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40분 후에 도착한 자연산 추어탕집. 들어가기 전에 한 컷 찍었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피자라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릴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아...아직 더 끓어야 되는디..."
"예, 어제 추어탕 먹고 너무 맛있어서 오늘 또 왔어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저 위에서 팔팔 끓고 있는게 바로 오늘 맛 볼 메기 매운탕입니다.
매운탕을 1인분만 해주는 곳이 있는지...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메기 어항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메기들의 입 크기를 보니 미꾸라지랑 합항했다가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메기 매운탕은 제가 식당에 들어간 후 부터 약 15분 후에 나왔습니다.
단체손님도 아니고 1인분의 메기 매운탕(8,000원)을 끓이는데 1시간 가까운 정성을 들이셨네요. 저 하나 때문에...
감동 그 자체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자...그럼 이제부터 여러분들께 이 집 음식 자랑을 좀 해야겠습니다.^^
메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1인분의 메기 매운탕.
보시면 아시겠지만 겉모습 치장에 신경을 쓴 매운탕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물 색이 상당히 어두운데요,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직접 담근 고추장!
왼쪽은 어제 추어탕 먹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제 소개해 드리면서 양파와 춘장이 나오는게 독특하다고 했는데...착오가 있었네요. 저기 보이는 저 검은색 장은 춘장이 아니라 17년 묵은 고추장이라고 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나요? 그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고 또 맛을 보니 고추장 맞습니다. 정말 무지하게 깊은 맛의 그런 고추장. 그런데 정말로 춘장의 향도 느껴져요. 이건 직접 오셔서 맛을 보셔야만 합니다.
자, 이 집 매운탕의 색상이 다소 어두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이 아니라 17년 묵은 검정색에 가까운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이랍니다.
원래는 오늘 추가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주인 아저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뜨다 보니 미처 사진 찍는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어제 추어탕을 먹을 때만 해도 양파를 고추창에 찍어 먹는게 다소 낯설었는데, 메기 매운탕을 먹을 때는 "아하!" 할만큼 잘 어울리더군요. 마치 삼겹살을 상추에 싸먹을때 마늘 한 조각이나 고추를 넣는 것처럼 다소 텁텁할 수 있는 매운탕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줍니다.
두툼한 메기 몸통과 꼬리, 그리고 밥 한 공기 (메기 매운탕은 밥을 별도로 주문해야 합니다. +1,000)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매운탕을 흡입하던 중,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건넵니다.
"입에 맞아요?"
"저, 감동받았습니다.ㅠㅠ;; (땀 + 눈물)"
"요새 젊은이들은 화학적인 맛에 깃들여져서 우리집에 잘 안오는디..."
"전 진짜 맛있는데요. 조만간 가족들과 한 번 와야될 것 같아요."
"우리가 정말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한 그릇 한 그릇 만들기 때문에 건강엔 참 좋아요. 먹거리가 참 중요한건데, 요새 밖에서 뭐 사먹으면 밥이고 음료수가 전부 다 화학물질 덩어리잖어요...[중략]"
맛: 추어탕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음식점에서 선보이는 "감칠맛 확~ 도는" 그런 맛(조미료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선한 재료와 오랫동안 숙성시킨 장으로 정성들여 끓여냈음이 충분히 전해지는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특히 국물이 정말 진해서 텁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듯 하네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부분은 양파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매운탕이 나올 때는 기본 간만 되어있으니 소금과 청량고추로 본인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춰서 먹으라고 하는데, 전 맨 처음 나온 그대로가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짜지 않아서 참 좋았네요!! 친구 또는 가족들과 함께 쌀쌀한 가을 오후의 산책을 즐긴 후 출출한 배를 이끌고 와서 먹으면 그 날 하루를 훌륭하게 마무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집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수저 받침대 입니다.
일반적으로 동네 식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셋팅이죠. 주인 내외분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보시다시피 주방이 전면 개방되어 있습니다.
소규모의 음식점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제 눈에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식당에서의 주방 전면개방은 위생과 정직함의 표시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주인 아저씨의 연세가 일흔둘(72)이라고 합니다. 본인만 건강하다면 80세까지도 장사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서울, 아니 대한민국에 이렇게 착한 식당이 오래오래 존재하고 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추어탕 업데이트
주인 아저씨 말에 따르면 현재의 추어탕 값 5000원이 20년전 가격 그대로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추어탕집을 크게 해서 직원도 많았기에 그 당시에는 값이 비싼 편이었지만, 지금은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이렇게 두 분이어서 하시니 본인들의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집에서 쓰는 미꾸라지는 논 미꾸라지(×)가 아니라 강 미꾸라지(○)라고 해서 논에서 나는 미꾸라지보다 훨씬 비싸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흙냄새가 안나서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기가 매우 작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항을 들여다보니 미꾸라지가 몸통도 얇고 크기도 중지 정도 밖에 안됩니다. 가끔 시장에서 대야에 담아놓고 파는 아주 굵은 미꾸라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첫댓글 조만간 할머니 모시고 한 번 다녀오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어른이 계시면 꼭 한 번 모시고 가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만족도 200%의 메기매운탕이었네요.^^
와.. 자양동에 지인이 계시는데 언제 한번 같이 가서 먹어봐야겠습니다. ㅎㅎ
형 저 3시간전부터 기다렸씁니다 !! ㅋㅋ 기다린만큼 알차고 침고이는 후기입니다 @_ @ !! 요구르트는 센스인가요 !? 굿굿 ..
요구르트는 서비스~ 그런데 어제도 오늘도 난 안마시고 그냥 나왔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후에는 괜히 다른 맛으로 입안을 청소하고 싶지는 않더라구.^^;
다 쓰고 보니, 제일 중요한 맛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렸네요.-_-; 맛은 "TWO THUMBS UP!!! (따따봉!)" 입니다.^^ 본문에 좀 더 자세히 적도록 하겠습니다~
환절기 체력 보충으로 딱이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자양동이면...지금제가있는 근무지가 자양동701번지니까 별로안멀것같습니다..후후
메기매운탕 보통 1인분만 팔지는 않는데 가격도 엄청 착합니다. 메기매운탕이 특유에 감칠맛이 있는데 마구 생각나네요. 미꾸라지도 작은 미꾸라지가 더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꼭 가야겠습니다.^^
엄청 맛있어보이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