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성지순례가 있는 날,
밤잠을 설치고
늦은 잠이 잠깐 들었나 보다.
그래도 알람을 해 놓은지라 깨어선 억지로 라도 뒤척여 본다.
밍그적 거리는 날 미련없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게
먼저 일어나주던 옆지기
'비가 제법 오는데, 그래도 가나?'
'그래도 가지요. 내혼자 움직이는게 아닌데요...'
칠곡 휴게소에 들러
준비해온 뜨끈한 시레기 고디탕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니
우중 움추리고 싸늘했던 속이 따뜻해진다.
약산회에서 말로만 듣던 그 고디국이란게 이런것이구나를 생각하며.
차안에서 간략하게 예불을 올리고...
덕숭산 수덕사의 아침이 이렇게 열린다.

두팔벌려 안아보시는 법우님을 보는 순간 왼쪽에서
'철퍼득~ '작년 이곳에서 웃을수만은 없었던 혜인님의 황당스러웠던 아픈기억과
서너명의 법우님들이 팔을 벌려 손과 손을 연결하여 안아보던
정겨웠던 모습이 떠오른다.
ㅎ

사시마지 예불시간에 맞추기 위해
기사아저씨는 날으듯이 페달을 밟았다.
앞에 앉아서 그 속도감을 느끼니 멀미는 오간데 없고 손에 땀이 나더구만.ㅜ
발빠른 법우님들로 이미 대웅전은 가득차고
입구에서 예만 올리고 발걸음은 관음전을 향한다.
머리속 떠오르는
언니가 심어 준 글귀들이 이미 가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발걸음이 관음전을 향하고서야 알아채린다.
망상이 일어나는 그 곳에 관샘할매 들어 앉히고...
징징대는 아이 성가시러워서도 먼저 달래 주었듯이
치마꼬랑지 잡고 쟁쟁거리는 내가 성가시럽고 귀찮아서라도
먼저 달래 놓으려 돌아보시게
잡은 치마꼬랑지 놓치지 말고,
일심으로,일심으로
그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한 감사함을 공양 올리고,
고마움을 공양 올리고
죄송스러움을 공양 올리고
그리고 남은 나의 번뇌망상까지도 모두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다시 절 주위를 맴돈다.
'내가 아는것' 밖에 모르는 나에게 뭔가를 물어온다
이럴때가 참으로 난감한지 알고나들 계시는지 ㅜ.ㅜ
'천사의 나팔~'이라 밷어 놓았는데
관음전에서 나오면서 갑자기 다투라(일명 악마의 나팔,독말풀)가 생각난다
실물을 접한적 없는,
둘다가 독말풀속, 가지과, 꽃으로는 분간이 어려운데...
다투라 인것 같다고 다시 수정을 한다.
이것일까 저것일까 할 때는 첫번째 답이 맞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학창시절 시험답안 찍기에서 그렇게도 경험을 하고서도
아직도 그것을 의심하고 있었다니 ...
ㅎㅎㅎ
이참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 놓는다
가장 쉬운 구분법으로
천사의 나팔; 꽃이 아래로쳐지고
악마의 나팔(다투라); 꽃이 위로 향하다
다투라 라고 생각을 하니
이 곳 한가운데 장식용으로 심어 놓았다는게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쁘다고 만지던 손을 눈이라도 비빈다면...
이 천사의 나팔 또한 독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하는데 귀찮아서 넘어가기로 하고.
다투라완 다르게 독이 없다면 이런 생각 또한 망상 이겠지 ㅎ
그리고 또 한장의 인증샷을 남기고

우리와 함께 한 덕숭산 수덕사의 가을은 이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강원 옆의 ?댕강나무

산행로 초입에서 조금 올라가니 사면불이 계시고

어느새 아무 생각없이
산행객 속의 한사람이 되어 오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에 메여 있으니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도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얼마간의 휴식시간들을 보내고...

공양간 가기전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동참해 주신 '인오선원 대연스님'의 해설을 들으며 잠시...
모르고 보는 우리는 별생각이 없다.
그러나 아는 자의 눈에는 이것저것...
들락날락 잠깐잠깐 여러가지 얘기를 들으면서
알고 있는 자들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모르고 있는 자를 위해 얼마나 심사숙고 되어야 하는지가
머리속을 지나간다.
지나온 맘자리를 챙기고 잊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건만
지나온 맘자리를 잃어버리는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스님의 '큰테두리'의 말씀에
그 속의 작은 좁쌀같은 생각들이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아휴~스님, 안 잊어먹어서 더 힘이드는데요 .'라고


(서울법우님 사진펌)

처마끝에 발처럼 늘어진 담쟁이의 가을 또한
변화무상한 나의 맘에 힘들어 하고 목말라하는 육신에게 잠시 발길 멈추고
쉬어가라, 쉬어가라
다시 또 쉬어가라 설하신다.

산 기슭 한쪽에선 이렇게도 가을이 여물고 있었다.
(서울법우님 사진펌)


발밑에서도 마른낙엽이
작은 돌맹이들과 어울려 사그락 사그락 여물어 가는 가을소리를 낸다.

삼존마애불에 동행하신
'유마선원 이제열법사님'의 삼존마애불 해설이 이어지고
관광안내자료에 설해진 부처님의 매력적인 도톰?한 그 입술도 가까이 끌어 당겨본다.

