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의 입소 일기임. 여러모로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 배울 점이 많으니 한 번 읽어 보세요.
20201128
구급차 안이다. 내가 구급차를 타 본 적이 있던가. 확실한 건 나때문에 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러 내색하지 않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와 가슴이 답답하고 오심이 느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만 자꾸 울면 콧물이 나오니 위험할 수 있기때문에 또 꿀꺽 삼켜 본다.
때는 생일 저녁, 저마다 일정이 있는 가족들 뒤로 약간의 쓸쓸함이 묻어질 즈음 친구와 가진 짧은 저녁식사동안 친구가 남긴 맥주를 호록 마신 것이 화근이였다. 우니 한 판을 서로의 젓가락으로 떼어 먹은 것도 있지만, 다음날 접한 친구의 코로나 확진 소식에 제일 먼저 떠올려진 건 ‘남긴 맥주 호록’ 뿐이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기엔 피가 바짝바짝 말라 그냥 강남세브란스 선별진료소에 돈을 내고 검사를 했다.
그리고 밤에 걸려온 불길한 한 통의 전화…
“양성입니다…”
순간 생일 다음날이 아빠 기일이라 엄마, 애들이랑 산소를 다녀오고 점심도 먹은 그 모든 상황이 생각나며 엄마랑 애들 어떡하냐는 아찔함이 덮친다. 평소 엄마가 얼굴 자주 안 보여준다고 그렇게 뭐라고 하셨는데 하필 이럴 때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을 보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큰 애는 또 어떤가. 전역해서 기쁘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코로나 걸릴까봐 주의를 단단히 줬는데 오히려 아들 발목을 어메가 잡은 격이다.
확진판정전화를 받고 즉시로 우리는 마스크 쓰고 흩어져서 집 안에서의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다음날 강남세브란스 선별진료소의 연락을 받은 보건소에서 이른 아침에 전화가 와서 간단한 정보를 나누고 동거 가족과 밀접접촉자(엄마)는 바로 보건소로 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한 뒤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오전에는 보건소 역학조사관에게 확진자 접촉 후 나의 동선, 카드내역 등등을 일러주었다. 카드 앱을 깔아두지 않고 영수증도 받지 않아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대략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주고 나는 어떻게 되느냐 했더니 곧 격리시설로 이송될 거라고 설명해준다.
문 앞에는 벌써 보건소에서 두고 간 살균스프레이와 주황색 폐기물 봉투가 놓여 있다.
격리 시설로 가기 전에 살균스프레이로 집 안을 소독하고 화장실도 따로 사용하고 내 손이 닿는 곳은 다 살균스프레이 뿌려서 소독하고 접촉했던 물건은 폐기물 봉투에 담아 격리 시설로 갈 때 들고 나오란다.
완전 무장을 한 채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부엌을 치우고 격리 시설에 가져가야 할 물건들을 챙기는데, 격리 시설 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더라. 공통적인 이야기는 입고 간 옷과 신발, 물품은 소각하게 된다고. 나올 때 옷은 나중에 택배로 받던가 인터넷쇼핑으로 주문해서 받으라는 이야기들이다. 버려도 되는 것들로 주섬주섬 짐을 싸는데 내 정신은 엄마랑 애들까지 양성이면 어쩌나 두려움만 가득하다. 내가 옮은 거야 ‘맥주 호록’ 내 의지이지만 내가 옮기는 건 이건 정말 몹쓸 짓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최고조로 다다르고 밥도 물도 먹히지 않은 채 멍하니 창 밖을 본다.
보건소로 검사 받으러 갔다가 돌아온 아이들 손에 마스크가 들려 있다. 집집마다 문고리에 하나씩 걸려 있더란다.
해가 넘어갈 때 즈음 구급차라며 내려오라고 연락이 온다.
짐 싸들고 나가는 나를 볼 수도 없는 애들에게 미안하다고 꺽꺽 울음을 참은 채 말하며 집을 나서는데 대문 앞에 주차위반딱지같은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우리 아파트의 한 주민이 코로나 검사 후 양성 판정을 받았고 주출입구와 엘리베이터 복도 방역을 실시했다. 블라블라”
주홍글씨가 이런 건가.
