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11월 24일 (당일)
참석한 사람 (총 14인): 자연, 영희언니, 스틸영, 산정무한, 상고대, 두루, 이공, 신가이버, 해마, 해피, 오모, 대포, 메콩, 메아리
향상님도 없고, 대간거사님도 없는 산행이었다. 김응용감독의 절규*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가 생각나는 순간, 오지멤버들은 머지않아 이공이 산행기에 데뷔하겠다던 말을 기억해 낸다. 그 성화덕분에 데뷔가 빨라졌다. 산행기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늘 산행기를 남기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1. 눈. 설
도중에 휴게소가 없어서 민생고 해결을 위해 잠시 들른 폐주유소. 강원도 초입부터 보이기 시작한 눈발이 심상치 않다
8시 35분 등반시작. 눈발이 제법 내린다. 오늘 내내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산을 타신 무한형님. 특수맞춤 수제 등산화의 비법과 산행의 내공을 한번 전수 받아야할 것 같다.
첫 휴식.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첫눈의 반가움보다 눈길 산행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메아리 대장님의 곡차에는 과메기 반찬이 같이 나왔다. 겨우내 매주 가져오신다는 별미의 과메기, 그러나 (좋아하는 과메기를) 집에서는 한두번 밖에 먹은 기억이 없다는 메콩님. 몇몇이 얼른 집안 분란을 만들어보려고 애쓰나, 그정도로는 요지부동
오늘도 기상청은 예보가 아닌 중계를 하는 것 같다는 푸념들이 나온다. 본격적인 눈길산행
오전 10시가 넘어가면서는 눈이 제법 쌓이고, 시계가 짧아진다. 눈길산행을 그것도 첫눈을 맞으며 하는 행운들을 누린다.
점심때가 되기전 눈은 10cm을 넘게 싸인다 (비공식 추계 15cm)
916봉을 지나 가는 능선길에서 보이는 설경의 장관
오후가 되어 눈은 그쳤고, 은빛옷을 입은 나무들의 장관이 끝없이 반긴다.
2. 뫼. 산
오늘 산의 고도계를 보니 총대장님의 카톡처럼 전체모양도 뫼산자요, 916봉 주변의 오르내림도 영략없는 뫼.산자다.
오늘 같은 날에도 여름바지로 버티는 가이버 대장님. "아마추어처럼 이정도에 스패츠라니.." 역시 대단한 분이다. 단, 식사자리를 가이버님 옆에 잡은 오지멤버들은 그곳이 얼마나 선선한 곳인지를 나중에 알고는 몇몇이 후회한다. 자유누님은 오늘 컨디션이 좋다. 네잎나물도 많이 발견하시고, 눈에덮인 삼각점도 찾아낸다. 눈길을 걸어가는 틈틈이 거사님과 통화를 하며 부러움 한판승 (참고: 부러우면 지는거다)을 유도하는 해피님.
나처럼 눈길산행이 처음이라는 메콩님. 힘든 내색도 거의 안하고 완주를 한다. 메콩님 덕분에 눈덮인 산이 더욱 환해진다.
오늘은 베테랑들에게도 미끄러운 길이다. 나는 그냥 엉덩이로 하산했다. (지금도 엉치뼈가 뻐근하게 기억을 하고 있어서 앉는 자세가가 바뀌어 있다). 예상보다 많은 눈에 산행은 조금씩 더뎌진다.
쉴때도 눈피할 곳을 찾느라, 또 더뎌진 일정을 따라 잡느라 오늘은 단체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였다. 하산이 가까와진 719봉 근처서야 다같이 사진을 찍는다 . 물론, 이사진을 셀카모드로 바꾸는 순간, 어여쁜 영희누님의 독사진이 나올 것이다.
틈틈이 거사님과 통화하며 춘천으로 오라고 연락하시는 상고대형님. 첫눈 산행을 같이 못한 아쉬움을 잘 알고 능숙하게 이용하신다 ^^ 2개월만의 산행이라는 해마님은 "해마는 없다고 전해달라"며 가세한다.
최근 2개월간의 맹훈련으로 근육량 40% 체지방량 6%의 몸짱을 완성한 대포님. 더욱 원활한 겨울산행을 위해 혈액순환 개선제에도 관심이 많다.
오늘도 수확은 짭짤하다. 메아리 대장님, 오모와 함께 자연누님-스틸누님-영희누님 삼각편대의 송골매 같은 눈이 눈덮인 산에서도 빛난다.
오늘따라 캠프라인 신발을 신고와 고생한 오모님. 끊임 없이 두루-오모 컨넥션이 회자되지만, 이제 오모님이 없는 오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산길의 끝무렵, 주위가 다 절벽수준이다. 10미터 정도의 깍아지른 눈길을 내려가야한다. 먼저 내려간 스틸 누님이 일일이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같은 내리막길의 다른 위치. 다들 이곳은 피했건만.. 이 스키드 마크는 해피님이 만든 것. 자세히 보면 부러진 나뭇가지이 잔해가 보인다.
3. 같이 가기 - 동행
동행은 산을 타고 내려 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려와서 더욱 단단해 진다. 같이 땀을 흘리고 닦는다. 또, 수확물로 만든 오지술을 반주삼아 맛있는 식사를 나눈다.
오늘의 동행은 더욱 특별하다. 모두들 만장일치로 춘천부근에 온 김에 이미 유명해진 상고대형님의 닭강정 맛을 보고 싶어한다.
이런 특수조건이라고 술제조가 빠질 수는 없다. 산행의 고단함도 잊고 대포님과 메콩님이 나서서 훌륭하게 제조를 마친다.
