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어느날 우연히 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의 섬은 꼬리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태국의 몰디브란다. 몰디브? 앞으로 50년 후면 가라앉는다는 몰디브가 태국에도 있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거다' 싶었다. 몰디브라도 못간다면 내 지금 당장 태국의 몰디브라도 가리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파라다이스 꼬리뻬>
2009년 그때 당시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다. 남들은 스펙에다가 토익 공부한다고 도서관에만 있었는데
난 그들과 달랐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꼭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4학년 2학기 때 학업 보다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면서 돈을 모았고 그렇게 한 달 동안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갈 수있었다.
그때 당시 베트남 항공이 특가가 나왔다. 여행은 12월 출발인데 9월달에 미리 사놓았었다. 그때 텍스까지
포함해서 27만원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싼 가격에 여행 잘 갔다온거 같다.
내 여행 일정은 하노이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태국 그리고 라오스를 여행했다. 태국 간 이유는 당연히 꼬리뻬 때문에!
사전에 '태사랑'에서 동행을 구해서 같이 꼬리뻬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사에서도 꼬리뻬는 처음보내 본다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기대가 된다. 도대체 어떤 섬일까?
방콕에서 빡빠라라는 태국 남부까지 버스를 타고 주구장창 달리기만 했다. 12시간 정도 걸렸던거 같다. 내가 섬 하나
가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다니!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빡빠라에서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꼬리뻬로 향했다. 꼬리뻬 가는데 거의 하루 걸린 듯. 스피드보트 안에는 외국인이
많았다. 나 역시 외국인이지만 백인들이 어찌나 많던지.

<꼬리뻬로 향하는 스피드보트>
그렇게 1시간쯤 달렸을까 정말로 에머랄드색의 바다가 펼쳐졌다.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 흑흑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바다는 처음 봤다. 같이 동행한 언니들도 너무 이쁘다며 감탄사 연발.
지금도 꼬리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에머랄드 빛 바다.

<그립구나 꼬리뻬여>


리뻬에 갔을 때가 12월달이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어서 그런지 물가가 많이 비쌌다. 방콕에서 먹는 음식값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방콕에서는 부르주아였던 내가 리뻬에선 그지가 되었다. 아무튼 재밌는 사실은 리뼤를 떠나고나서
빡빠라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식사였다는 것. 육지에 도착했을 뿐인데 밥 값이 너무 착해^_^
꼬리뻬는 말레이시아 쪽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다. 말레이시아 서부에 랑카위라는 섬이 있다. 랑카위에서 1시간 정도?
스피드보트를 타면 꼬리뻬에 도착한다고 한다. 나중에 랑카위 가시는 분들은 꼬리뻬 꼭 한 번 가보시길. 개인적으로
랑카위는 가보지 않았지만 사람들 말로는 꼬리뻬가 훨씬 낫다고 한다.
꼬리뻬는 그렇게 큰 섬은 아니다. 사진에 보이는 에머랄드색의 바다는 선라이즈 비치다. 선라이즈 비치가 제일 이쁘다.
그냥 감동. 설명 못해요 못해!


<노을도 어쩜 아름다운지>
섬에서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냥 바다 보고 멍 때리고 멍 때리다가 물 놀이하고. 그야말로 청~산~!
빨리빨리를 외칠 필요도 없다. 그냥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색만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스노쿨링을 꼬리뻬에서
처음 해봤다. 그래서인지 물 속에서 나가질 않았다. 신기하지 않은가? 바다 위에 떠서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원래 계획은 일주일정도 꼬리뻬에 묵으려 했지만 예산이 초과가 될꺼 같아서 일정을 줄였다. 꼬리뻬 주변에도 많은
섬들이 있는데 그곳으로 스노쿨링을 하러 갔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스노쿨링에 익숙하지 않아서 물이 무섭기만 했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맛보기 정도만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질리도록 하고 왔어야 하는건데 후회만 된다.
그저 여행가서는 하고 싶은거 다 해봐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지.
크리스마스 이브를 꼬리뻬에서 보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언니들과 함께 해변에서 맥주 한 잔. 그래도 외국인
들은 산타모자도 준비해 와서 쓰고 다녔다. 그 열정이 대단하구려.



<이 모습을 보고 꼬리뻬에 가기로 결심했었다>
사실 섬 여행이 특별한 것은 없다. 섬에는 휴양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꼬리뻬에 다녀오고 나서 꼬창도 다녀왔는데
섬은 그냥 쉬러가는 곳이다. 사실 꼬창 보다 꼬리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그리고 바다는 기필코 혼자 가지 마시길.
꼬창은 혼자 다녀왔는데 외로워 죽는 줄 알았다. 엑티비티로 스노쿨링도 혼자 하러 갔었는데 외롭기만 하더라. 동행을
만들어서라도 바다는 꼭 2인 이상.
이 사진을 보고 나의 후기를 읽고 꼬리뻬에 가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말씀드리고 싶다. 때론
아무 계획도 없이 여행을 떠나보라고. 내가 꼬리뻬에 있을 당시에 섬에는 한국인이 다섯명 밖에 없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나는 그곳을 사진에 반해서 찾아갔다.
지금은 한국인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꼬리뻬.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보니 섬이 많이 오염되고 산호가 많이 죽었다고 한다.
언젠가 꼬리뻬에 다시 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지구상의 파라다이스 존재에 대해서 인정하게 해 준 곳이다.
태국의 몰디브 꼬리뻬여, 너만은 가라앉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