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용소폭포 입구에서, 땀 많이 흘렸네, 초록 이끼가 장관이다)
1. 산행 시간
소재말(광산터) 12:00
국시재 12:25
큰말 13:20
용소(이끼) 폭포 13:30(계곡 트레킹~15:40)
무건리 16:30
2.산행 落穗
예보된 비 때문에 계획된 일요 산행이 줄줄이 취소 된다.
지리산 반야봉을 우선 신청하였고 혹시 취소되는 경우를 대비해 설악 안산의 십이선녀탕 계곡 산행을 예비로 신청해 두었지만 아무래도 비 때문에 국립 공원 산행은 불발이 확실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관악산을 올라도 충분한 땀을 흘리겠지만 닭 대신 꿩이 걸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처음 들어 보는 삼척 도계의 육백산(1,244m) 자락의 무건 계곡을 탐방하기로 한다. 최근에야 비로소 알려진 성황골의 용소(이끼) 폭포가 仙景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도계 부근은 통리의 미인 폭포가 유명한 곳이 아닌가.....
석탄을 캐내던 산간 벽지 도계는 여러 사유로 몇 번 가보았거니와 한여름이면 쫄깃하고 구수하게 씹히는 삶은 옥수수가 생각나는 고장이기도 하다. 강원도 옥수수중에서도 제대로 찰지게 구수한 맛은 경험칙상 홍천과 도계의 것을 으뜸이라 할만하다.
차가 38번 국도를 따라 중부 지역 산간 지대를 제대로 지난다. 제천, 영월, 정선의 산마루를 오르내린 지난 차가 대간 두문동재를 넘고 태백에 이르러 다시 북쪽 도계로 향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 두 방울 듣던 비가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나는 것일까....
도계 읍내를 바로 지나 고사리 마을에 도착한 것이 예상 보다 늦은 12 시쯤이니 광산터에서 막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서 폭포까지 5km 남짓의 임도를 걸어가야 한다.
여기가 어디쯤인가.....지도를 보니 예전 대간 산행 시 환선굴 윗산인 덕항산에서 구부시령으로 향할 때 진행 방향으로 내려다 보이던 맞은 편 산간 지대이다. 이곳의 높은 산으로는 응복산(1,267m)과 육백산(1,244m)이 지도에 나와 있다.
폐광터 갱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천연 에어콘 바람이 시원하고도 서늘하다. 하지만 뙤약볕 내리 쪼이는 아스팔트 길과 콘크리트 임도를 걸어 가는 것은 큰 고역이다.
국시재를 지나면서 흙길이 시작되고 나무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하니 조금 걸을 만하다. 어제 내린 비에 길이 미끄럽지만 산길에 칡꽃 향기 은은하게 풍겨 오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산비탈을 따라 도라지꽃도 활짝 피었거니와 노란 망촛대꽃 피어난 길섶에 산밤이 영글어 가고 아구배(돌배)도 제대로 익어 가는 것이 少時 적 여름 방학 시골 외갓집에 놀러온 기분이 되살아 난다. 조금 일찍 왔으면 오디를 실컷 따먹을 수 있었을텐데.....
인적이 끊긴 화전민 마을의 샘물 맛이 제법 청량하다. 아마 당귀, 도라지와 밭곡식을 키우는 것 같은데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지금은 농번기가 아닌 듯하다.
용소 폭포 가는 길은 화전민 마을(큰말) 지나 계곡으로 급하게 떨어 진다. 마침 어제 내린 비로 미끌미끌한 흙길에서 균형 잡기가 제법 어렵다.
위태로운 내리막길이 끝나는 곳에 요란한 물소리 들려 오고 물안개 어리는 깊고 푸른 물웅덩이 위로 처음 보는 푸른 이끼 폭포가 갑자기 모습을 나타낸다. 바로 龍沼와 이끼 폭포 하단 폭포의 모습이다.
물안개 살짝 어리는 용소의 물빛은 푸르고 짙어 영험스럽게 보이거니와 달밤이면 이무기이든 용이든 무엇인가 용소의 주인이 못 밖으로 튀어 나와 인간의 손을 잡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갈 분위기이다.
우선 손을 담가 얼굴을 씻어 보니 차기가 얼음장 같다. 자칫 빨려 들어갈 느낌에 한 발자욱 뒤로 물러나 폭포를 올려다 본다.
5-6m 높이의 절벽 바위와 주위에 맑고 푸른 이끼가 두텁게 자라고 있고 그 위로 폭포가 여러 갈래로 떨어지고 있다. 주위의 절벽이 햇볕을 막고 있고 안개 피어 올라 사실 어두운 곳이건만 푸른 이끼가 내뿜는 때깔이 맑고 고와 폭포 자체가 환하게 빛난다.
