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일반독일국민들 이야기는 아닙니다. 독일 식자층들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찌질이들과 달리 진지하게 한국을 연구하는 이들이 꽤 됩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간 나라가 독일일 겁니다. 주로 인문학에 치우친게 문제지만. 분단국가였기에 한국의 행보에 관심이 있습니다.
동독시절 북한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김일썽과 호네카는 호형호제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유학, 기술교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결과 구동독에는 북한에도 없는 북한에 관한 엄청난 규모의 고급문서자료들이 (독일어로 된)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딘가에 통일독일정부의 기밀자료로 봉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자료들은 통일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수준의 것들이라고 합니다. (에효 한국외교는 뭘 하냐? 독일에 통일연구소 하나 세우는데 대체 돈이 얼마나 든다고....)
이런 독일과의 인연은 아마도 이분이 시작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말로 치면 한류의 원조라고 불리울만한 분이시죠.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이미륵 (이의경) 선생님이십니다. 경성의전 의대생으로 3.1운동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쫓기다가 중국을 통해서 독일로 망명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귀국 못하시고 거기에 묻힌 분이죠. 독일에서도 의학공부 하다가 나중에 동양학자로 한국을 비롯한 동양사상을 강의하는 분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사망 몇년전 한국을 그리워 하며 쓴 책이 바로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입니다. 원래 이 책은 독일어로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수십년동안 독일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었습니다. 책 분량은 짧은 편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문장마다 두고 온 고향산천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절절이 배어 있습니다. (<-라는 표현이 뭔지 모르신다면 이 책 읽어 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사후 전혜린이라는 분이 한국에 이분의 존재를 알리면서 한국말로 번역을 하셨지요. (이미륵과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지금 50대 이상 문학청년 노릇 했던 이들이면 아주 친근한 이름입니다.) 부끄럽지만 어렸을 적 제 책꽂이이에 10년 동안 먼지만 묻은채 있었습니다. '압록강은 흐른다' 라는 제목이 너무 구닥다리라서요.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 하던 이야기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손에 들고 읽으면서 뭉클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다음 부터 외국인들을 만나면 종종 이 책을 선물해 줍니다.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The Yalu Flows.)
이 책 마지막은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부음을 듣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 이분도 세상을 떠나지요.(1950) 1919년 조국을 떠난 뒤 고향산천으로 돌아가기를 그토록 염원했지만, 해방 후 한국은 남북으로 갈려서 전쟁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돌아갈래야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분 고향은 황해도)
일제 치하 망명객 생활 동안 이미륵 박사님이 독일에서 편하게 지내신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학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독일은 나찌즘의 광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망명객 신분인지라 심각하게 반나찌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반나찌 지식인들과 지내며 히틀러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많은 독일학인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분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이미륵 박사님이 기차여행 중에 어떤 독일인과 합석을 하게 됩니다. 그 독일인은 아마도 히틀러의 맹렬한 추종자였나 봅니다. 히틀러의 위대함에 대해서 수십분 동안 열변을 토합니다. 이미륵 박사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주의깊게 경청을 합니다. 마침내 그 사람이 입을 다물자. 이미륵 박사님이 다시 되물었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도대체 누구요?"그러자 그 사람은 기가 막히다는듯이 "아니, 히틀러를 모르다니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요?" 그러자 다음 한마디로 상대방은 물론 기차안을 숙연하게 했다고 합니다. "나는 독일에서 왔소."
@그리고 아래 노다지님이 언급하셨는데요...기억은 안나지만 옛날 어떤 월간지에서 나온 공식통계에 의하면 6.25 이후 액수로만 따지면 한국원조/차관 1위가 미국이라면 2위가 독일입니다. 그리고 3위가 일본입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도 독일 쪽 자금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들 미국선교사가 만든 것으로 알더만요.) 숫자는 거짓말 안합니다. ^^ 아, 그리고 80년대 재야활동을 지원해준 것도 바로 독일교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생색 한번 안낸 이들이 독일사람들입니다.
"6.25 이후 액수로만따지면 한국원조/차관 1위가 미국이라면 2위가 독일입니다. 그리고 3위가 일본입니다" ->(태클아님)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경제 개발 1차계획 기간에만 독일이 2위.그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부터는 일본이 계속해서 2등이더군요.http://fes.or.kr/index_kor/kpub/mono/PK1999.htm
저도 그거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세브란스도 가보면 어딘가에 있습니다.////아,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그후에도 꾸준히 제공하네요. 또, 위 통계엔 무상원조는 안나와 있죠. ^^ 교회쪽 (연세대의 경우처럼)으로 꽤 많은 돈이 들어왔답니다.
