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사랑 -임정호- (시조)
새색시 볼기처럼 곱게 핀 복숭아꽃
벌 나비 사랑인가 열매가 주렁주렁
햇살에 달콤한 사랑 누굴 위해 익는가.
어머니 사랑인가 아버지 손길인가
폭풍우 견디면서 곱게도 웃는구나.
달콤한 고운 속살은 새색시의 사랑일세.
광주리 담긴 사랑 구슬땀 사랑이고
농심에 땀방울은 속살에 단맛이니
연분홍 복숭아 사랑 아름다운 향기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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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밤하늘 -임정호-
검푸른 밤하늘은 달빛에 젖어들고
곰방대 피는연기 아비의 마음일세
소슬한 바람 소리는 내 마음만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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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 이는 바람 -임정호-
잎새에 이는 바람 석양녘 물들이고
초승달 스멀스멀 밤 풍경 구경 오면
갈대밭 산들바람소리 서걱이며 애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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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술 -임정호-
귀뚜리 울음 따라 그리워 익는 가을
외로움 달래 보려 한잔 술 마셨더니
애꿎은 나뭇잎들 만 울긋불긋 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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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 -임정호-
중년의
삶의 고통
세월아 너는 아니
서러운
내 마음만
삭풍에 울고 있지
담장 위
앙상항 가지
이네 마음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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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간들 어쩌랴 -임정호-
인생에 돛을 달고 뱃노래 하노라니
풍파에 흔들림이 명월도 녹초로고
사공아 닻을 매거라 쉬어간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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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사랑 -임정호-
오뉴월 넝쿨장미 바람 속 님의 향기
달빛 속 너의 모습 영혼에 채워넣고
시림에 속살 베어도 사랑 담아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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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임정호-
팔공산 굽이 올라 정상에 도달하니
석불은 말이 없고 중생만 가득하다
부처야 저 애절함을 굽이 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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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임정호-
푸른 달 가기 전에 그 님이 보고 싶다
여인의 입술처럼 곱다운 원추리 꽃
보슬비 젖은 꽃잎은 배실 배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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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불길 -임정호-
무자년(2008) 설 끝자락 숭례문 검은 눈물
화마가 솟아오라 하늘로 승천하니
도심 속 외로운 영혼 순식간에 잠들다
지나온 임진왜란 국난의 병자혼란
육이오 전쟁터도 견뎌낸 남대문아
민족 혼 잠든 모습을 언제 다시 보겠나
민족의 눈물인가 역사의 울음인가
긴 밤에 서까래는 피눈물 흘리건만
슬픔이 잊히겠는가 무너지는 국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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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닢에 시린 바람 -임정호-
댓 닢에 시린 바람 석양에 잠들이고
길 잃은 철새들은 숨죽어 살아가니
석벽에 노란 원추리 애절하게 피었네
스치는 바람일랑 조용히 놓아두소
힘겨워 붙잡아도 가는 걸 어찌하리
지나간 흔적 속에는 야속함만 남구려
나 두고 떠나간들 그대 맘 편하겠소
미풍에 잔가지는 이네 맘 흔들고서
추풍에 아름다움도 나뒹굴며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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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 땅 -임정호-
울릉도 동남쪽의 돌섬이 독도로세
선영의 겹 메아리 삼봉도(三峯島) 울려놓고
우산도(于山島) 절경 위에는 등대불만 빛난다
갈바람 밀려와도 해 벽은 잠자는데
삽사리 짖는 소리 동해가 밝았구나
사방이 햇덩어리로 청정해역 비췬다
억겁의 세월 속에 해풍은 춤을 추고
햇귀에 쫑깃세운 기봉이 절새로세
백갈맥 비행 시위는 옥빛 영토 천병(天兵) 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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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 -임정호-
울 어매 장에 가서 간 고듸 샀어오니
자식들 봇짐 마중 어매만 쳐다보네
모처럼 환한 웃음꽃 피었다가 시든다
아버지 밥상 위에 노릿한 고깃덩걸
방바닥 바가지에 울 어매 고기대갈
애닯다 가난 속에는 시린 눈물 서럽다
백발이 숭숭하니 어버이 간데없고
밥상 앞 고등어는 서러워 못 먹겠네
어즈버 지난 세월이 갈바람에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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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좋아한들
-임정호-
꽃향기
좋아한들
임 향기 같으리오
국화 향
권주가에
농익은 그리움은
동짓달
끝자락에서
석양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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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마애석북 -임정호-
태화산 기슭아래
자비로운 마애석불
와공이 법당 짓고
혼 제비 날아갈 제
타고난 근기에 따라
천축(天竺)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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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잔 -임정호-
뒤안길 돌아서서 석양에 홀로 앉아
걸어온 발자국을 말없이 돌아보니
수십년 만고풍상[萬古風霜]이 언뜻언뜻 스치고
작은 빛 두 손 모아 시린 바람 막아보니
가진 것 없다 한들 그 누가 손짓하랴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목구멍을 적신다
진달래 울긋불긋 동산에 활짝 피면
산허리 굽이돌아 시 한 수 읊조리며
세파에 시달림일랑 벗어놓고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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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 -임정호-
꽃향기 날아들제 초승달 걸어놓고
그리운 내 님 얼굴 조각조각 그려보니
저리도 부끄러운 줄 이제 서야 알았네
반평생 살면서도 이제야 바라본다
춘풍에 피는 꽃도 향기는 좋다마는
배시시 웃는 당신이 꽃보다도 좋구려
애틋한 그대 사랑 새로이 싹이 돋아
해 뜨고 달이저도 보듬고 살아가세
어즈버 우리 사랑은 만천하에 고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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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임정호-
잘 뻗은 나뭇가지 잘라낸 길손친구
비좁은 오솔길에 앞서며 인도하고
오름길 툭툭 치면서 외길 인생 친구야
지쳐서 포기하다 기대어 쉬고 나면
일으켜 세워주며 길섶 풀 헤쳐주고
세파의 육중한 무게 덜어주는 버팀목
외로운 삶의 여정 벗 아닌 벗이 되어
손 잡혀 함께하며 험한 길 다 가도록
고독한 인생길 속에 버팀목의 친구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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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 임정호 -
태화강 웃음소리 양반탈 너털웃음
강바람 너울대며 노송은 춤을 추고
사공은 금빛 강위에 무정세월 젓는다
부용대 굽어 올라 낙동강 바라보니
호젓한 초가삼간 정겹게 자리 잡고
길손들 맞이하면서 하루해는 저문다,
초승달 저 눈썹은 부네탈 초상인가
남정네 애간장은 아직도 녹는구나
세월아 오늘 하루만 가지 말고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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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처럼 -임정호-
연꽃은 진흙탕서 말없이 고이자라
진흙에 물않들고 세상을 바라본다
고고히 꽃피우면서 연꽃처럼 살아라
연꽃잎 이슬방울 쉬지도 못하구나
오물도 머무르지 못하는 신세로세
연잎에 닿은방울은 굴러 떨어질 뿐로다.