이곳은 "바깥 상" 두메님도 메대장님도 자연누님도 메콩님도 (나도 포함) 닭강정 삼매경이다. 4그릇의 닭을 깨끗이 비웠다.
이곳은 "안쪽 상" 평균 4컵의 주량들이 모여있다. 해마님은 "해마는 안마셨다"는 듯한 표정이다 ^^
같이 산행의 회포를 푸느라 또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는 오지멤버들 때문에 동이난 닭강정을 다시만드는데 형수님을 돕느라 동분서주하신 상고대형님과 형수님.
특별히 찌개까지 끓여 주셨다. 역시 이곳도 바로바로 음식이 바닥을 보인다.
저녁식사자리에 참석하신 온내형님. 모두를 유쾌하고 즐겁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셨다 (이공과는 20년만의 재회!) 합창반에서 베이스에서 시작하여 테너1까지 오르는 무용담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신다. "오지주"는 몇년 만이냐는 질문에는 불과 2달전에도 음미해보셨다는 놀라운 대답. 역시 군자는 말은 적어도 행동은 민첩해야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온내형님은 본인은 얼굴이 작아서 앞에서 찍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온내님은 춘천명물 제과점의 아이스크림까지 투척 후 작별을 하셨다.
다들 너무 맛있게 먹고나서도 아쉬움이 남아 포장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두루님이 나서서 주문을 받기 시작하자 어느새 한페이지 가득 주문이 몰린다. "굴러온 먹보 돌" 오지팀이 다 먹어버려서, "박힌 돌" 손님 두셋이 허탕을 치고 가는 것 같다. 이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귀가길이다. 노곤하고 얼큰하게 두메님의 버스에서 비몽사몽 하면서도 머리에 새겨진 설산의 풍경.
내일은 다시 새로운 동행의 시작!
첫댓글 무한 님이 한번도 안 미끄러지다니.
살다보니 그런 날이 다 있네.ㅋㅋ
갤럭시 노트8 사진발 좋습니다.
사진만 보고도 갤노프8로 찍은 사진인걸 아시다니 악수형님의 내공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니, 이게 첫산행기? 노련한 솜씨가 왠지 프로라는 느낌이 드네요. 또 다른 특색과 재미가 있어요. 어쨌거나 유능한 작가 인재들이 넘쳐나니 오지팀은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아주 좋아요.
문단 데뷔를 감축드리며, 이공님의 짧은시간 오지 적응력은 누구와도 비교 할 수 없는 탁월함 입니다. 와인 제리 청포도 잘 먹었습니다. ( ㅎㅎ 이러면 안되는데. .)
예 물량공세쪽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_ _@) 내공전수 부탁드립니다 ㅋㅋ
ssg ~ 첫 눈길산행을 그리 가듯이 ~
ssg ~ 오지산행기도 입문 !!!
아마도 이공이 최단기 오지적응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를 놓치지않고
그대로 산행기에 담아내다니, 이또한 대단 !!!
* 이또한 해피님의 극적 시나리오의 한 scene !!!
뭔가 해피의 작전에 말리는 듯한 느낌이 있지요 ㅋㅋ 오지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향상과 같이 이한몸 바쳐서...
@이공(주헌) ㅎㅎ 이공, 오지를 위하여!!🍺
역쉬~
팩트로 승부수를....
간단명료하면서도 모든걸 훑고 지나가는 예리함까지
펑펑 내리는 첫눈산행을 잘 적응하고
이렇게 재미난 산행기를 빛의 속도에 버금가게 올려 주심에 더욱 감사합니다
신인상에 적극 한표 올립니다~^^
역쉬,,,마고출신이라 다르군요,
메콩과 같이 눈산행은 처음이라 넘어져도 기분좋은 날이었죠
첫눈치곤 제법와서 더욱 기분좋은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자주 부탁드려요
더덕 짱박았다 걸린건 빼먹었네요
첫 산행기에 3부작 이라니~
향상형님 분발 하셔야 겠습니다
거시기 보는 예리함이 두루님보다 한 수 우위였습니다~^^
@스틸영(김순영) 왜 !?! 또 저와 비교 ~~~
본디 이공은 산천초목에 대한 내공이 있더라구요 ~
굳이 만천하에 드러내시지 않아도 깨갱하고 있습니다.
@두루(輝輝) 해피님> 본래 마고출신들은 더덕욕심이 없는거 잘 알죠?
근데, 해피만 조심하면 행복한 오지가 되는 줄 알았는데.. 스틸누님도 경계해야할것 같습니다 ㅎㄷㄷ
이공 캐파가 어디까지인지 가름할 수가 없네요.👍😊 산행 스토리의 핵심을 뽑는 솜씨며 간결하게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기술이며 스타일이 참 좋네요.^^ 여러 산행기를 접하게 되니 산행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다시 또 읽어보니 사진도 좋고 주옥같은 표현들도 많네요. 셀카 모드와 어여쁜 영희누님 독사진, 삼각편대 송골매, 굴러온 먹보 돌... 첫눈 정취에 맞게 하산후 동행 사진들도 정겹고 푸근해 보입니다.
산행기를 읽어보면, 악수형님의 산행기는 고증이 완료된 "실록" 같은 수준이고, 거사님이나 향상의 산행기는 정확한 산행기록과 지식이 담긴 正史 수준이라면, 나는 그냥 감상중심의 글인 듯. 이런것이 내공의 차이같아 ㅎㅎ
오지가 아주 풍성해졌습니다. 향상에 이어 이공까지 볼거리가 많아 즐겁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그나저나 향상에 이어 이공까지 내공이 일취월장하니 이젠 이공 꽁무니만 따라가야겠네
상큼한 한편의 수채화와 수필이네요
초겨울의 설레임이 뭍어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