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5일 러시아에 대한 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등과의 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앞날을 조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회견에서 러시아군이 2월 24일 국경이 아닌, 1991년 국경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체첸인(체첸 전사)과 부랴트인 등 소수민족의 잔인함을 거론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대해 바티칸이 공식 사과했다.
로이터 통신:유럽연합은 대러 9번째 제재안에 합의/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한 '우크라 이슈진단-15일'자/편집자
◇ 잘루즈니 총참모장(총사령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특집을 게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예르마크 비서실장,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전쟁을 총지휘하는 잘루즈니 총참모장도 질문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가 요약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동맹국들(서방측)이 크림반도 공격을 말리고 있는지 여부.
"답변할 수는 없고, 단지 팩트만 이야기하면, 크림반도 경계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늘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자포로제 남부) 멜리토폴까지의 물리적인 거리인 84km를 극복해야 한다. 멜리토폴에서는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와 같은 무기로 크림반도로 향하는 육로를 완전히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방측의) 군사지원이 필요한데,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 탱크 300대, 보병 전투 차량 600~700대, 곡사포 500대가 필요하다. 그러면 2월 24일 이전의 전선(경계선)에 도달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 서방의 군사 지원은 우리가 필요한 규모와 비교하면 적다. 우리는 방공 시스템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하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2. 러시아의 부분 동원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여부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은 실제로 효과가 있다. 동원된 예비군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어 전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무기를 들고 싸울 것이다. 차르(푸틴 대통령)가 그들에게 전쟁터에 나가라고 하면 그들은 싸우러 간다. 그들에게 군사 장비가 충분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그래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큰 문제가 된다. 우리가 추정컨대, 러시아는 120만~150만 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동원령에 의해 예비 전력을 징집하고 있다. 병력은 충분하다. 수십만 명이 더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탱크이고, 장갑차이고, 보병 전투 차량과 탄약이다".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의 인터뷰 웹페이지/캡처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군장성들은 전쟁이 왜 교착상태에 빠졌는지 설명한다는 제목을 단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캡처
3. 러시아가 새해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지 여부
"러시아는 20만명을 새로운 병력으로 준비 중이다. 그들이 다시 키예프(키이우)로 향할(공격할) 것이라고 믿는다. 내년 2월~3월 북쪽의 벨로루시에서, 또 남쪽에서도 새로운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우랄산맥 너머의 어딘가에서 새로운 (전투 장비) 준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100% 준비돼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도 국경을 지키고 현 위치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버티는 것이다. 또 우리의 전략적 임무는, 파트너(서방)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주 똑똑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우리 군대는 모두 전투에 투입돼 피를 흘리고 있다. 오로지 용기와 영웅심(애국심), 그리고 상황을 통제하는 지휘관의 능력에 의해 하나로 뭉쳐져 있다".
"우리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전략적 과제는, 예비군을 편성하고 2월, 기껏해야 3월, 최악의 경우 1월 말에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공세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부 지역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가 아니라 키예프를 향할 수도 있다. 벨로루시를 통해 남진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는다".
'스트라나.ua'는 이 대목에서 "동원된 병력의 훈련 기간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이르면 2월 중 새로운 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알렉세이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의 영국 가디언 인터뷰도 소개했다.
전투지역으로 투입되는 러시아 동원 예비군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수로비킨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사진출처:ok 국방부 채널
4.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의 현장 총사령관 수로비킨에 대한 평가
"수로비킨 (총사령관)을 좋게 평가하면, (제정러시아) 표트르 1세(통칭 표트르 대제) 시대의 통상적인 지휘관이다, 말하자면 'держиморда'(중앙아시아 초원지대를 휩쓰는 무장세력/편집자)다. 그를 잘 보면, '임무를 완수하든지, 죽든지' 하는 (옛날)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걸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다르다. 때로는 갓 21세의 초급 장교(중위)가 50~60세의 병력을 지휘한다. 우크라이나 군대에서는 주먹과 완력으로 군기를 잡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5. 소련과의 겨울전쟁을 지휘한 핀란드 만네르헤임 장군의 발언에 대해
"아직은 만네르헤임(1939-1940년 핀란드-소련 전쟁 중 핀란드군 총사령관)이 핀란드군에게 했다는 연설을 우크라이나군에게 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땅을 탈환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스트라나.ua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만네르헤임의 연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서 만네르헤임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 매체는 "핀란드군은 만네르헤임의 지휘 하에 소련군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핀란드의 방어 요새는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며 "만네르헤임은 1940년 3월 예비 병력도 소진되고, 지친 핀란드군이 소련군에 맞서 더 이상 전선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에 어떤 방식으로든 평화의 길을 찾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핀란드는 영토의 12%를 소련으로 넘겨주는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만네르헤임의 연설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더 이상 영토를 잃지 않기 위해 전쟁을 중단해야 할 때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그러한 연설을 할 시간이 아직 멀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해방한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탈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여기에도 두 가지의 심각한 제약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새해가 되면 러시아군이 다시 공격에 나설 터인데,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설 무기와 군사장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트라나.ua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말을 빌어 "러시아의 새해 대공세에 맞서려면 우크라이나군은 더 많은 군사 장비와 무기, 탄약이 필요한데, 지원이 제한돼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측의 군사 지원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반격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발언에서 짐작하듯, 우크라이나군은 한쪽 방향으로 반격을 준비 중인데, 지금까지 많이 거론된 '멜리토폴 탈환작전'이라는 게 이 매체의 진단이다.
제 9차 대러 제재안에 합의한 EU
- EU는 제 9차 대러 제재안을 승인했다. 세부 항목과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브뤼셀 주재 27개 회원국 대사들이 며칠 동안 신중한 토의 끝에 이를 통과시켰다고 EU는 밝혔다. EU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는 체코는 16일 회원국 정상들에 의해 정식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 폴란드 의회는 15일 "러시아를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테러 방법을 사용하는 국가로 인정한다 "고 밝혔다. 의회는 "러시아가 인권, 국제법, 유엔 헌장 및 기타 의무를 체계적으로 위반하고 다른 국가의 영토를 합병하며 무장 공격, 전쟁 범죄 및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수민족' 잔혹성 발언과 관련해 바티칸이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제 이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양측이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미국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군인들의 잔인한 전쟁 범죄에 대해 많은 정보를 들었다"며 "가장 잔인한 사람들은 러시아인이 아니라 체첸인, 부랴트인 등등"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미국이 '친 푸틴' 성향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인 블라디미르 포타닌과 그의 부인, 성인 자녀 2명, 그리고 그의 소유 투자기업을 제재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 국영은행 자회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측면 지원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1부총리 등 부총리급 고위인사들, 주지사 등 지역 수장들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 미국은 전폭기 장착 폭탄을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장비인 'GPS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 세트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군은 그동안 GPS JDAM 장비 세트를 폭격기에 부착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종 재개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지원을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한 국방부의 계획은 독일 내 미군 기지에서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수를 매달 300명 수준에서 600~800명 규모로 늘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우크라이나군 훈련은 다연장로켓시스템인 하이마스(HIMARS) 등 미국이 제공한 각종 첨단 무기의 조작에 집중돼 있다. 지난 2월부터 이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우크라이나군은 3천100명에 달한다.
- 푸틴 대통령은 새로 합병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헤르손주와 자포로제주가 2030년까지 러시아인들의 생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