어두운 서울 밤길을 쌩쌩 달려가는 구급차 뒤에서 오만잡생각이 뒤얽혀서 내 목을 죄어 온다.
이때까지 내겐 어떤 코로나 증상도 있지 않았다.
나와 정확히 2.5m 간격을 둔 방호복입은 의료진은 내게 생활수칙등과 자가측정기계들을 전해주고 A동 314호로 올라가라고 말한다. 목걸이형 카드키는 검사받으러 올 때 필요한 카드키이고 방에 들어가면 의료진의 안내가 없을 땐 절대로 밖에 나올 수 없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총총히 사라진다.
캄캄한 방에 불을 켜니 싱글침대 두 개 책상 두 개 냉장고 하나 TV 한 대 그리고 큰 박스와 생수, 그리고 큰 흰 통이 놓여있다. 격리시설 올 때 준비품이라고 바리바리 싸왔는데 서울시 제공 박스를 열어보니 침구부터 시작해서 욕실용품 청소용품 믹스커피 녹차 컵라면 등 살림살이가 한가득이다.
아직은 혼자이기에 침대를 고르고 정리하고 침대 끝에 걸터 앉으니 여기가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이건 꿈인가 이게 무슨 일인가 애들이랑 엄마는 검사결과가 언제 나올까 양성이면 밤에 전화오고 음성이면 다음날 문자로 알려준다는데 전화 오면 어떡하나 갖은 생각에 복잡한 마음이다.
이렇게 나는 태릉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게 됐다.
20201129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다행히 밤에 애들한테서 연락이 없어서 약간의 희망이 생겼지만 여전한 불안감에 뒤척이는데 오전 6시30분에 자가평가문진표를 기록하라는 톡이 온다.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호흡수를 매일 하루에 두 번씩 의료진에게 url로 보내줘야 한다. 기계들을 익히고 보이는 숫자 적어 보내고 나니 아침식사가 온다. 매 끼 도시락은 방 문 밖 트레이에 올려지는데 안내방송이 나오면 얼른 가지고 들어 와야 한다.
여기는 롯데푸드에서 도시락을 주관하는 지 아침식사는 롯데제품들로 샌드위치, 인스턴트죽, 편의점김밥이 나왔다. 한 끼 맞다. 헤비급 양이다.
여기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음식물 재활용품 일반쓰레기 할 것 없이 모두 폐기물통에 버려야 한다. 그 폐기물 통은 하루에 한 번 수거되고 새 통을 다시 받는데…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 음식물도 그렇지만 플라스틱 양을 보면 아아 나 하나로 지구가 또 망가지는구나 싶은 죄책감에 안 그래도 무거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식사를 줄여달라 늘려달라 주문할 수 없는 시스템이고 일단 이 방에 들어온 것들 중 쓰레기는 무조건 폐기물처리이다. 이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폐기되는 건지 심란해진다.
이 곳에 들어오니까 갑자기 기침이 나오고 콧물이 조금 더 나오는 것 같고(나는 알레르기비염환자) 목도 칼칼한 것 같다. 등도 아픈 것 같고 뭔가 하나씩 막 발생하는 기분인데 오전에 첫째아이 전화가 온다. ' 음성이래요.'
처음으로 엉엉 울었다. 집에서부터 참은 울음이다.
콧물나올까봐 부러 참은 눈물이였고 애들이랑 엄마 검사결과 전에 울면 괜히 재수없을까봐 어젯밤도 참았던 눈물인데 음성이란 말에 그냥 눈물이 팡 터져버린다. 엄마도 음성. 그러나 자가격리 2주라고 한다. 음성이여서 감사한데 너무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고 또 울음이다.
어르신들은 내가 음압 장치가 있고 산소 치료받고 막 그런 병실에 가 있는 줄 알고 걱정이 태산이시다. 하지만 여긴 생활치료센터. 약도 필요할 때 아니면 안 준다. 주사? 그런 거 없다. 여기서 의료진을 만난다는 건 내 증상이 심해졌다는 그러니까 굉장히 안 좋은 이야기이다. 여기서도 나와 같은 사람을 환자가 아닌 입소자라고 말한다. 기숙사같은 곳에 갇혀 있는 그런. 너무 겁을 내셔서 내가 오히려 어르신들을 달래는 형국이다.
