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아침편지
산부인과 전문의 오혜숙(73)씨는 부끄러운 듯 말을 아꼈다. 오씨는 2년 8개월간 비어있던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백령병원 산부인과 과장에 최근 자원했다. 서울 사당동에서 지난달까지 동네 산부인과를 운영하다가 70대에 접어들어 200㎞나 떨어진 외딴 타지로 떠나는 것이지만, 오씨는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외려 쑥스러워했다. “대단치 않다”는 오씨의 말과 달리 백령도 주민들은 “산부인과 의료 공백기가 드디어 끝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공공의료병원인 백령병원은 2001년 9월 문을 연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의 유일한 병원이다. 주민(5590명)과 군인, 군인 가족 등을 합쳐 1만여명이 사는 백령도의 의료를 책임진다. 32개월에 걸친 구인난과 산부인과 공백은 오혜숙씨의 등장으로 간신히 풀렸다. 2001년 백령병원에서 산부인과 공보의로 일했던 의사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백령도 사정을 알렸는데, 오씨가 우연히 소식을 접한 뒤 선뜻 백령도행을 자원했다. 오씨는 지난달 이두익 원장과 면담 뒤 “백령병원은 내가 필요한 곳”이란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노(老) 의사의 봉사에 의존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단 우려도 나온다. 현재 백령병원에선 이두익(74) 원장 외엔 대부분 공보의에게만 진료를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백령도 내 유일한 약국이 폐업해 8개월간 공백기를 겪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6_b--SJ-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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