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먼지가 잠잠해진 봄날 충남 오서산(791m)으로 갑니다. 이런 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 사이에 있네요. 또한 충남의 해안에 있는 산 중 가장 높은 산으로 옛날에 이 앞바다를 지나는 뱃사람들에게 등대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조사해보니 충남, 전남북 해안 가까이에 있는 산 중에 오서산이 정말 가장 높네요. 한문으로는 까마귀 오, 살 서 烏棲山, 까마귀가 사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까마귀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존재이구요. 옛날 백제 때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숭배되어 성대한 제사의식이 행해졌던 산이었답니다. 등산인들에게는 억새의 명소로 가을에 오면 좋은 곳이라 하는데 오늘 대장님은 겨울에 오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멋진 상고대를 키 작은 나무들에서 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 등산은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성골이라는 마을을 지나는데 누가 만들었는지 까마귀와 앉는 자리를 오석으로 만들어놓았네요. 산이름에 까마귀가 있으니까요. 마을 지나 임도를 오르다가 30분쯤에 나타나는 왼쪽 등산로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20분 정도 땀 흘려가며 오르면 누군가 쌓아놓은 큰 돌탑이 있는 시루봉이고, 17분을 더 오르자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이 없어지며 사방 조망이 시원하게 트입니다.
무선중계기를 거쳐 정상에 이르기까지 20분 걸리는 길은 평탄해서 걷기 편안합니다. 보령쪽 정상에서 남아있는 억새와 보령시, 안면도, 서산 가야산, 청양 칠갑산 등을 보며 사진 찍고 홍성쪽 정상으로 갑니다.
홍성쪽 정상석도 멋지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오서산은 곳곳에 나무데크를 넓게 잘 만들어놓아 조망을 하며 잘 쉴 수 있네요. 날씨가 좋은 덕분에 사방 탁트인 조망이 좋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데 컵라면 하나에 삶은 고구마 하나뿐이지만 무엇 하나 부럽지 않습니다.
하산은 정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거의 대부분 나무계단입니다. 정암사까지 50분 가까이 내려오니 1600계단이라는 안내문이 있네요. 63빌딩의 계단숫자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1251개입니다. 63빌딩 계단보다 훨씬 많은 계단입니다. 정암사 아래 시원한 약수 마시고, 찻길도 있지만 등산로로 홍성군 광천읍 상담마을 주차장까지 내려갑니다. 30분 남짓 걸렸습니다. 오늘 오서산 등산을 한 경험으로는 상담마을에서 시작하여 정암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다시 그 길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제발 하지말아야 할 오서산 등산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산을 올라가며 내려오며 일부 진달래도 보았지만 나팔수선화(어느 집 정원에 있는), 노랑제비꽃, 현호색이 피어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상담마을 풍경은 이렇구요.
오늘 등산은 8.6km에 쉬는 시간 포함 3시간 53분 걸렸네요. 억새나 상고대를 못보았어도 시원한 조망과 좋은 날씨 때문에 기분좋게 산행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