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삼척 선구산 (457m)
원조 장뇌마을 품은 석회암산
여삼리는 선구산(457m), 안항산(358.6m), 태평산(590.9m), 삿갓봉(440m), 동무산(418m), 횟골산(428.8m), 수리봉(355m), 절름쟁이산(437m) 아래 '입시터', '샛말', '큰마을', '창밭골', '쇗골'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마을은 총 62.7제곱킬로미터 규모에 45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석회석 돌리네 속에 형성된 자연부락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마을에는 돌리네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큰 웅덩이가 4개쯤 있다고 하여 '넷심', '여심' 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여삼' 이라 부르고 있다. 나아가 우리말로 쇳골이라 부르는 돌리네 웅덩이에 장뇌삼과 고려엉겅퀴를 재배하는 마을이 되었다.
옛날부터 이 마을의 주 작물은 삼이었다. 웅덩이는 대마를 재배하는 데에는 최고의 자연조건이었다. 마는 바람이 불지 않는 지형에 대나무처럼 촘촘히 곧게 커야 최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줄기 껍질은 섬유의 원료, 씨는 식용으로 쓰이는데 줄기가 휘거나 껍질에 상처가 생기면 좋은 삼베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예부터 이 마을에는 길쌈 과정에 필요한 물이 풍부하지 못했다. 물도 적은 데다 길쌈 과정이 복잡하고 일도 많아 고민하던 중,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이 마을 정성용씨가 강원도 삼척 하장, 청옥산 기슭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산삼씨 몇 알을 얻어왔다. 울타리 밑에 심어 8년이란 세월이 흐른 어느날, 친구의 손자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장뇌 한 뿌리를 먹였더니 바로 병이 완쾌되었다는 입소문이 났다. 이를 계기로 이 마을이 원조 명품 장뇌마을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삼척시 노곡면 여삼리 장뇌삼전시관에서 이재학(블랙야크 삼척점), 삼척여성산악회 이미자, 이현정씨와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안순란 총무를 만나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회관, 여삼리 표석, 송학정을 뒤로하고 서쪽으로 마을길을 따르자 이내 큰마을 이정표, 솟대, 장승, 4-H 표석, 작목반건조실 건물이 나오고, 곧이어 흐르목, 삿갓봉, 백연재, 동무산이 건너다보이는 삼거리에 닿는다. 큰 마을길로 접어드니 돌리네 속으로 내려가는 왼쪽은 철조망 울타리를 높게 올린 장뇌농원이고, 오른쪽은 고려엉겅퀴(곤드레) 밭이다.
마을회관을 떠난 지 15분만에 '흐르목'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왼쪽의 흐르목 길을 버리고 오른쪽 마을길로 접어든다.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조용하다. 얼마 전 근동의 장뇌삼밭에 도둑이 들었다는데 다행히 울긋불긋 치장한 우리들은 의심치 않는다. 오늘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온다고 마을 방송을 해놓은 덕분인가보다.
박부용 문패가 걸린 큰마을 마지막 집을 지나 산 위로 급하게 오르는 시멘트길을 따라 삿갓봉과 동무산 사이의 안부 백연재로 오른다. 산짐승 피해를 막기 위해 고려엉겅퀴밭에 그물을 쳐놓았다.
미로면 연치골로 넘어가는 고개인 이곳은 석회암 지대에 도장나무라 부르는 사철 푸른 회양목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뒤로는 큰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안항산, 태평산이 건너에 솟아있다. 서북으로는 미로면 일대와 백두대간상의 두타산(1352.7m) 품새가 볼 만하다.
석회석을 밟고 동북방향 능선 숲으로 올라간다. 15분을 걷자 땅이 바가지처럼 움푹 꺼진 돌리네 지형이 나오더니 솔숲 아래에 각종 제기를 놓아둔 산메기터가 나온다.
굵직한 소나무와 노간주나무 사이로 경사를 올리니 허름한 '은골재' 이정표가 소나무에 걸려있다. 잠시 능선을 더 따르자 시야가 확 트이는 벌목한 봉우리 동무산이다.
오른편으로 초원을 따라 조금 나아가자 돌과 나무를 섞은 케른이 있다. 북동남 방향으로 시원한 조망을 보여준다.
케른에서 되돌아나와 북동 능선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낙엽으로 뒤덮인 길을 내려서니 잣나무와 잔솔밭 안부에 '산메기' 등 푯말이 붙어있고, 퍽이나 아늑하여 중식 장소로 이용하기 좋겠다.