사실 절경은 이 폭포 위의 상단 이끼 폭포이다. 오르는 것을 포기할까 하다가 고민 끝에 어렵게 위태로운 쇠줄 사다리와 씨름해서 윗턱으로 올라 서니 처음 보는 밝고 푸른 폭포의 秘景이 스스로 빛나고 있다. 아찔하도록 그윽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이다.
대략 세 줄기 폭포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이끼가 密生한 중심 폭포가 수량이 풍부하고 7-8m의 낙차가 있어 규모 면에서 제일 크고 왼쪽 폭포는 크고 둥근 확을 따라 물길이 생겨 있고 그 밑에 선녀탕 같은 자그마한 푸른 연못을 만들어 놓았고 오른 편 폭포는 줄기가 제법 길고 주위의 이끼가 제일 무성하다.
처음 보는 폭포의 모습이 후래시를 터뜨려야할 정도의 흐림 속에서도 스스로 밝고 환하게 빛나고 있어 오랜 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맑은 초록이 주는 느낌이 밝고 청량하다.
출렁거리는 사다리를 조심스럽게 밟아 어렵게 다시 하단 폭포로 내려 와 용소와 폭포를 구경하며 편안한 쉼을 갖는다.
걱정 되는 것은 하단 폭포 부근의 이끼가 보기에도 많이 짓밟혀 진 모습인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닌지......떨어지는 폭포 물은 맑아 보이지만 못에 고이고 흘러 가는 물은 조금 뿌연 느낌이다. 석회석 알갱이가 섞인 것일까.....그럼에도 용소는 왜 저리 푸른 것인가.....깊고 푸른 수심 9m 의 용소에 빠져드는 느낌이 찾아 온다.
다시 임도로 올라가 원점 회귀 산행을 해도 되지만 산행 대장의 안내로 계곡 트레킹을 웬만큼 하다가 국시재 부근에서 임도로 올라 가기로 한다.
산길을 놓아 두고 계곡을 따라 걷는 기분이 괜찮다. 아예 등산화를 벗지 않고 철벅철벅 물길을 헤쳐 가니 예전 단목령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던 길이 생각나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를 구경하고 발목까지 시원하게 담가 걷는 맛이 시원하다. 진작부터 물속에 뛰어 들었어야 하는데.....
계곡을 30 분 이상 걸어 내려 와 하류쯤 맑은 물 고인 시원한 웅덩이에서 저마다 땀을 닦아 내고 옷을 갈아 입기로 한다.
남녀가 유별하니 목욕터를 구분했건만 어느 사이 슬금슬금 구분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집단 混湯인가.....여인들이 더 씩씩하다.
땀을 닦아 내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 임도까지 수직 고도 200m 정도를 올려 치는 일이 끔찍하다. 묵묵히 땀을 흘리며 임도로 올려 서니 도라지꽃이 반겨 주고 계곡 맞은 편의 육백산 봉우리가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다시 고맙게도 산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준다.
계곡에서 놀다 보니 예정된 하산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지연이 된 상태다. 다시 폭염이 내리쬐는 콘크리트 임도를 걷는 맛이 고약하다.
고사리 마을 계곡에서 다시 땀을 씻고 찌개 한 냄비 끓여 막걸리 한 모금 들이키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 가는데 아뿔싸 피서길에서의 귀경 차량이 길마다 넘쳐 난다. 오늘 중에 서울로 돌아가겠지......붉은 술 마시며 비경 폭포의 느낌을 되새긴다.
2008.8월초
章
(오랜만에 맡아보는 칡꽃 냄새, 香水 내음에 아련한 鄕愁가.....)
(하단 이끼 폭포와 용소, 용소 모습을 제대로 못찍었네....)
(하단 폭포)
(상단 폭포로 향하는 위태위태한 길, 내려올 때 진땀 뺐네....)
(상단 폭포 입구, 안 올라갔으면 후회했으리.....)
(상단 왼쪽 폭포의 작은 연못, 선녀탕이라 할만하다)
(상단 폭포)
(상단 폭포)
(상단 주폭포)
(상단 왼쪽 폭포와 연못)
(상단 주폭포)
(얼굴을 씻으며)
(다시 하단 폭포)
(새끼 폭포)
(샛폭포)
(계곡에서 만나는 제 3 폭포)
(도라지꽃 위로 솟아난 육백산)
(사과인가?)
(영글어가는 산밤)
첫댓글 말 그대로 비경입니다.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일본여행도 있고 한 주 쉴 만도 한데 참 대단하십니다. 홋가이도 잘 다녀오시고 여행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케는 이번에 너무 마셔서 정말 안좋아합니다. ㅎㅎㅎ
막걸리 사케 한 번 구해 보지요. 술 이름이 "도보로쿠"이라네...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큐슈 갔다가 최상품으로 산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공항까지 미루게 되었는데 공항 면세점에서는 안 파는 바람에 결국 빈 손으로 오고 말았는데 이번에 꼭 사오세요. 막걸리 사케는 좋아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