잠시 유마선원으로 이동하여...
엄청 많은 모기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인간들에게 놀라서
온동네 모기들을 다 불러 모았는지...
양쪽 귓볼을 위시해 온 얼굴이 성한데가 없이 보시를 했다.
이왕이면 맛있는 건강한 피를 맛 볼 것이지.
사람을 잘못 짚은 것이다.
쯔쯧~
아담하게 터잡은 선원을 한바퀴 돌아보니
뒷풀밭에 7~8월에 꽃이 핀다는 익모초의 늦깍이 꽃이 아직도 한포기 남아 있다.
혹 날 기다리고 있은건 아닌지 ㅎ

바쁜걸음 제촉하여 다시 차량으로 올라 원래의 뒷자리로 돌아간다.
차가 데려다 놓는 곳에서 그냥 내리고 타고가 반복된다.
어느듯 차창으로 바다가 보인다.

만조시엔 조그만 섬이 되는 간월암을 이렇게 해서 들어가고

다시 이렇게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
그 사이 나머지 법우님들은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다음 승선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또 반대편 땟목의 바른 항해길을 위해 아낌없는 힘을 보태어 주기도 하면서.

간조시간이 되니 수심이 점점 얕아지나 보다.
땟목의 바닥이 돌에 부딪혀 밧줄 잡아당기는 미숙한 손짓도 점점 맘대로 되지않아
풀었다 감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것이 못 미더워 댓목에 올라가지 않으려던 난
비우리샘과 원재샘의 손에 이끌려 마지막 땟목에 오르고...

점점 어둠이 짙어지니 간월암을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법당에 들어가 예불중인 스님에 묻어 인사만 드리고 나온다.
물품을 파는 건물의 창앞에
여태껏 보지도 못했던 많은 종류들의 다육이가 줄을 서 있다.
아휴~
종무소직원에게 허락을 받아 사진기를 들이대어 보지만
짙어지는 어둠속에 나 여기 있는줄도 모르고 마지막 땟목이 떠나가 남겨지면? 이라는
쓸데 없는 걱정이 사진기의 셔트 조차도 여유있게 눌러 주지를 못한다.
옆에 있던 비우리님께 대신 찍어 달라 요청한다.
ㅎ
마지막 땟목이 떠날것 같은 조급함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법우님들을 봐가면서 자세를 취해도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무런 동작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형태를 갖추고 나온녀석이라고는 그곳에서 제일 작았던,
처음보는 녀석으로 겨우 한컷 남았다.

우리뒤에 들어오던 뗏목이 들어오지 못해 끙끙거리는 동안
지금에서야 이실직고 하자면 죄송한 얘기이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바닷길이 열릴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끙끙대는 시간이 늘어지기를
은근히 기다렸다.ㅎ

그러던 차
저 앞에서 바지를 걷고 건너오는 이들이 보인다.
오예~ 탄식이 나오며 ㅎㅎㅎ
'샘예~ 우리도 양말 벗고 걸어가입시더.'
혼자서는 이행할 용기도 없고, 민민할 것 같아 동조자를 구한다.
혼자 있을때는 얌전한 것 같은 아이들이 두명만 되면 말도 안되는 일도 도모하는 개구장이들 처럼.
돌밭에 앉아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수련화가 따라 들어오고 쭈빗쭈빗 하시며 젖는 발 걱정하시던 원재님,비우리님도 뒤따라 벗고 들어온다.
'샘예~ 발 닦을 수건 빌려 드릴께요~'
.....
'샘예~ 무좀 없지예?'
사용한 수건 돌려 받으며 묻는 소리에
어눌한 원재샘의 특유의 크다란 소리가 어둠속에서 답으로 들려온다.
'무좀 어엄 따아~.'

신발을 벗지않는 사람들을 위해 땟목은 하던일을 계속한다.
한달에 일주일 가량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물 때도 희안하게, 간만의 시간도 희안하게 맞추었다.
땟목 타고 들어간 바닷길을 바지가랭이 걷어붙이고 걸어 나오게 될 줄이야...
(서울법우님 사진 펌)

그 사이 뉘엿 붉은 해는 완전 수평선 너머로 기울어 넘어가고
하늘엔 둥그렇게 떤 보름달에 가까운 열이레날의 하현둥근달을 보며
우리의 순례길도 끝이 보인다

같이 였기에 더욱 좋고 값진 시간들.
맞잡은 두손,
그대들만을 위해 잡은 두 손이 아닌,
우리모두 가는 그날까지
'우리 법우님 모두가 잡은 손과 손' 이
이처럼 함께 하기를 발원을 하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한다.



올려 놓으신 좋은 사진들을
맘대로 편집하여 사용 하였음을 사과드립니다.
첫댓글 불약회 합동 성지순례 후기 잘올리셨습니다.
덕분에 가지않았지만 동참한듯 여행잘했습니다.
공덕행님 수고에 감사드리고 많은공덕 저축하셨습니다.
원산거사님 생업때문에 교육원에는 나오시지 못하지만
mp3로 공부열심히 하신단 말씀들었습니다.
저희선원과 인연을 맺으시고 협조많이 해주신다니 정말고맙습니다.
그만큼 성불이 가까워 지셨겠지요. 하시는일 번창하시고 성불하십시요.
정말 아름다운 성지순례였군요. 법우님들의 얼굴이 마냥 즐겁습니다. 마애삼존불부처님처럼..... 감사했습니다.
오랫만에 들어와 공덕행님의 후기 잘봤습니다. 그날 마애삼존불상을 등지고 깔끔하게 설명해 주실때의 법사님의 모습이 마애삼존불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원에서 법문도 좋았다는 얘기 많았구요...법사님 정말감사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