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하느님의 자녀, 빛의 자녀
어렸을 때 TV에서 더빙한 미국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방영됐다. 거기에서 주일에 온 가족이 검정 정장을 갖춰 입고 교회에 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 주중 가장 중요한 가족 행사 같이 보였다. 지금 교회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신앙이 약해진 걸까? 그때 사람들은 신앙이 깊어서 그랬던 걸까? 신앙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에 관한 문제일 거 같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다양해졌다. 교회 생활이 아니더라도 삶의 의미를 찾고 또 위로와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은 많다.
종교나 교회 생활과 신앙은 같지 않다. 성당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그가 신앙이 약하다거나 심지어 나쁜 사람이라고 여길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이 거룩하신 거처럼 거룩해져야 하고, 예수님의 친구요 형제자매로서 예수님처럼 산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이유, 삶의 의미다. 그 삶은 사랑의 생활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거다. 그런 마음과 삶의 태도로 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한다. 그런데 성사 생활 없이도 그런 봉사와 희생하는 마음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오늘 첫째 독서 에페소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요약해 주는 거 같다. 우리는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한다.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한다는 건 자신의 삶을 살아있는 제물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우리는 감사하는 말만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룩하게 살라고 세례받고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들끼리만이라도 불륜이나 온갖 더러움이나 탐욕은 입에 올리는 일조차 없어야 한다. 추잡한 말이나 어리석은 말이나 상스러운 농담처럼 온당치 못한 것들도 마찬가지다.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깨어 있어야 한다. 세례받기 전에는, 예수님을 사랑하기 전에는 그럴듯한 주장을 따랐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이들과 상종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이다. 그러니까 부활 성야 전례 때 그리고 세례받을 때 부활초에서 전해 받은 촛불을 들고 서약했던 대로 우리는 빛의 자녀이니 빛의 자녀답게 살아간다.
예수님, 제 믿음은 사실이고 진리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입니다. 주일만이 아니라 매일이 안식일이 되게, 이 땅에 사는 하늘나라 시민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목숨보다 귀한 이 신앙을 모든 유혹으로부터 지켜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