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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수) 대통령실 출입기자…"대통령님 파이팅" 발언 뭇매
윤석열 대통령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친 한 기자의 발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흥미성으로 소비하는 보도 행태도 이어지면서 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월 8일 오전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도중 “대통령님 파이팅”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하락,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응원하듯 나온 말이었다.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 말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하하” 웃어보인 뒤 “민주주의 정치라는 것이 언론과 함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분들께 많이 도와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겠다. 고맙다”라고 했다. 이후 해당 기자는 퇴장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진 외교부장관 방중 일정에 있어 당부한 말이 있는지 질문해 답을 얻기도 했다.
해당 질문을 한 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는 아리랑TV(아리랑국제방송) 소속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자에게 질문을 한 의도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리랑TV 측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이 “파이팅” 발언은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비판 받았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면서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일부 기성 매체들은 되레 해당 논란을 흥미성 기사로 전했다. 일부 매체의 기사에 등장했던 이 장면은 '“대통령님 파이팅!”..“하하 고맙습니다”'(MBC), 도어스테핑 중 '“대통령님 파이팅” 돌발 응원...尹 반응은?'(조선일보), '휴가 뒤 첫 출근길에 “대통령님 파이팅!”...尹 반응은?'(이데일리)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서 관련 영상을 공유하면서 “대통령실 기자단 소속인 일부 기자들이 치어리더처럼 윤석열 대통령 발밑에서 굽실 거리는 모습이 민망스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태도가 문제가 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7월 12일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다던 대통령실 공지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정도 거리를 두고 (질의응답을) 하는 건 어떻느냐'고 말하자 환호하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그보다 앞선 6월엔 대통령의 나토(NATO) 순방 당시 기내에서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자 출입기자들이 호응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일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 저하 이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언론과 대통령 사이) 건강한 견제, 긴장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권력 견제라는 언론의 마지막 보루라 할 부분까지도 사람들이 못 믿게 되면 언론 스스로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대통령실에 대한 내밀한 보도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만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기능을 스스로 상실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자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고 특정 정당과 정파가 있더라도 취재 현장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정부 홍보 매체일지라도 기자로서 참여한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건 모든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관련 발언을 가십화한 보도가 “언론 스스로를 희화화한다”는 우려도 전했다. 신미희 처장은 “이 기자의 부적절한 언행에 왜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지 문제 지점을 알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지적과 성찰은커녕 이 자체를 가십화하고 조회수를 올리는 기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언론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본령, 원론을 다시 한 번 언론이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 위에서 비 멈추길 기다린다… '서초동 현자' 등장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리면서 시민들의 퇴근길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저지대라서 피해가 많은 강남·서초 지역에선 차들이 물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자 차 위에 올라앉아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시민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선 ‘서초동 현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날 강남·서초 지역 도로는 차들이 거의 다 잠길 정도로 침수됐다. 서울 반포 잠수교도 양방향 모두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8일 밤 폭 좁은 비구름대가 ‘인천 남부지역-서울 남부지역-경기 양평군’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머물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엔 8월 8일 오후 9시까지 1시간 동안 비가 136.5㎜ 내리는 등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쏟아졌다.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인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만에 넘어섰다.
수도권 물폭탄에… 강남 대치동 학원가 물난리
8월 8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강풍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을 보면 서울에서 학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도곡역, 2호선 강남역 등에서 물이 불어 인근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 시내버스, 승용차 등 차량이 물 속에 잠기고 시민들은 거의 몸이 잠겨 침수된 인도를 걸어갔다. 특히 학생들의 하원 시간대인 이날 오후 10시 전후로 폭우가 계속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가 보내준 사진인데 애들이 다 학원에 갇혀 있다”며 “너무 무섭다. 남편이랑 둘째 아이는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기상청은 8월 1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서해5도에 100~300㎜, 충청권과 경북 북부에 30~150㎜, 전북 북부에 50~3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 일대에는 남쪽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한랭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며 생긴 ‘정체전선’이 비를 뿌리고 있다. 이 정체전선은 동서로 길이는 길고, 남북으로 폭은 좁은 형태라 전선 바로 아래 위치한 중부지방에 비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 정체전선이 전라·충청권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등 그 여파로 8월 16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기록적 폭우로 서울·경기에서… 7명 사망 · 6명 실종 · 9명 부상
수도권 지역에 최대 4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 일대에서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월 8일부터 내린 강한 비로 8월 9일 오전 6시 기준 서울에서 5명, 경기 일대에서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종자도 6명이 발생했으며 부상자도 9명 확인됐다. 먼저 지난 먼저 8월 8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동작구에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구청 직원 작업자 A씨(63)가 작업 중 쓰러져 사망했다. 중대본은 감전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동작구에서는 8월 8일 오후 8시 29분쯤 주택 침수로 여성 3명이 숨졌다. 관악구에서는 오후 9시 7분쯤 침수로 인해 반지하에 살고 있던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를 했지만 구조되지 못하고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광주에서 급류에 휩쓸린 3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도로를 달리던 차량을 덮치면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시민들이 휩쓸리는 실종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지하상가 통로, 음식점, 하수구 인근에서 모두 4명이 물길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기 광주에서도 하천 범람에 따른 급류 휩쓸림으로 2명이 실종됐다. 계속되는 사고로 인명을 구하려는 소방대원들의 움직임도 바빴다. 하천 급류로 인해 88명이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구조됐으며, 가로수 등 장애물 제거 신고도 313건이 이어졌다. 재산 피해도 막심했다. 서울과 인천, 강원 경기 등지에서 751채의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으며 옹벽 붕괴 4건, 토사유출 5건, 차량 파손 2건, 차량 침수 8건, 제방유실 2건, 사면 유실 5건 등의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
특히 공공시설 중에는 경인선 구로~인천·병점, 4호선 창동~서울역, 경부선 금천구청역, 2호선 신대방역, 7호선 이수역, 9호선 동작역, 신림선 서원역 등 8건의 선로 침수가 발생했다. 주택 등이 물에 잠기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107세대, 16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들은 주변 학교나 체육관, 민박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 대피한 인원도 165세대 273명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북부해안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100㎜ 이상의 강한 비가 더 내리겠다. 현재까지 주요 지역 누적 강수량은 서울 동작 417.0㎜, 서울 서초 387.0㎜, 경기 양평(옥천) 370.5㎜, 서울 강남 367.5㎜, 경기 광주 362.0㎜, 인천 부평 269.0㎜ 등이다.