토인비의 회고록중에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두번 패망한 독일은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번 패망한 일본은 모르겠다..>이런 의미의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독일을 보면 유럽 국가들 특유의 오만, 독선 이런 부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많이 엷어져 있다는 걸 느낍니다
개인들의 경우에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일어난 사람들이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겸손해지고, 타인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커지죠. 민족적 자존심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봤던 독일의 역사적 경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성적이고 타국가에 대한 배려를 가능케 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독일은 꼭 우리하고의 관계때문이 아니라도 가까워질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 생각합니다. 배울점도 많고 자신들의 뛰어남이 오만과 독선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할 만한 역사적 경험도 있으니까요. 독일의 크나큰 과오이긴 하지만, 나찌와 홀로코스트의 이미지가 민주화된 현재의 독일을 너무 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댓글 님을 비판하는게 아니구요, 마침 독일 글 쓰려고 하는데 마침 따귀를 때려주셔서 ^^ 빙자해서 올린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
아 그렇군요. 괜히 말싸움이 날것같아 그냥 제 리플 지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
좋은 정보군요. 감사합니다.
한국과 "형제의 나라"는 터키가 아니라 독일... ㅡ_-)a
형제국가는 많을 수록 좋죠. ^.^
터키는 그 명예 살인.. 이런 이슬람 악습만 없어진다면.. 여권이 낮아서 남자가 보기에도 안타까운데..
님의 글은 .. 확실히 길군요...
"6.25 이후 액수로만따지면 한국원조/차관 1위가 미국이라면 2위가 독일입니다. 그리고 3위가 일본입니다" ->(태클아님)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경제 개발 1차계획 기간에만 독일이 2위.그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부터는 일본이 계속해서 2등이더군요.http://fes.or.kr/index_kor/kpub/mono/PK1999.htm
앗..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아니라 연세대 공대 아닌가요? 구공대 건물 로비에 보면 중앙에 기둥이 있는데 그곳의 금속판위에 '이 건물은 독일연방공화국에 의해 지어졌음' 이라고 써져있던데요
저도 그거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세브란스도 가보면 어딘가에 있습니다.////아,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그후에도 꾸준히 제공하네요. 또, 위 통계엔 무상원조는 안나와 있죠. ^^ 교회쪽 (연세대의 경우처럼)으로 꽤 많은 돈이 들어왔답니다.
독일지식인층은 대한민국에 불만이 좀 남아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나라 검찰이 30년전에도 한건하고 몇 년전에도 한국 엿먹이는데 크게 한건했죠.
아..생각보다 독일하고는 인연이 깊군요! 전 그냥 독일언론이 한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기사들을 많이 실는것 같길래 대충 호감만 갔었는데, 독일이 더 좋아지네요^^ 독일어 공부해볼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o'
독일이 우리나라를 맹목적으로 편들어주는게 아니라 비판할건 비판해주면서 애정을 갖고 관심 가져주는 듯해서 고맙네요.저두 독일 좋아요^^
아. 전혜린씨 좋죠. 전혜린씨 에세이 읽으면 꼭 한 번 독일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살아 계시다면 주옥 같은 글들을 더 많이 쓰실 수 있었을 텐데, 왜 자살을 택하셨는지. ㅠㅠ
토인비의 회고록중에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두번 패망한 독일은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번 패망한 일본은 모르겠다..>이런 의미의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독일을 보면 유럽 국가들 특유의 오만, 독선 이런 부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많이 엷어져 있다는 걸 느낍니다
개인들의 경우에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일어난 사람들이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겸손해지고, 타인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커지죠. 민족적 자존심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봤던 독일의 역사적 경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성적이고 타국가에 대한 배려를 가능케 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독일은 꼭 우리하고의 관계때문이 아니라도 가까워질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 생각합니다. 배울점도 많고 자신들의 뛰어남이 오만과 독선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할 만한 역사적 경험도 있으니까요. 독일의 크나큰 과오이긴 하지만, 나찌와 홀로코스트의 이미지가 민주화된 현재의 독일을 너무 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Ji-Sung Park from south korea
제생각도 habi님과 비슷한데. 독일이 우리편인게 아니라 독일자체가 냉정한 사고가 되는나라 입니다. 우리나라를 좋아한다기 보다 우리나라랑 일본 비교해보면 당연히 일본 잘못한게 많으니깐 일본비판하고 한국편 드는게 아닌가 싶네요 .. 일본이 잘못한거 뻔한거니...
그리고 자신들의 과거처리 방식이 일본에 비하면 도덕적이고 올바른것이라고 광고하기에도 좋을것 같네요. 지금 독일과거청산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천사니깐..
독일인간 아시아 조낸 무시한다. 이것들아. 아리안 민족최강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