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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가거도
가거도는 국토의 최서남단에 있는 섬이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뱃길로는 233km, 흑산도에서 동지나해를 향해 남서쪽으로 82km 떨어져 있는 절해의 고도(孤島)이다. 총면적 9.710km2, 해안선 22km, 343세대, 504명이 살아간다. 쾌속선으로 쉬지 않고 달려도 4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너무 먼 곳에 위치한 덕분에 6 · 25 한국전쟁도 소식으로만 듣고 지나갔다는 일화가 있다.
가거도-목포행 쾌속선
과거에는 목포에서 출발하면 흑산도에서 일박한 후 새벽에 출항하는 새마을호를 타고 6~7시간 갔다. 중간에 상태도, 하태도, 만재도를 들르고 갔다. 예전에 들렀을 때 파도가 얼마나 사나웠던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목포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뱃길 5시간 정도인 필자의 고향 완도보다 멀고 파도가 험했다. 옛날에는 가거도 주민들이 육지 흙을 밟아 보려면 돛단배를 타고 남풍을 받아 이틀 낮밤을 갔다가 돌아올 때는 북풍을 등에 지고 또 그만큼을 돌아와야 했다. 만일 바람이 역방향으로 불거나 안개가 끼면 바다 위에서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닻을 내리고 기다리거나 노를 저어가며 파도를 헤쳐 가야만 했다. 대부분 도초도와 비금도에 정박하여 바람을 기다리는데 보통 7일에서 10여 일은 걸렸다. 정박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하의도와 도초도 처녀들과 친해져서 혼인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다. 지리적으로 여름에는 동지나해에서 불어온 태풍이 직선으로 와 닿고, 겨울이면 대륙을 휩쓸고 온 차가운 북서풍이 정면으로 불어닥친다. 태풍예보가 있으면 초비상인 곳이다.
또한 가거도는 서해안 어업전진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섬이다. 한중일 어선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는 황금어장으로서, 동지나해는 가거도에서 불과 16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태풍이나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히 겨울철이면 외국선박들이 많이 몰려든다. 국토의 최서남단에 있기에 지리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섬인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은 전남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가거도 멸치 소리에 잘 반영되어 있다.
가거도는 대한민국과 중국대륙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가거도에서 목포까지 직선거리의 두 배 정도 가면 중국대륙에 닿는다. 그래서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가거도 해변에 밀려오는 쓰레기가 대부분 중국 것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거도 앞바다는 조기가 올라오는 길목이고 동지나해 어장의 북쪽 황금어장 가장자리에 있어서 각국 어선들의 각축장이자 국제적 해상문제의 최일선을 담당해야 하는 곳이다. 가히 국토의 최서남단에서 국가를 엄호하는 섬이라 할 수 있다.
심 산
섬등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