오는 8월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강원 내륙·산지, 충북, 경북 100~200㎜(많은 곳 300㎜ 이상), 강원 동해안·충청권·경북 북부, 서해5도 50~150mm, 전북 북부, 울릉도·독도 20~80㎜ ( 전북 남부, 전남 북부 5~30㎜ 등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호우 피해 확대에 이날 오전 1시를 기점으로 중대본을 비상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중대본 비상단계는 1~3단계, 풍수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단계 대응 수위와 위기 경보 수준을 최고치로 상향한 것이다. 중대본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4개 국립공원 134개의 탐방로와 80개소 도로, 세월교 30개소, 지하차도 3개소, 둔치주차장 26개소, 하천변 45개소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여객선 19개 항로 24척도 운행이 중단됐다.
앞서 행안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8월 8일 오후 11시 30분 호우대처 긴급상황회의를 개최하고 관계기관 대책, 서울시 피해 현황과 지원 필요 사항 등을 논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엇보다 국민생명을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관계기관은 총력을 다해 호우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상시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호우피해로 인한 국민 불편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 하라"고 주문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호우 관련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본을 중심으로 호우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급경사지 유실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주민 대피 등 각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115년만의 폭우’… 멈춰버린 강남 “처음 보는 광경”
“차 문을 힘겹게 여니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라 이러다가 죽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8월 9일 서울 대치역 인근 인도에서 견인차를 기다리고 있던 김경호(53, 개포동)씨는 전날 차량을 두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학생 딸 하원을 마중 가는 도중에 물이 갑자기 불어나 도저히 운행할 수 없어 도로 위에 긴급 정차했다”며 “딸은 학원이 아닌 지대가 높은 정류장에서 겨우 만났지만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둘이 비를 맞으며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씨의 흰색 소나타 차량은 엔진까지 물이 들어가 하루아침에 폐차장 신세를 지게 됐다. 강남 일대는 서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 115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퍼부으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은 전날 밤 폭우로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다급하게 버리고 간 차량들과 이날 출근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 위 주차장’이 돼 있었다.
대치동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김선영(20대, 송파구)씨는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차들을 보니 흡사 폭격을 맞은 모습같다”며 “어젯밤에 학원 끝나고 귀가하는데 비가 허벅지까지 차올라 겨우 빠져나왔다. 이런 비는 태어나 처음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빨리 정리가 돼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근의 송옥자(76, 서초구)씨도 “이렇게 도로 위에 폐차된 차들을 보니 마음이 안타깝다”며 “며느리도 어젯밤 9시에 일하고 버스를 타고 오다가 빗물이 너무 많이 차올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왔다. 하늘도 참 무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차량을 두고 탈출한 운전자들은 이날 개별적으로 견인 등 조치를 하고 있었다. 현장은 아직 미처 정리되지 못한 침수차량들과 그 틈으로 출근하려는 차량들로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행정·공공기관과 산하기관은 이날 오전 11시 이후로 출근 시간이 조정되기도 했다. 황모(59, 대치동)씨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다고 기상예보를 했는데도 무모하게 차를 가져오는 걸 보면 사람들은 자연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일대 도로 위 맨홀들이 튕겨 나오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수압 때문에 맨홀 뚜껑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지면서 도로가 여기저기 박살 나고 구멍투성이가 됐다’라거나 ‘맨홀 뚜껑이 열려있는 곳이 많아 빠질뻔 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또 전날 밤 관악구 서울대 관정도서관 내부에는 물이 계단을 타고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전까지 벌어지면서 전동식 사물함에 있던 교재가 모두 물에 젖었다는 학생들 사례도 확인됐다.
대치동 파출소 지구대장은 “대치동은 다른 곳보다 주변이 낮아 항상 침수가 잘 되는 지역”이라면서 “현재 도로에 경찰·구청·사설 견인차가 힘을 모아 차들을 빼내고 있다. 이번 비 피해를 본 시민들이 너무 안타깝고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 내린 비는 동작구 기준 381.5㎜로 지난 1920년에 기록된 354.7㎜를 크게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작구 시간당 강우량도 141.5㎜로 1942년의 최고 기록 118.6㎜를 경신해 서울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로 기록됐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번 폭우로 사망 7명(서울 5명·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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