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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죽어있는 넓적부리도요 |
지난 9월 8일,
새만금갯벌에 찾아온 도요새ㆍ물떼새를 조사하기 위해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앞에 섬으로 드러난 갯벌에 들렀다. 안내를 맞은 닐 무어스 대표(새와 생명의 터), 새 관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두 명의 영국인과 동행을 했다.
이곳은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전엔 사리 때 이면서 만조 때면 전체 갯벌을 뒤덮어 옥구염전 지역으로 이동을 하였으나,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로는 바닷물이 다 차지 않아 갯벌이 공기 중에 노출된 상태로 말라가고 있었다. 물갈퀴가 없는 많은 도요새ㆍ물떼새들이 바닷물이 들어올 때면 이곳으로 몰려들어 와 먹이를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방문한 날에도 대략 2만여 마리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조사를 시작하였는데,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갯벌이 들어난 곳으로 도요새ㆍ물떼새들이 이동하여 먹이 사냥에 한창이다. 망원경을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자, 좀도요와 민물도요가 먹이를 먹기 위해 연신 갯벌을 부리로 쑤셔댄다. 몇 차례 부리를 갯벌에 꽂더니 갯지렁이를 뽑아낸다. 옆에 있는 새들이 달려들어 먹이를 뺏으려 하자, 잰걸음으로 달아나면서 재빨리 목구멍으로 넘긴다. 맛있는지 부리를 오물오물 거린다. 제법 큰 갯지렁이를 찾으려는지, 송곳부리도요 수백 마리가 무리지어 갯벌을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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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옥구읍 어은리앞에 드러낸 섬지역의 갯벌에서 도요새․물떼새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
새들의 깃털들이 봄철 보았던 색깔과는 많이 달라졌다. 민물도요는 배 부분에 있던 검은색 털이 많이 사라졌다. 바닷물이 빠져 나가자 새들이 새로 들어난 갯벌로 이동을 한다. 새들이 있던 자리로 다가가자 조금 전에 갯벌을 뒤졌던지 부리자국과 발자국이 가득하다. 그런데 갯벌에 구멍이 너무 많이 줄지어 뚫려있다. 먹이가 많지 않은지 먹이 찾는 성공률이 낮은 모양이다.
특히 오늘은 넓적부리도요를 찾기로 하였다. 두 분의 영국인이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 사촌을 관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넓적부리도요는 그 생김새가 특이 하여 외국 관찰자들이 상당히 관심있는 새라고 한다. 좀도요 크기 정도이면서 부리 끝이 주걱모양으로 생겼다. 좀도요와 혼동하기 쉽다. 대략 참새 정도의 크기이다. 전 세계에 단지 750쌍 정도밖에 없단다. 봄철엔 전문조사자들과 함께
새만금 지역에서 34마리 발견하였다. 몇 년 전에 한국의 새조사자가 250마리까지 발견했단다.
그런데 오늘 넓적부리도요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몇 시간째 이리 저리 자리를 옮기면서 갯벌을 뒤져 보는데도 말이다. 봄철에 많이 관찰되었던 붉은어깨도요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대부분 좀도요와 민물도요다. 꼬까도요, 왕눈물떼새, 큰왕눈물떼새, 흑꼬리도요, 뒷부리도요도, 중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도 보이지만 민물도요 개체수 보다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여름철새인 중대백로, 쇠백로, 외가리 등 백로들도 보인다. 선외기 배로 넘겨주던 선장님과 12시에 만나기로 하였지만, 넓적부리도요를 보지 못했다. 영국인 두 명과 닐 무어스 대표는 얼굴이 굳어져 갔다.
걸어서 이동을 하던 중 많은 쓰레기들이 갯벌에 쌓여 있다. 장마 때 상류에서 떠내려 온 모양이다. 플라스틱통은 물론 농약병, 스티로폼 등 너무도 많다. 그런데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갔던 가장자리에 죽은 새들이 듬성듬성 나뒹굴고 있지 않은가. 좀도요, 민물도요, 붉은어깨도요 등이 대부분이다. 먹이를 제때 먹지 못했는지, 아니면 병이 걸렸는지 알 수가 없지만 제법 많다. 죽어있는 외가리와 갈매기도 몇 마리 보인다. 먹이사냥도 잘하고 환경적응을 잘 하는 새인데도 말이다. 흰뺨검둥오리도 한 마리 있다.
배로 나가기로 한 시간을 오후 4시, 다시 오후6시로 두 차례 변경하였다. 오후 4시가 지나자 바닷물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다. 새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좀도요들이 바로 5m 전방까지 다가왔다가 놀라 달아난다. 한참 새들을 보고 있는데, 붉은가슴도요 한 마리가 왼쪽다리 윗부분엔 흰색 가락지를 아랫부분엔 검은색 가락지를 끼고 나머지 10마리와 함께 먹이를 먹고 있다. 닐 무어스씨에게 보라고 하자, “Good Good"을 연발하며 중국남동부 지역에서 올해 가락지를 끼운 것이라고 한다. 찾기 힘든 경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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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좀도요 |
바닷물이 무릎까지 차오르자, 바닷물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갯벌로 새들이 이동을 한다. 새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저만치 몇 마리의 새가 죽어있다. 한 작은 새 앞으로 다가갔다. 부리 끝이 넓적하다. ‘넓적부리도요’다. 거의 하루 종일 살아있는 새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죽은 새를 발견한 것이다. 몸통은 이미 많이 썩어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던 닐 무어스 씨에게 급하게 전화를 했다. 다른 두 영국인과 함께 다가와 심각한 얼굴로 들여다 본다. 탐조를 온 한 여성 영국인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죽은 새를 들어올린다. 그래도 살아있는 넓적부리도요를 찾기로 하고 다시 새들이 날아들어 무리지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한 무리의 좀도요가 날아와 물가에 내려 앉는다. 우리들은 자세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뜻 무리 사이로 특이한 먹이 사냥을 하는 녀석이 보인다.