석회석과 칼등능선을 무척 좋아하는 나무들, 회양목, 노간주, 댕강나무, 소사나무들만 서식하는 지형을 지나자 돌리네가 나타나는 칠밭재다. 여삼리 일대의 산 중 유일하게 삼각점이 있는 횟골산을 향해 급경사를 오르니 '수리봉' 방향 푯말이 붙은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간 후 회양목 군락 사이로 바윗길을 오른다. 왼편은 아찔한 연치골과 소복골이다. 조망을 즐기며 10분쯤 올라서자 삼각점(삼척 429. 2005 복구)이 있는 횟골산(428.8m) 정상이다.
둠을 이룬 근산(507m)이 북쪽에 있고 선구산은 건너편에 불끈 솟아 동해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북동쪽 안항산과 남동쪽 태평산 뒤로 솟은 이름 모를 산봉들에 눈이 모자라고, 서쪽은 낙동정맥 최고봉 백병산(1259.3m)에서 발원한 오십천이 구불거리는 길 위로 덕항산~황장산~댓재~두타산을 이은 백두대간의 우람한 덩치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선구산으로 간다. 북쪽 능선을 따라 약 13분 내려 안부를 지나 올라가니 근산, 선구산 삼거리 능선 분기점(해발 400m)이다. 여기서 곧장 근산으로 가지 않도록 독도에 신경써야 한다. 선구산은 오른쪽 능선이다. 희미한 숲길을 뚫고 내려서니 낡은 표식기가 나풀대는 안부 선구너미다.
선구너미에서 곧장 능선을 따라 오른다. 급경사길이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나무 아래에는 키 작은 관목들이 빼곡하다. 멧돼지 배설물에는 김이 오른다.
허리를 굽혀 요리조리 빠져오르니 노간주나무 푸른잎으로 치장한 선구산 정수리다. 그러나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을 전혀 할 수 없다.
하산은 입시터 방향의 남쪽 능선을 따른다. 소나무, 신갈나무 사이를 걷길 7분여, 3기의 묘와 봉분이 훼손된 묘를 지나자 조붓한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장뇌삼 도난방지 철망 울타리를 기고 숲을 빠져나오니 여삼1리 입시터 마을의 붉은 지붕의 김은출씨 농가 마당에 이른다.
마을길을 따라 국시터 돌탑을 쌓은 새밭재를 넘으니 여삼리 마을회관이다. 장뇌마을에 와서 장뇌술과 장뇌삼 두어 뿌리를 얻어 배낭에 넣으니 천 년은 더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산행길잡이
여삼리 마을회관-(30분)-백연재-(35분)-동무산-(35분)-횟골산-(40분)-선구산-(15분)-입시터-(15분)-여삼리 마을회관
산행은 큰마을의 백연재에서 횟골산까지 계속 능선만 따르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횟골산에서 선구산으로 가는 능선분기점(해발 400m)에서 길이 뚜렷하지 않은 남쪽 능선을 놓치지 않도록 꼭 신경써야 한다.
선구산 정상에서 입시터로 내려서는 길은 선구너미 방향으로 약 100m 되돌아나와 왼편 남쪽으로 내려서면 입시터 마을이다.
여삼리는 장뇌삼 재배마을이므로 마을사람들에게 오해 살 만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예외다.
*교통
삼척시내버스터미널(033-572-2085)에서 삼척~여삼리행 15번 버스가 1일 6회(06:30, 09:10, 11:10, 13:40, 16:00, 19:00) 다닌다. 큰마을에서 곧바로 돌아나간다. 여삼리~삼척행 버스는 1일 6회(07:00, 09:40, 11:30, 14:20, 16:30, 20:00) 운행한다. 약 40분 소요.
*잘 데와 먹을 데
선구산 산행 및 민박, 장뇌삼, 장뇌술, 산나물, 곤드레, 곶감 등 여삼리에 관한 모든 것은 노인회장()17-376-4897, 572-4879)과 입시터 마을의 김은출(572-4579)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여삼리 마을에는 숙식할 곳이 없으므로 노곡면사무소 부근의 월송식당(010-2985-7894, 572-0255) 김원근 이장에게 문의한다.
삼척시내에는 낙원장여관(576-0164), 대원모텔(546-0125), 팰리스호텔(575-7000), 향토식당(574-8686), 해뜨는 집(574-8683), 부일막국수(572-1277) 등이 있다.
*볼거리
여삼리 장뇌삼전시관 삼척시 노곡면 여삼리 마을회관 옆에 마련된 장뇌삼전시관에서는 산양산삼의 모든 것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