X-ray 검사하러 오라는 안내에 검사를 받고 오니 옆 침대 새로운 입소자가 들어와 있다. 활달하고 스스럼없는, 나보다 어린 직장인이다.
옆사람도 가족들 모두 음성이고 회사사람들도 음성이라고 자기만 확진자라고 한다. 여기 오기 전에 5일쯤 몸살감기로 병원약을 먹으며 너무 고생을 하다가 검사를 받고 확진판정을 받고 왔다고 하는데 자긴 어디서 감염된건지 모르겠단다.
오후부터 눈이 화끈거리고 머리에 바위가 올려진 것처럼 묵지룩한게 지끈거린다.
난 타이레놀 성분이 듣지 않아서 혹시 몰라 집에서 가져온 딱 하나의 이부프로텐을 먹고 안정을 취한다고 누워있는데, 사실 할 수 있는게 먹고 자고 눕고 가끔 움직이고 뭐 이런 것 뿐이다. 좀 지나니 두통과 눈 화끈거림이 나아지고 머리가 가벼워지니 금세 잠이 온다. 꽤 숙면이다.
20201130
첫댓글 글월에
머물다갑니다~
항상건강하셔요~
어부박님 하모니카는 지금도 열심히 부시죠?
찬양 들려주시던 모습 눈에 선 합니다
궁금했었어요 걸리면 어떤 절차가 있나하고...
아....이렇게 하는군요.
읽으면서 맘속으로 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내가 저 병실에 가지 안아서.)
우리 모두 조심해서 이겨냅시다.^^~^^
좀 심각 한건 안올리고 싶어도 한번쯤은 알아두는게 싶어 올렸어요 감사!.
면역력에 좋은 음식 챙겨먹고
혼자라도 걷기운동하고 조심하고
2~3개월 이겨내면 희망이 있겠지요 승리합시다~
희망을 가지고 봄을 기다려 봐야지요
백신에 치료제 보다 코로나 물러 가길요.
아
이거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가족이 음성이 되어 얼마나 기뻤을지
무사히 나았다니
천만다행이지만
부디 아무 일없이
지나가길!
요즘은 가족이나 자주만나고 친한 분들게 미안치 않기위해서도 걸리면 안됩니다..ㅎ
남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정말로 조심해야합니다
우리 모두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빌수밖에요
그제 지인이 코로나로 가셨는데
아무도 못오고 오직 직계 가족만 외롭게 장례 치렀다네요.
좋은정보 잘 읽었습니다. 이런때에 가족이외 다른사람을
만나는 일은 최대한 없어야 될줄 압니다.
그런데 타카페 동아리 에서는 모임공고 글을
수시로 올리는것을 보면 그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우리는 건강한 사람 끼리니 하고들 모이는 거지요
빨리 증상이 안나타날때 문제가
되는듯 합니다 3단계 될까 염려되네요.
외국에서 들어온 아들네 식구세명이 음성판결 어제 나왔어요 얼마나 맘졸엿는지 ㅉㅉ
다행이네요
가족모두의 문제고 염려니 축하드려요.
아이구, 코로나~ 코로나~
눈만 뜨면 온 세상
코로나 이야기....
방심하지 말자겠지요
이런상황에서도 일기를 써 주신분께 감사를 드리네요
울 카페 에서도 검사받고들 음성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라겠지요.
누구나 할것없이 조심해야 겠습니다.
잘 읽어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날 되세요.
가까이 와있으니 방심하지 말고 조심 하자 겠지요
오늘도 만보이상 걷고왔네요.
우리 모두 코로나19 조심해야 겠지요
머물다 갑니다~~~
날마다 좋은날로 웃음 가득하시길요.
장문의글 잘 읽었습니다. 글중에 친구가남긴 맥주를 호록 마셨다는예기가 나오는데 "억수로 운수가 없는 남자" 가 생각 되네요.
술은 물론이고, 안주도 같은 그릇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몰라 자세히 읽어봤는데,
대상자는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상상만해도 감이 갑니다
코로나19엔 너,나 가족도 따로 없는것 같습니다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겠습니다.
설마 하게 되죠
이론과 실제는 그리 잘 안 되거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