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류윤모
서리서리 감긴 비단 한 폭 풀어 던져
구비구비 강을 이루고
비단을 조근 조근 뜯어 먹으며
금강의 은어 떼는 자라나니
숙명의 심장 박동으로 서사는
굽이치고 헹가레 치며 흘러내려와
오늘에 이르렀나니
두근 두근거리며
흐느낌으로 살아 숨 쉬는 금강
탐관오리들의 포악질에
어금니 악문 신음소리로 견디고 견디다
성난 물줄기 잡아 돌려 한양 땅으로 반역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있었던가
반역을 불온 이라 쉬쉬 하는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잡것들이 민의를 받들지 못하고
토색질과 가렴주구를 일삼는다면 언제든
순순한 물살도
성난 황토내로 변해 일거에 쓸어버린다는
역사적 교훈
동쪽 하늘을 찢어
저마다 괭이자루 쇠스랑, 부삽 들고 떨쳐 일어난
황토내의 반란
천하고 무식한 것들이라 깔보지 마라
그 잘났다는 법을 전공했다는 치들이 법을 유린하고
많이 배울수록 상 도둑놈이 되는,
여야 구분조차 무의미한 깜깜이 속내의
나라 망쳐먹는 데나 골몰하는 그딴 유식보다는
차라리 가방끈 짧은 무식이
더 생산적이고 죄를 덜 짓고 사는 부류들 아니겠는가
유려한 비단 강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 서사의 ,
무릎 뼈가 부서지고
살점은 튀고 흩어져버린 녹두의
푸른 정신만은 살아
흐느낌으로, 흐느낌으로 오늘에 이르렀느니
수운 최제우도 최시형도 전봉준도 한줌의 흙이 되었건만
몰각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했든가
오늘날까지 비단 금침에 누워 호의호식하는
한양의 권부라는 대척점에
무명 베 폭에 피로 쓰는 이글거리는 분노는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시간의 물결이 되어 흐르고 있나니
강이 왼쪽 오른쪽 편 갈라 흐르든가 허망한 이념을 말하든가
언필칭, 한 사람 한 사람을 곧 한울님으로 섬기는 나라
하늘빛을 닮은 나라를 이루겠다는 약속은
한숨의 반복학습효과일 뿐
역할을 역할하지 못하니 성난 강은 언제든 터트려버릴 한방
때를 가늠하며 노여움을 화약처럼 쟁여두고 있나니
담론은 길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
피로 물든 금강의 서사가
낙조 속에 얼핏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간다.
대동강물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治者들은 강을 팔아 음습한 돈줄을 거머쥐었고
걸핏하면 국민 팔이의 잡것들이 강을 떠 받든다면서
도리어 강물을 흐려놓는
한 줌 밖에 안되는 근심꺼리 미꾸라지들이
팔도강산을 온통 구정물 투성이로 만들고 있구나
잊지 마라 결코, 억눌리고 억눌린 강은 견디고 견디다
황토 내가 되어 멍석말이로 쓸어버린다는 엄중한 사실을,
오늘도 빛나는 금강은
유장한 서사를 싣고 면면히 흐른다
*구비구비- 굽이굽이의 비 표준어
류윤모
출생경북 상주시 출생. 2008년《예술세계》등단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사랑하라 벼랑위의 목숨들처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