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 의 숙
<나는 자연인이다>는 요즘 내가 즐겨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이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산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한번뿐인 인생을 자연에 동화되어 소박하고 욕심 없이 산다. 직접 씨앗을 뿌리고 싹을 길러서 마련한 야채와 깊은 산속에서 찾아낸 뿌리와 산중에 저절로 매달린 열매를 식량으로 삼는다.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식수를 얻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삶을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일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건강을 잃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말한다. 물론 알코올과 담배 중독으로 얻어진 병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얻어진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연인들은 삶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산을 찾았다. 복잡한 도시와 많은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오로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이 주는 먹거리로 마음과 몸의 병을 치유한다. 곡식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운동이 되고 약초나 버섯을 채취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땔감을 얻기 위해 장작을 패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없고 자연식을 섭취하고 좋은 공기를 마주하는 친환경적인 삶에서 아프던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된다.
자연인들이 사는 집은 아주 작은 오두막이고 세간살이도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산이 준 것이다. 흙과 나무로 된 집, 산기슭에서 흐르는 작은 개울물, 산 속에서 가꾸어진 열매들, 살기 위해 필요한 것 대부분을 산이 주는 것으로 해결한다. 산의 힘을 빌려 우뚝 선 나무들은 햇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하고 많은 이파리와 열매를 만든다. 그 속에서 자연인도 풀과 벌레와 새와 함께 자연의 한부분이 된다. 인생의 무게를 내려놓고 느리게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더 먼 훗날까지를 생각하며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산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산에 기대어 살았다. 반란이 일어났을 때도, 전쟁이 터졌을 때도,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 산은 안식처이고 놀이터이고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곳간이었다. 산은 늘 한결같으면서도 새롭다. 같은 공기로도 다른 바람의 소리를 들려주고 빌려온 햇빛에 따라 또 다른 열매를 빚어준다. 예측할 수 없는 험한 길을 만들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길도 이어준다. 내 자신을 간절히 생각하고 싶을 때,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를 극복하고 싶을 때,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위로 받고 싶을 때 우리는 산을 오른다. 산은 단단하고 우직하다. 마음 한쪽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욕심의 찌꺼기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다. 산 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주 사소하다. 그 작은 바닥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 내 욕심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산은 겸손하다. 온갖 것을 다 준다. 계절도, 열매도, 꽃도, 신선한 공기도, 다 산이 주는 것들이다. 산은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생동하는 숨을 준다. 많은 것을 주면서도 자랑하지 않는다. 받았으니 도로 달라고도, 갚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가라 한다. 그러나 산이 주는 것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르다. 당연히 받는 사람, 감사히 받는 사람, 더 많이 가져가려고 욕심 부리며 받는 사람, 어떤 마음으로 받는 가에 따라 산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세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고도 한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후보자들은 서로 자신이 대통령이 될 적임자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 나라가 끝장날 듯이 말한다. 나는 산과 같이 겸손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서있는 산처럼 자랑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고, 비가 올 때마다 쓰러지려하는 우리를 똑바로 세워 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말은 아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어렵고 힘들고 두려운 세상일지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다.
산을 바라보며 소리 내어 말해본다. 산을 닮은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한다고.
첫댓글 '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은 남자들에게는 로망입니다. 산 처럼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 싶네요. 사회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놓아주지 않으니 말입니다. 나라를 책임질 지도자의 자격을 가진 사람 평범해서도 아니되고 또 가벼워서도 아니되며 큰 산 처름 믿음직 한 사람이 되어야 겠지요.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과 단절하고 산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인간세상에서 겪은 모든 시련들을 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때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얻을수도 있을겄입니다. 다만 빨리 인간세상으로 나와서 살아야 하겠지요
산을 닮은 ㅇㅇㅇ, 모든 것을 포용하고, 기댈 수 있고, 마음과 몸의 안식처가 되는 그런 어떤 것, 그건 어쩌면 우리들 모두의 이상향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산은 언제나 베풀기만 하고 댓가를 바라지 않읍니다. 우리들의 부모님 모습같이 믿음직하고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산처럼 믿음직하고 정직한 대통령이 선출되길 기원하면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산을 쉽게 가까이 할 수 있어 좋은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산을 예찬하고 산같은 대통령이 탄생되기를 고대하는 글이군요. 제목을 산과 대통령이라 해보면 어떨까요? 산에대한 묘사가 섬세하고 날카롭습니다. 산이 좋은 만큼 산과 같은 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버리고, 내려 놓고 무소유의 삶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산을 닮은 분이 리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산은 우리 인간들의 영원한 고향 같습니다. 우리의 육신이 자연에서 왔듯이 인간은 많은 부분을 산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큰산의 얼굴'이 탄생되기를 기원하며 잘 읽었습니다.
우리집에도" 나는 자연이다."라는 프로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치유하기 어려운 난치병을 안고왔고 아니면 마음에 병을 가슴 가득 싣고 와서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응하며 사니까 결과가 좋아진 게 자연인의 대부분 삶이이었습니다.다 내려놓기까지 강단이 쉽지않다고 생각합니다.한번씩 다녀오는 기력도 머잖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양 어깨가 무거운건 왜 일까요?
산은 가끔 등상을 한다든지 관광은 의미가 있지만 자연인처럼 들어가서 산다는 것은 고행길 입니다. 모두 적응 잘하여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좋은지도자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된다고 믿으며 잘하길 기대해 봅니다.잘 읽었습니다.
산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로 정치꾼들에게 일침을 놓는 촌철살인 같은 글이네요. 인자요산이요, 지자요수라했나요. 항시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인간에게 주기만 하는 산, 세월과 무관하게 산은 늘 한결같으면서도 새롭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한마리의 사슴처럼 말입니다. 의미심장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