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급도 수용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신속하게 만나서 협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난 총선 때 자신이 공약했던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보편 지급’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며 정부·여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인데, 연금개혁에 이어 민생회복지원금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국의 판을 흔드는 동시에 민생 이슈를 주도하고 ‘책임 야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우리(민주당)가 양보할 테니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은 오로지 민생과 국민의 삶을 고려해 경기도 살리고 민생도 보살피는 이 정책을 수용하고, 구체적 내용을 신속하게 만나서 협의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고소득층 매칭 지원’을 제안했는데, 일정 소득 이하는 정부가 100% 지원하고, 소득 기준이 넘을 경우 정부와 개인이 나눠서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이 대표가 ‘차등 지급안’을 꺼내든 건 거야(巨野)의 독주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법안을 22대 국회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며 행정부 집행을 건너뛸 수 있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서라도 추진하겠다고 압박해 왔습니다.
이 대표 측은 “무조건 민주당 안만 고집하지 않고, 정부·여당과의 협의점을 찾아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규모로 지원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데 추경을 할 여건이나 시기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회복 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원하라는 요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총선 공약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13조 원을 풀자”고 제안한 이후 고집해 온 전 국민 지원에서 차등 지원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대표는 지원금 25만 원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1인당 25만 원, 가구당 100만 원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한다. 무식한 양반들아”라고 했다. “코로나 때 이미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가구당 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갑자기 6개월 동안 활황을 겪었다”고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 1차 재난지원금 14조 원 중 소비에 쓰인 돈은 30%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국책 연구소의 분석 결과다. 승수효과가 미미했다는 뜻이다.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는 코로나 지원금을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급해 가구당 120만 원이 돌아갔다. 당시 혜택을 받은 경기도 주민은 “동네 고깃집에 한동안 손님이 바글바글했는데 얼마 후 가보니 문을 닫았더라. 지원금 효과가 반짝하고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지원금이 불가피했던 경기 침체 국면이 아니다. 현금 살포는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물가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KDI 출신 윤희숙 전 의원은 “이 대표의 25만 원 지원 주장은 경제에 진짜 무식하거나, 무식한 척하면서 다른 잇속을 차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다른 잇속의 정체는 국민의힘 수도권 낙선자들의 넋두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 출마했던 후보는 “야당도 25만 원 준다는데 여당은 30만 원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들끼리 해 먹느라 국민 줄 돈은 없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인천에 나섰던 후보도 “일자리·교육 같은 정책 공약은 25만 원 포퓰리즘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느낌”이라고 했다.
현금 살포에 대한 전체 국민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추가 재난지원금도, 이번 지원금 25만 원도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그럼에도 ‘공돈’에 혹하는 유권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대표는 그들을 겨냥한 현금 살포의 중독 효과를 믿는다. 푼돈이라도 꾸준히 나눠 주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공중에서 현금이 뿌려질 것”이라는 환각 집단을 만들 수 있다. 0.73%p 차로 갈리는 대선에서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뿌려졌다가 증발해 버리는 수십조 원에 나라가 얼마나 멍드는지는 뒷전이다.
아편전쟁은 영국이 자국민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부끄러운 역사다. 19세기 초·중반 청나라 차(茶) 수입 급증으로 골치를 앓던 영국은 아편 판매로 무역 적자를 벌충하기로 한다. 공세적 마케팅으로 아편 중독 확산에 성공하면서 청나라 전체 수입 물품중 아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당시 아편에 찌든 청나라 국민들의 참상을 고발하는 사진들이 남아 있다.
청 황제가 아편 문제를 해결하라고 임명한 흠차대신 린쩌쉬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영국은 중국과 교역해 얻은 이익의 대가로 중국을 해칠 아편을 강요한다”면서 “하늘이 영국인 가슴에 심어 놓은 양심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장차 영국 총리가 될 31세의 하원 의원 글래드스턴은 의회에서 아편전쟁 개전이 271 대 262, 9표 차로 가결되자 “영국의 양심의 무게가 고작 262표밖에 안 되느냐”고 탄식했다.
이재명 대표가 30년, 40년 후 미래 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지울 연금 제도 개혁에 나선 데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포푤리즘’ 저격수 윤희숙 전 의원조차 “이 대표가 굉장히 프레지덴셜(대통령스럽게)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5만원 지원 대상에 유연성을 보인 것도 이런 이미지 확산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단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현행 연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후손 삥 뜯기’라는 지적을 받는 ‘25만원 아편’ 살포 자체를 포기해야 옳다.
현금 25만 원을 전 국민 대신 70%에게 뿌려본들 달라지는 건 낭비되는 세금이 일시적으로 13조 원에서 9조 원으로 줄어든다는 점뿐이다. 한번 맛들인 눈먼 돈에 대한 갈증은 끊임없는 금단 현상을 부르기 마련이다. 먼 훗날 25만 원 아편으로 나라를 황폐화시킨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양심을 따져 묻는 역사의 심판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위원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김창균 칼럼] 나라 망치는 '25만원 아편', 차등 지원도 마찬가지다
제가 여기서 누누이 얘기했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교훈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입니다. 받을 때는 달콤하지만 그게 가져 올 결과를 조금만 생각한다면 공짜로 준다고 받을 일이 절대 아닐 겁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의 버팔로들은 겨울에 먹을 풀이 없어 온천지대로 가서 마른 풀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풀들은 유황 성분이 붙어 있어 그 플울 먹은 소들은 10년 이상을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온천지대가 아닌 곳은 아예 풀이 없어 먹을 것을 찾기가 어렵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풀이 그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입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보니 누가 공짜를 준다면 다들 손을 벌리지만 그 공짜의 대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반대를 하는 데도 이재명 대표가 기를 쓰고 돈을 풀려는 속셈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거라 생각합니다. 나라가 장래가 문제가 아니고 지금 내 언 발에 오줌을 누고 싶은 생각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