대에서 물먹고 소리질러 봅니다. 옆에서 자봉하는 여학생이 같이 소리지릅니다.
파이팅. 힘내세요
이제 5키로만 더 가면된다. 4키로, 3키로.. 시계를 보니 목표시간은 안되어도 30분대에는 골인할것 같아서 힘들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남은 거리를 달리고 드디어 골인
얼른 시계의 스톱스위치를 누르고 시간을 확인합니다. 1시간 35분 40초!!!
개인신기록 수립 우하하 드디어 30분대의 주자가 되었습니다.
10키로를 마친 회사동료들과 각자의 무용담을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조희명 선배님의 모습이 보여서 얼른 가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전과는 달리 중반이후에 체력이 계속 유지되었던 것은 조희영 선배님과의 천문대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집에 와서 욕조에 찬물 받아놓고 앉아서 다시 훈련생각에 빠집니다. 내일 뛸까 말까…….
제정신이 아닙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이제 풀코스를 도전할 자신이 생깁니다. 그보다도 당장 7월에 있을 숲길마라톤(아니 산악이라고 해야 정확할 듯…. ) 을 준비하여야 겠습니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서진원님!!!!! 잘 뛰었습니다. 숲길마라톤 대비하여 호흡 한번 맞춰보죠. 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날 같이 뛰신 분들 수고하셨구요, 조희영 형님(1:26:38), 감해상 형님(1:33:27) 기록 멋집니다.
우와~~~ 기록 무지 잘나왔네요....수고하셨습니다..
신문에도 이름들이 나왔데요.축하 합니다.고생했습니다.
고샣했습니다. 개인기록 경신한분 축하합니다.
날로 발전하는게 보기좋습니다 축하해요 화이팅!
야~~정말 멋지네요..수고 하셨고 멋진 기록 축하드려요
역쉬 노력하신분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보이는군요...정말 수고 하셨습니다...그리고 개인기록 추카합니다...
진원씨 대회장에서 축하를 진하게 했어야 됬는데 나도 넘 힘이 들다 보니 소홀했던 같아요 낼 다시 진원씨 신기록 작성한 건에 대해 찐하게 축하해 줄끄마, 그리고 나한테 개인적으로 감사하다는 것 고맙게 접수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