다시 자세히 보니, 부리를 휘젖기도 하면서 좀도요와 다르게 먹이 사냥을 한다. 부리부분을 자세히 보았다. 넓적하다. 몸집도 제법 둥글둥글 하다. ‘넓적부리도요’다. 드디어 찾았다. 닐 무어스씨에게 확인해 보라고 하자, 우리말로 “그래요?”하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Great! Good!”을 연발한다. 두 명의 영국인도 들여다 본다. 그동안 굳어져 있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Thank you!"라고 연발한다. 다행이다. 하루 종일 갯벌에서 쉬지도 못하고, 서서 새들을 보았는데 이제야 찾은 것이다.
이 새 주변을 자세히 확인하던 닐 무어스씨가 세 마리가 더 있다고 말한다. 이로써 이날 넓적부리도요 네 마리를 확인한 것이다. 바닷물이 더 들어오자, 또 다시 도요새ㆍ물떼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올라 하늘을 선외하다가 멀리 떨어진 지역의 갯벌로 내려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날아오르면서 아름다운 군무가 펼쳐진다. 우리 모두 황홀해져 하늘을 멍하니 쳐다본다. 점점 해가 떨어지자 구름이 하늘에 가득해 진다. 어둠이 제법 밀려왔다.
오후 6시쯤 아쉽지만 선외기에 올라타 어은리 마을로 향했다. 배를 타고 포구로 나오면서 죽어있던 20여마리의 새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더 이상 새들이 죽지 않고
새만금갯벌에서 안전하게 머물다가 충분히 먹이를 먹고 월동지로 떠나길 빌면서 어두어져 가는 갯벌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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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다시 들어오자 날아오르는 좀도요와 민물도요들 |
새와 생명의 터-AWSG 공동, 새만금갯벌에 찾아온 도요새ㆍ물떼새 조사와 워크숍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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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서울 성공회대에서 ‘2006년 새만금 도요새․물떼새 모니터링 프로그램(SSMP)’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지난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새와 생명의 터’(닐 무어스 대표)와 ‘호주ㆍ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대니 로저스 박사)’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SSMP(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함께 서울 성공회대, 인천 인하대, 전북대에서 세 번의 워크숍을 통해 봄철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도요새ㆍ물떼새를 조사할 수 있는 최적시기인 가을철 만조 때를 맞추어 3∼4일간 새만금갯벌과 금강하구 장항ㆍ유부도갯벌에서 직접 조사하였다. 도요새ㆍ물떼새들은 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월동지인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등에서 번식지인 중국 동북부, 캄차카반도, 시베리아, 알레스카까지 8천~1만2천km까지 매년 두 번씩 이동하는 국제이동 철새로서 이동 중 황해지역에서도 새만금 갯벌을 가장 많은 개체수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해 왔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나라만이 아니라 이들이 이동 중에 들르는 지역 모두가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관심 대상 종이었다. 23일 오후3시 서울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30여명이 모였다. 먼저 발표한 닐 무어스 대표는 “새만금갯벌은 철새인 도요새ㆍ물떼새의 ‘동아시아-오스트렐리아지역 이동 경로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중 가장 많은 개체의 집결지이여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며, 이 같은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새만금갯벌에 찾아오는 도요새ㆍ물떼새의 종수와 개체수의 변화, 다리에 표식을 부착한 새 확인, 그리고 이들의 생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올해 봄철(4월~5월)에 이어 2008년까지 3년간에 걸쳐 단기간에 많은 개체가 찾아드는 봄철에 집중 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 조사 보고서를 통해 더 이상 금강하구 갯벌이 매립되지 않고, 새만금갯벌에 다시 해수가 유통되어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조사 보고서를 2008년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람사회의에 제출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봄철 조사결과를 발표한 대니 로저스 박사는 “봄철(4월15일~5월17일) 조사 때 도요새ㆍ물떼새 56종이 조사되었고, 이중 국제적으로 중요한 종이 23종 조사되었다. 개체수는 새만금갯벌에서 192,872마리, 금강하구에서 80,281마리, 곰소만에서 1,025마리 등 총 261,084마리가 조사되었다. 특히 붉은어깨도요가 전 세계개체수의 30%, 검은머리물떼새가 15%, 중부리도요와 큰뒷부리도요, 뒷부리도요, 왕눈물때세, 알락꼬리마도요가 5%에서 15%, 그리고 넓적부리도요가 5%, 청다리도요가 14% 조사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새만금갯벌을 많은 도요새․물떼새들이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대니 로저스 박사는 “이들 새들이 이동 중 중간기착지에서 3~4주 동안 쉬면서 먹이를 충분히 먹고 체지방을 늘리는데 갯벌을 최적의 장소로 이용하는데 그중에서도 만경강과 동진강이 흘러들어 갯벌과 만나는 하구갯벌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풍부한 먹이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새만금갯벌이 단지 한국에서만이 아닌 국제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주는 과학적인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하겠다. 한편 김제 거전갯벌, 서천 유부도갯벌과 장항갯벌, 그리고 어청도를 방문 조사하였고, 영국대사관을 방문하여 호주, 네델란드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새만금갯벌의 국제적인 가치와 SSMP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2008년에 개최될 람사회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UNEP/GEF 황해광역해양생태계보전사업’을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지양히양씨와 엔도씨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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