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전화가 온다. 우리신학연구소 박소장님이다.
"형님 시간되시면 오늘 국수집 가시죠"
그림을 배우고 있는 상운재 전시회 <2008 캬~~>에서 수익금 <45만원>을 노숙자 무료밥집
<민들레 국수집>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화평동 화덕고개 넘어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 귀퉁이에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
6년전 처음 시작할 때 댓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100여명의 노숙자들이 굶주린 배를 채웠는데...
자원봉사자도 늘고 주변의 도움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공간을 키웠고 그만큼 이곳을 찾는 노숙자의 숫자도 늘어 많을 때는 하루 400명이 넘는다고.
한사람이 시작한 이 소중한 일은 이제 그 향기를 맡은 많은 봉사자들로 유지되고 있는데... 다른 봉사기관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그러한 독특함에서 작은 기적의 싹이 움트고 있는 듯했다.
독특함의 첫째는 봉사조직이 따로 없다. 시간되면 아무나 나와서 일을 도우면 된다. 봉사 예약도, 시간약속도 없다. 봉사자들이 없으면 서영남 주인장 혼자서라도 밥짓기부터 설거지까지 다한다. 이럴 때면 밥만 먹고 사라지던 노숙자들도 스스로 나서 일을 돕느다. 이 상황을 지켜본 자원봉사자는 시간을 예약할 수가 없다. 시간 되면 틈틈이 간다. 내가 안나가면 누군가 힘들 것 같아 궁금해서라도 나가게 된단다. 봉사자가 많은 날은 김치 담그고, 청소하고...밀린 일들을 처리한다. 봉사자 중의 한 사람은 국수집 첫 노숙자손님... 당시 알콜중독자였는데 지금은 멀쩡해졌고, 오늘도 요리에 배식을 하고 계셨다.
둘째는 자유다. 배식 시간이 따로 없다. 주위 눈치를 살피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부페식이고 셀프배식이다. 먹을 만큼 퍼다 먹는다. 더 달라고 아쉬운 소리할 필요도 없다. 노숙자의 어려움을 최대한 배려한 시스템이란다.
셋째는 남는 것은 다시 나눠주고 쌓아놓지를 않는 단다. 쌀이 남으면 가난한 이웃에 나눠주고, 기부금이 남으면 이 또한 어려운 동네와 함께 나눈다. 이러면서 생긴 것이 민들레옷방 - 옷을 모아 상설 전시해 놓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입는다 물론 무료다. 민들데공부방-어린 가장, 편모...어려운 조건에서 방치된 애들을 돌봐준다. 거창해 보이지만 모두 3평남짓, 공부방은 10평 남짓하다. 있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나눠먹고 산다. 다음은 민들레 다방을 열 계획이란다. 노숙자들이 머물 수 있는 자리,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자리,나아가 세상을 공부하고 알아갈 수 있는 자리.....
사진에 보이는 문들이 모두 민들레 국수집 문들이다.
우측 문 두개는 조리실,세째문이 옷방, 마지막 문두개가 새로 단장한 민들레 국수집의 본채이다.
각 내부는 모두 네댓평 남짓하여 두세명 들어가면 꽉 찬다.
요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의 허기진 배를 채웠다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오전 10시 30분쯤... 봉사자들이 양배추를 끓인 후 식히고 있다. 급히....
밥집에는 벌써 노숙자들이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조리실...세사람 들어가니 꽉찬다. 허리 굽은 할머니 봉사자가 열심히 조리하고 있었고...
요 공간이 처음 시작할 때 민들레 국수집의 전부였다. 처음 노숙자들을 한 귀퉁이에 서서 먹거나, 문밖에서 식사를 했었단다.
세평 남짓한 공간이 민들레 옷방이다. 여기 저기서 모아온 재활용 옷들이 걸려 있었고, 이제 얼마 안났았다.
우리가 버리는 그 흔한 옷들이 여기서는 하늘별 보이는 나지의 추위를 이겨내는 방패가 된다.
새로 단장한 민들레 국수집. 이리도 깨끗한 식당...보기 힘들다.
대전서 올라오신 어디 IT기업 이사님, 용인인가에서 올라오신 신학교 신학생, 알콜중독에 첫 손님으로 시작하여 이제 어였한 봉사자로 나서신 분들.....
행주치마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각자 먹을 만큼 음식을 가져와 식사를 하고 있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장....
주인장의 바램 "이 분들이 점차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혼자 먹는 밥...별로자나요."
봉사자들이 늘면서 국수집 옆에서 동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시작했다.
<민들레의 꿈>
부모가 안 계시거나, 할아버지와 함께 살거나..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학교 갔다오면 오갈데 없이 밥을 쫄쫄 굶어야 하는 아이들....
한사람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계단에...
올라간 계단 끝을 조심스럽게 돌아보니 샤시문의 공부방 문이 나타난다.
12평 남짓 공간에서 현재 7명의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내는 공간이다.
건물 뒤편의 작은 공간의 흙들이 보인다.
조금 지나면 깨끗이 정리하고 공부방 아이들의 농사터가 될 곳이다.
빵 한 광주리로 수십 광주리의 빵을 만드신 예수님.
이곳에 살아 계신 듯했다.
그럼
난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첫댓글 지난 주에 갔다 왔나....소리소문없이 잘 갔다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