연꽃이 피고나면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는 미풍타고 세파에 가득하다
이렇게 사는 세상이 부처의 세상일까
인품의 짙은 향기 관용에서 나온다
한자루 밝힌촛불 어둠을 가게 하듯
활짝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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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忍冬草) 향기 -임정호-
갈바람 애절하게 추녀에 걸치는데
하늘도 눈물짓고 구름도 울고 간다
현충사 풍경소리는 인동초의 향기로세
조용히 가는 임은 말없이 뉘어 있고
민초들 아우성은 역사 속에 기록되며
어즈버 그대 이름을 잊지 못할 날일세
못다 한 당신 꿈은 후손들 몫이로다
이제는 화합하고 웃으며 살아보자
마지막 모습마저도 신신부탁하누나
가는 길 쉬엄쉬엄 웃음 짓고 가시옵소
추풍에 꽃향기는 민초들의 마음인걸
유유히 모든 것 잊고 한반도에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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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남 -임정호-
땅거미 해거름에 고향마당 찾아가니
맨발로 뛰쳐나와 두 손잡고 반겨주네
장작불 연기 속에는 정겨움이 넘친다
지나간 옛 추억은 모락모락 피어나고
솔향기 이슬바람 둥근 달을 토해낸다
청명한 달빛 속에도 부신 눈이 좋구려
강가에 벌레 소리 갈바람에 스며든
얼큰한 매운탕이 주안상에 울려지니
가는 밤 풀벌레 소리 구름 속에 잠이 든다
여명에 내린 이슬 가을볕을 싫다 않고
구름에 숨어 살짝 얼굴 비춰 흘러간다
반가운 만남도 잠시 작별시간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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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향기 - 임정호 -
땅거죽 힘을 받아 풍우에 꽃피우고
익기 전 떫은맛이 익으면 단맛 일세
처마에 걸린 곶감이 이다지도 고운가
청아한 풍경소리 바람에 춤을 추고
햇살에 한들한들 먹어라 손짓하니
쫀득쫀득 이 달콤함은 어느 누가 알소냐
고운 빛 발가벗고 떫은맛 날아가네
꼬챙이 깊은 상처 침으로 녹여보세
가슴속 이 떫은 맛 어느 세월에 녹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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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비 - 임정호-
겨울비 살그머니 내 마음 지르밟고
사뿐히 적신비가 이다지 냉랭한지
창밖에 이슬방울은 침묵 속에 흐른다
구름에 다가가서 입비람 불어보니
세파에 무게인가 떠나려 하지 않고
갈앉은 무개만큼만 사랑으로 품으리
철없이 울든 비는 말없이 뚝 그치고
구름은 달 가듯이 조각되어 흩어지며
울 넘어 동백 몽우리 목축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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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길 - 임정호-
1首
칠월에 뙤약볕은 대지를 달구는데
활짝 핀 능소 화는 하늘로 올라간다
내 마음 모두 담아서 저 편으로 보낼까
2首
칠월의 싱그러움 내 청춘 불이타고
애달픈 사연들이 산 너머 노을 되네.
저렇게 슬픈 사연은 깊은 밤에 묻으리
3首
밤 깊은 고향 길을 미풍과 달려본다
하늘도 내려앉아 친구가 되어주니
칠월의 푸름 앞에서 내 고향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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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호(林正鎬) 시조시인
◈ digital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졸업
◈ 대한문학세계 시부분 신인 문학상
◈ 대한민국 시서문학 시조 신인상
◈ 대한민국 화홍시서화대전 시조부문 특선
◈ 한겨레문학 초대시인 "사계절 연제"
◈ 대한민국 시서화전람회 "초대시인"
◈ 인간과문학 창간호 共著외 다수
◈ 아니그린안경원원장
◈ 전, 대한안경사협회 대구지회부회장
◈ (사)종합문예유성 시조분과위원장
◈ 대한민국 시서문학 사무총장, 편집장
◈ 대구보건대학교 DHC TOP 6기 동문
◈ 다온침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