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린이네 문학책장 신간, 효주 장편 동화
SF적 상상으로 다룬 나의 정체성, 우정, 가족의 사랑!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는 ‘그린이네 문학책장.’ 초등 고학년을 위한 동화책 시리즈인 ‘그린이네 문학책장’의 열두 번째 신간으로 작가 효주의 장편 동화가 출간되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최근 자주 다루어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멀티버스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열두 살 아이들이 고민할 만한 주제들을 진지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진정한 나의 정체성 문제,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그리고 가족의 회복과 사랑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로 요약할 수 있는, 차원을 가로지르는 모험의 일상성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만약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상상으로 『멀티버스 : 윤서 vs 윤서』에 몰입할 수 있다.
나에게서 시작된 세계는 타인인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로 확장되며 커진다. 이 책은 윤서라는 주인공의 ‘나’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친구와의 관계, 가족의 문제 등으로 이어지며 더 넓은 세계 속에서 나의 위치나 역할, 태도 등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곧, 동화는 관계의 문제와 함께 내가 누구인가의 주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관계가 확장되면서 나의 문제는 점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때 나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윤서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도록 하자.
목차
1. 큐브
2. 큐브에서 나온 타니아
3. 쇼핑몰
4. 백설 공주 vs 마녀
5. 잔소리는 그만!
6. 자유
7. 자리 뺏기
8. 타니아의 약점
9. 오드 아이 고양이
10. 제자리 찾기
11. 모두 제자리에
저자 소개
글: 효주
SF, 스릴러, 공포물을 좋아해서 오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낯선 길, 낯선 동네에서 마주친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며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글감을 가지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입니다. 2016년 한우리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2023년 부천괴담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금지 구역 51F』 등이 있습니다.
그림: 차상미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책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습과 감정에서 영감을 주로 얻으며 잔잔하고 부드러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린 책으로는 『나는 법』 『봄날의 곰』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 『꽝 없는 뽑기 기계』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의 현실밀착 육아회화』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다중의 평행 우주, 멀티버스에 대한 상상
“그럼 넌 지금 다른 차원이라는 폴라……, 에서 왔다는 말이야? 여기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우리 엄마나 아빠, 선생님, 내 친구들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그곳에도 있다고? 그, 그게 말이 돼?”
극심한 긴장으로 책 읽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한 윤서는 곧 있을 학교 연극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극심한 우울함에 빠진다. 혼자 있고 싶을 때면 종종 찾는 달빛 공원에서 집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들어선 윤서의 눈앞에 신비한 오드 아이 고양이가 나타나고, 뒤이어 발견한 유리 주사위 같은 물건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허공에 만들어진 강한 빛의 동그라미로부터 윤서와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 아이가 나와 자신을 타니아라고 소개하고 고양이가 가져간 큐브(유리 주사위 같은 물건)를 찾을 때까지 자신을 윤서의 집에서 재워달라는 부탁을 한다. 타니아를 통해 윤서는 멀티버스 속 다른 차원에 자신의 세계에서와 똑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과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타니아를 재워 주는 대신 윤서는 영 자신이 없던 발표와 연극을 타니아에게 맡긴다. 윤서보다 활달한 타니아는 기꺼이 발표와 연극을 대신하며 때때로 제자리로 돌아온 윤서를 당황하게 만든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타니아의 자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윤서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가기만 하는데…….
위기와 문제를 공유한 친구들의 연대 이야기
“조심해……. 학교에 있는 태리는 내가 아니야. 나처럼 너도 곧 쟤한테 자리를 뺏길지 몰라.”
타니아가 더 이상 윤서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아빠와 만나서 영화를 보러 간 날, 결국 윤서는 무대 위에서 연습 중 다시 대사를 더듬고 친구들의 킥킥대는 소리를 듣게 된다. 타니아와 아빠를 찾아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태리는 놀랍게도 학교에 있는 ‘자신’이 자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태리도 윤서처럼 큐브에서 나온 다른 차원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에게 자기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이모 집에서 지내는 태리와 함께 각자 자기의 자리를 찾기로 결심한 윤서는 태리와의 공동작전에 들어간다. 그러는 중에 타니아, 그리고 태리와 똑같이 생긴 세나의 약점을 알게 된 윤서와 태리.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시시때때로 윤서의 편을 들어주며 윤서가 홀로 곤란에 처하지 않게 도와주는 윤서의 단짝 친구 채이, 그리고 홀로 비를 맞으며 아빠와 타니아를 바라보던 윤서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격려와 작은 사랑의 손길을 내민 반장 강주호까지. 윤서는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꼈던 친구들과의 관계와 보이지 않는 유대 속에서 용기를 내어 차근차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데…….
알고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문제로 고군분투하던 친구들과의 연대 의식은 윤서와 태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타니아와 세나의 숨겨진 사정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간의 연대는 점점 확대되며 과연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의 문제를 제기한다.
다양한 가정들의 회복과 사랑 이야기
말을 더듬고 말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윤서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혼이라는 가정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집이 잘살고, 공부도 잘하던 태리의 문제는 자신의 이런 배경에서 무언가를 못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억지로 계속 노력해야 했던 것에서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윤서와 태이뿐 아니라 《멀티버스: 윤서 vs 윤서》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모두 다양한 가정들에 속해 있으며 그 나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고 있다. 타니아는 폴라에서 일급 시민으로 풍족하게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가 그리워 금지된 여행인 차원 이동을 결심하게 된다. 고아인 세나는 무등급 시민으로 풍족한 시티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비참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폴라를 빠져나온다. 윤서의 단짝 친구인 채이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집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가정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작가는 아이들이 드러내고 처음부터 얘기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들과 그 상황에 준비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하나의 가정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긋기보다는 각각의 가정들마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고, 가족들 간의 사랑으로 나름의 모습에서 회복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님의 이혼을 인정하고,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가족 간에 남아있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용감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윤서처럼 말이다. 또 아빠와의 이별을 위해 차원을 넘어온 타니아나 행복한 삶을 위해 차원을 넘어온 세나처럼, 나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결심을 한 태리나 묵묵히 밝게 열심히 살아가는 채이처럼 말이다.
다시 나를 찾아서
작가가 처음 포착한 윤서의 모습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있던 모습이었다. 이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중시하여 상처를 받았던 윤서가 찾고 싶었던 것은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던 달빛 공원의 지름길처럼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이었을 것이다. 지름길을 통해서는 집으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누구의 시선이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향해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지름길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타니아를 만나게 된 것은 홀로 자신을 찾는 길에서는 반드시 ‘자신’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타니아는 겉모습만 윤서와 똑같지만, 타니아와의 만남으로 인해 걷게 된 혼자만의 길에서 윤서는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니 말이다.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린 차상미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응원한다. 일찍이 첫 작품에서부터 과학적 상상력과 윤리의 문제를 잘 어우러지게 한 효주 작가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타니아처럼 우리와 똑같이 생긴 존재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생각의 길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해지는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