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단계의 역사와 정신
* 역사
- 회복의 12단계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Alcoholics Anonymous: 단주모임)에서 처음 사용된 1935년 이후 중독(addiction), 학대(abuse), 외상(trauma)을 치료하는 회복사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입증된 회복 과정이다. AA는 급속도롤 성장해서 1988년에는 114개국에 7만 3천개의 그룹이 구성되고 회원이 1백만 명이 넘어섰다. 그 중 3분의 1이 여성이었으며 20%가 30세 미만이었다. 미국에서는 1백만 명이 넘는 AA회원들이 알코올중독에서 회복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100개가 넘는 AA 모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고 Al-Anon(알코올 중독자 가족 친목모임)도 5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익명의 알코올중독자”(Alcoholics Anonymous) 모임은 1935년 오하이오 주의 매크론 시(市)에서 저명한 내과의사 밥 스미스(Bob Smith)박사와 뉴욕 중개상인 빌 윌슨(Bill Wilson)이 만났을 때 시작되었다. 크리스천이었지만 알코올중독자였던 빌 윌슨은 그 당시 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는 1934년 심각한 음주문제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그는 하나님을 만나는 영적 체험을 하게 되고 완전히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체험을 한 그는 자신이 경험한 회복을 다른 중독자들도 경험하기를 원했다. 그는 같은 마음을 가진 밥 스미스를 만나게 되어, 영성에 바탕을 둔 AA를 시작하게 되었고, 4년 후 12단계 원리를 담은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라는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 회복의 12단계에서 그들이 채택한 많은 개념은 1934년에 윌슨이 참석하고 있었던 옥스퍼드 그룹(Oxford Group)이라고 불리는 기독교 대각성 운동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밥 스미스는 그보다 앞서 칼 융(Carl Jung)의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되지 못했던 알코올 중독자 에비 대처(Ebbie Thatcher)를 만난 적이 있었다. 율은 에디에게 종교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디는 옥스퍼드 그룹 모임에 참석해서 기독교로 회심했고 술을 끊게 되었다! 그러므로 칼 융은 AA의 출범에 공헌을 한 셈이다(Scott Peck, 1993, p.137).
- 옥스퍼드 그룹은 프랑크 바흐만(Frank Buchman)에 의해 1900년대 초에 영국에서 시작된 복음주의 운동이었다. 그는 루터교 목회자로서 1905년에 만난 제시 펜 루이스(Jesse Penn-Lewis)와 1908년 그가 참석한 케직 사경회의 영향을 받았다. 회심을 경험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에 해결되지 않았던 원망이 사라졌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버크만은 대영제국에서 옥스퍼드 운동을 확장했고 미국의 성공회 주교였던 샘 슈메이커(Sam Shoemaker)가 합류하게 되었다. 옥스퍼드 그룹은 특별히 알코올중독자들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데 헌신되어 있었다. 그 운동은 영국과 미국 전역에 퍼졌다. 빌 윌슨과 밥 스미스는 옥스퍼드 그룹 모임에 참석했고 AA프로그램은 옥스퍼드 그룹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 1920년대와 1930년대 옥스퍼드 운동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생긴 반기독교적인 반응에 혁신적인 해결책이 되었다. 옥스퍼드 그룹은 기존 교회의 정통성을 인정하면서도 조직체(organization)를 형성하는 것을 거부하고 각 가정이나 호텔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모임을 진행했다. 어떤 조직적인 구조를 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옥스퍼드 운동은 초교파적인 대각성 운동으로 성장했다.
- 프랑크 바흐만(Frank N. D. Buchman) 박사가 사실상 옥스퍼드 운동의 지도자였으나 누가 “이 모임의 지도자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그들은 “성령님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면서 전혀 어떤 조직체계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나님께 온전히 순복”함으로써 하나님이 모든 것을 통제 하신다는 개념을 따랐다. 바흐만은 하나님께 순복함으로써 용서와 인도하심을 경험하는 것과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결함을 고백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옥스퍼드 운동을 따르는 사람들은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배상하도록 배웠고 다른 사람들이 변화되도록 돕기 위해 자신의 변화된 삶을 증거 하도록 배웠다.
- 옥스퍼드 그룹이 강조한 영적 원리는 다름과 같다(Friend in Recovery, 1988, p. xx.).
1. 인간은 죄인이다.
2. 인간은 변화될 수 있다.
3. 고백은 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4. 변화된 영혼은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된다.
5. 변화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 이와 함께 옥스퍼드 그룹의 5가지 실천과제는 12단계 원리의 뼈대가 되었다.
1. 하나님께 순복하기
2. 하나님의 인도를 받기
3. 성격적 결함을 점검하기
4. 잘못에 대해 보상(배상)하기
5. 나눔(Sharing) - 고백과 증거
- AA의 ‘빅북’(Big Book)은 1939년에 출간되었다. AA는 정통적인 정신과적 치료법보다 알코올중독 회복 성공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AA의 회복 성공률은 분명하진 않지만 50~60%로 추산된 바 있다. 이제 12단계 운동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복운동이다. 오랫동안 정신과의사를 비롯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12단계의 회복원리를 경시해 왔다. 오랜 기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의사들조차도 고치기 어려운 중독을 단순한 12가지 원리를 실천만으로 고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중독치료에 있어서 12단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제는 미국의 거의 모든 치료센터에서는 12단계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 그렇다면 12단계의 회복 성공률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12단계에 배어 있는 영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2단계는 참된 회복은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으며 오직 초월자(High Power), 즉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12단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영적 각성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각성으로 인해 어떤 심리 치료적 접근이나 정신과적 접근으로도 다룰 수 없는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AA에서 중독을 “영적 질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12단계는 중독치료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영성훈련과 제자도를 위한 원리이기도 하다. 지금은 성 중독그룹(SA), 동반의존 회복그룹(CoDA), 감정회복그룹(EA) 등 12단계 원리를 적용한 다양한 그룹이 생겨났다. 12단계는 “삶을 지배하는 문제”(life-controlling problem)에 적용될 수 있는 영적 회복 원리다. 비록 12단계 원리가 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회복이 필요한 영역에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12단계는 모두 성경적인 원리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12단계 프로그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초대교회에서 강조된 것으로서, 오늘날 현대 교회가 상실한 부분들이 많다.
- 회복의 영적 순례
- 초월자(하나님)와의 수직적인 관계 회복
- 사람들과의 수평적인 관계 회복
- 현실직면과 책임 있는 삶
- 회복 과정을 실천하겠다는 철저하고 온전한 헌신
-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복하기
- 잘못의 시인과 보상
-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기
- 회복후원자(recovery sponsor) 또는 회복동반자(recovery partner)의 지원
정성준 선교사의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