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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의 '눈물의 웨딩드레스'
어제(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29기 추도식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동생 근령, 지만씨와 나란히 앉아 있었으나 몹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만씨가 근혜, 근령 두 누나들 사이에 어색하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두 자매의 심정적 거리감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듯 한없이 멀어보였다.
말할 것도 없이 박근령 씨의 결혼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나는 그 결혼에 반대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지난 13일에 열린 동생 근령 씨의 결혼식에 불참했다. 뿐만 아니라 측근들에게도 "결혼식장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근령 씨는 가장 큰 축복을 받아야 할 언니와 남동생 내외의 불참으로 쓸쓸한 결혼식을 치러야 했다.
박 전 대표는 왜 근령 씨의 결혼을 그토록 반대했던 것일까? 근령 씨와 결혼하는 14세 연하의 신동욱(40)씨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신씨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에 출마하기 위해 親朴후보로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전력이 있는데, 그 때 박 전 대표 측이 상당히 황당해 했다고 한다. 신씨가 박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근령 씨가 한나라당의 충북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박 전 대표 측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 측은 그 배경에 신씨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에 항의해 대구에서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을 때였는데 그런 일들이 벌어졌으니 박 전 대표가 신씨와 근령 씨의 무분별한 행위에 얼마나 분노했겠는가?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은 신씨의 수상한 사생활까지 들춰가며 신씨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추세인데, 이미 근령 씨와 정식결혼을 한 사이라면 박정희 대통령의 친딸인 근령 씨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의 극단적인 공격은 삼가야 할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이 어떻게 14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박근혜보다 더 베일에 쌓였던 근령 씨가 14세 연하의 대학교수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특히 40~50대의 장년들에게- 삶에 신선한 의욕과 충동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신씨가 정치적인 야망을 드러내지 않고 근령씨가 거기에 동요되지만 않았다면, 두 사람의 결혼은 온 국민의 축복 속에 성대히 치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해한다. 신씨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근령씨를 이해한다. 14세 연하의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었던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 근령씨는 속으로 '그래, 언니만 정치하라는 법이 어딨어? 나라고 하지 말란 법이 어딨어?'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사랑에 눈이 먼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잠시 허공에 발을 디딘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었던 그녀의 죄값은 컸다. 가족과 지인들의 불참 속에 축복받지 못한 결혼식을 치러야했다. 근령씨는 결혼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니와 동생 내외가 불참한 것에 대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숙명은 마음대로 못하는 것인데 신뢰와 이해가 바탕이 돼서 같은 길을 가게 됐다" 며 "(언니와 동생이) 우리를 깊이 걱정해 참석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살다 보면 인정해 주고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정치지도자로서 공인된 신분의 박 전 대표가 비록 친동생의 일일망정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짓는 모습에서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릿발 같은 단호함을 읽는다. 그러나 또한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에서 눈물의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했던 근령씨의 안쓰러운 모습에서 연민과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만씨 내외는 중간에서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근령씨는 親朴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에게 자신의 결혼청첩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친박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홍사덕 의원만 결혼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역시 괜찮은 사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씨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신부에게 눈물의 웨딩드레스를 입혔으니 앞으로 다시는 근령씨를 울리지 말라. 또 다시 근령씨를 울리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
첫댓글 베리타스님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ㅎㅎㅎ
그랬군요............홍의원님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