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히브리서 4:14-16, 5:7-8. [4:14]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늘에 올라가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고백을 굳게 지킵시다. [4:15]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4:16]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 … [5:7] 예수께서 육신으로 세상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구원하실 수 있는 분께 큰 부르짖음과 많은 눈물로써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의 경외심을 보시어서, 그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 [5:8] 그는 아드님이지만,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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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제가 사제 안수를 받고 지금까지 매일 감사성찬례(성찬식 있는 예배)를 드렸다면, 약 1만 번의 예배는 되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집례를 하지 못할 사정이 생겼던지, 아니면 게을러져서 못했거나, 병으로 인해서 빠진 경우의 숫자를 제한다면, 지금까지 약 5천 번 가량의 감사성찬례 집례는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집전하는 저에게, 성찬례가 진정 하나님께서 영으로 깊이 임재하시고, 저에게 감동을 주신 감사성찬례의 경험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요? 감동이 있었던 성찬례란, ‘말씀의 전례’ (설교) 에서 깊은 감동이 있었을 때에, 그 성찬례가 제게 더 할 나위 없이 감동적인 성찬례가 되곤 했습니다.
( 2 ) 예수 그리스도께서 집전하신 단 한 번의 성찬례와 단 한 번의 속죄의 제사가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성찬례는,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만찬이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속죄의 제사는, 골고다 언덕 위에서 친히 대제사장이 되시고, 또한 친히 속죄의 제물이 되셔서 고통 속에 집례하신 속죄제사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대제사장이 되셨다고 히브리서는 선언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본체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집례하시는 단 한 번의 속죄제와, 단 한 번의 성만찬이, 지난 2천 년 동안, 마치 메아리(echo)처럼, 우리들의 감사성찬례 속에서 반복하여 효력을 나타내어 왔습니다. ‘말씀’의 은혜가 지금껏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말씀(예수 그리스도)을 깨닫게 하시는 역사가, 지난 2천 년 동안, 교회의 모든 예배와 ‘말씀의 전례’에서 인류의 심령을 감화감동해서, 복음을 전하는 모든 설교자들과 전도자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였고, 그리하여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이루어져 왔습니다.
( 3 )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큰 부르짖음과 눈물로써 기도와 탄원을 올리신 것” (5:7) 이라 하신 말씀에서, 예루살렘 어느 다락방에서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마치신 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게 합니다.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이 잔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십자가의 일을 거두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와 여러분의 속죄 받을 길은 영영 없어지고 맙니다. 그렇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는 이런 안타까운 절규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맙게도, 예수님 자신을 위한 이 안타까운 탄원은 우리들의 속죄를 위한 탄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옵소서” 라고. 마침내, 주님의 탄원은 수많은 인류의 대속을 성취케 해 달라는 탄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간구를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습니다”(히 5:7).
<기도> 주 하나님, 저희의 기도와 예배가, 저희의 뜻에 하나님께서 동의-동조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기도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오로지 하나님의 뜻에 저희가 순종하기 위해 드리는 기도와 예배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