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죽하다 / 널찍하다
‘넓죽하다’와 ‘널찍하다’는 다같이 ‘넓다’를 어근으로 하는 말인데, 왜 그렇게 표기를 달리 할까? 또 ‘맑스그레하다’와 ‘말쑥하다’는 둘 다 ‘맑다’를 어근으로 하는데, 왜 하나는 ‘맑-’이요 다른 하나는 ‘말-’일까?
넓다는 말은 ‘평면의 면적이 크다’ 또는 ‘너비가 크다’의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된 ‘넓적하다, 넓삐죽하다, 넓둥글다, 넓적넓적, 넓적스름하다, 넓죽넓죽, 넓죽하다’ 등은 모두 그 어근의 원형 ‘넓’을 밝혀 적는다. 그런데 ‘널찍널찍, 널찍하다, 넙적넙적하다, 넙치, 넙치눈이’ 등은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았다.
‘얇다’를 어근으로 하는 ‘얄찍얄찍, 얄찍하다, 얄팍스럽다, 얄팍얄팍, 얄팍하다’ 등은 그 어근의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또 ‘짧다’를 어근으로 하는 ‘짤따랗다, 짤막하다’ 등도 원형을 밝혀 적지 아니한다. 왜 그럴까?
그렇게 적는 것은 한글 맞춤법 제21항에 의거한 것이다. 이 항에는 명사나 혹은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나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고 되어 있다. 즉 ‘값지다, 넋두리, 옆댕이’ 등은 ‘값+ㅈ, 넋+ㄷ, 옆+ㄷ’과 같이 명사 뒤에 각각 ‘ㅈ, ㄷ’ 등의 자음이 오기 때문에 어근을 밝혀 적는다.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는 것도 마찬가지다. ‘갉작거리다, 굵다랗다, 굵직하다, 넓적하다, 늙수그레하다, 얽죽얽죽하다’ 따위도 그러한 예다.
그런데 이 조항의 ‘다만’ 항에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나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본뜻에서 멀어진 것은 어근에 관계없이 소리대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널따랗다‘와 ’널찍하다’가 그러한 예이다. 이 두 말은 ‘넓-’을 어근으로 하는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넙다랗다], [넙직하다]로 발음되지 않고 [널따랗다], [널찍하다]로만 발음된다. 그러므로 그 소리대로 적는다. ‘얄따랗다’, ‘짤막하다’도 그러하다. [얍다랗다], [짭막하다]로 발음되지 아니하고 [얄따랗다], [짤막하다]로 소리 나기 때문에 그대로 적는 것이다. 이러한 예에 속하는 말로는 ‘할짝거리다, 말끔하다, 말쑥하다, 말짱하다, 실쭉하다, 얄팍하다, 짤따랗다, 실컷’ 등이 있다.
그런 반면에 위에서 보듯 ‘굵다랗다, 굵직하다, 넓적하다, 늙수그레하다’ 등은 각각 [국다랗다], [국직하다], [넙적하다], [늑수그레하다]와 같이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다.
다음으로 어원이 분명하지 않거나 본뜻에서 멀어진 말을 보자.
이런 예에 속하는 말은 ‘넙치, 올무, 골막하다, 납작하다’ 등이 있다. 넙치는 ‘넓-’과 관계가 있는 듯하나 명확하지 않으며, ‘납작하다’ 역시 ‘넓-’과 유관한 듯하나 분명하지 않다. 올무는 새나 짐승을 잡는데 쓰는 올가미를 뜻하는데, 이 말은 ‘올가미를 씌우다’라는 ‘옭다’에서 온 말인 듯하나 어원에서 멀어진 말인 것 같다.
‘골막하다’는 ‘굴먹하다’의 작은 말인데, ‘그릇에 다 차지 아니하고 조금 모자라는 듯하다’라는 뜻이다. 그 뜻으로 보아 이 말은 ‘굶다’에서 온 말인 것 같으나 본뜻에서 멀어졌다고 보이므로 그렇게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