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4일) 지구촌교회 시니어 스쿨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니 병원에서 막 퇴원한 아내 이영지 집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여보, 박은기 원장이 저의 쾌유를 비는 화분을 보내 왔지 뭐예요. 빨리 고맙다는 전화라도 하세요"
아내는 청담동 우리들 병원에서 지난 21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고 어제 퇴원을 했다. 아내는 폐가 된다며 하도 알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해서 교회에도 거의 알리지 않았다. 목장 식구들 마저도 퇴원 후에야 알고는 섭섭하다는 전화가 걸려 오는 중이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아내의 수술 결과는 대 성공이라 했고, 나는 이를 계기로 3주 째 새벽기도를 거르지 않고 나가는 은혜를 입었다.
그런데 압구정동에 있는 성심치과 박은기 원장이 이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퇴원을 축하하며 빠른 쾌유를 빈다는 메시지와 함께 화분을 보내 온 것이다.
박은기, 그는 정확히 35년 전 용산고에서 가르쳤던 내가 사랑할 수 박에 없게 만드는 제자다. 4년 전 박은기는 나의 홈피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려 놓아 우리 부부를 흥분시켰다.
" 정말로 철부지라고 부르고 싶은 제가 제일로 사랑하는 윤길수 선생님 !
선생님은 사이버 공간에서만 보자면 간난아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오늘 아침 제 딸 아이가 공부 잘 하겠다면 새롭게 다짐하길애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부녀가 PC방에 와서 바로 옆 자리에서 자판을 정신 없이 두드립니다. 하지만 공연스레 누구보다도 눈에 밟히는 바로 당신 윤길수 선생님이 눈길을 막고 자판에서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저를 부르는 것 같아 딸 아이가 따라 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선생님께 투정부립니다."
" 선생님 ! 우리 철부지 선생님 ! 아니 사이버 간난아이 윤길수 선생님 ! 언제까지고 순수하고 투명한 모습으로 저희들의 탁하고 찌들은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씻어 주기 바랍니다. 머리 허연 고연 제자가 노 스승을 우롱한다고 누군가 비웃어도 오늘 제 마음을 털어 놓지 않고는 몇 개 먹지도 않은 송편이 두고 두고 목에 걸릴 것 같습니다.
선생님 ! 오래오래 천년만년 저희들과 같이 하면서 결코 늙지 않겠다는 선생님의 기개를 펼처 주시기 바랍니다."
횡설수설 철부지 흉내 내보는 압구정 촌놈제자 박은기 올림
나는 이 메시지를 읽으면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제자에게 이런 대접을 받은 만한 무슨 일을 했단 말인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1971년 은기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용산고 화학실험실에서였다. 특별활동 화학반이었던 은기는 지도교사와 학생으로 첫 대면을 했다. 깡마르고 눈빛이 유난히 반짝이던 수줍은 소년이 30 여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이처럼 큰 감동과 기쁨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은기가 고교를 졸업하고 10년 쯤 지났을 무렵 현대고등학교 앞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까까머리 소년이 아닌 늠름한 모습의 청년 박은기가 그 특유의 흰 이를 들어내며 웃고 있었다. 그 때부터 은기는 20년 넘게 나의 치아를 관리해 주는 주치의가 되었다.
2002년 3월 이 치료를 위해 은기가 원장인 성심치과를 갔는데 대기실에서 누군가가 컴퓨터에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 선생님, 인터넷 배우세요.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재미 있어요."
" 나 지금 인터넷 하고 있어. 내 개인 홈피도 갖고 있는 걸..."
은기는 깜짝 놀랐다. 아마도 나 같은 60 넘은 노틀이 인터넷을 할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햇던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은기와 나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은기는 2002년 내가 다니는 지구촌교회 홈피 게시판에 글을 싣고는 반드시 끝에 "윤길수 선생님 제자 박은기" 이렇게 썼다. 이렇게 해서 나는 졸지에 지구촌교회 게시판에서 스타(?)가 되었고, 나와 은기의 사이는 아름다운 사제지간의 표본처럼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 둘 사이는 "사랑" 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이 안 되는 사이가 되었다. 내 사랑 박은기,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첫댓글 이영지집사님이 결국 우리들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구먼 하루 속히 쾌유되기를 빌 뿐이네
일단 수술을 받고 나니 후련해 하는 것 같아. 다행이 결과가 좋다니 안심이지만 후속 관리가 중요하다 해서 매우 조심하고 있어. 염려해 주어서 고마워.
집사님 수술이 잘 되었다니 우선 축하. 사후관리 잘 할 책임은 낭군 길수. 쾌유의 은총이...!"윤길수 제자 박은기"와 사제간에 피어나는 사랑의 꽃 영원하여라. 사제간 돈독한 사랑의 복원 공사 표본이 되어 아름다운 상록수되길!
어부인께서 수술을 받으셨다니 계속 건강에 유의 하시기를 바라네,선생을 한 사람들은 노후에 사제간의 연을 보람으로 한다는 말을 종종 들어보았네,역시 만년 청춘 길수의 사제간의 연은 남다른데가 있는것 같네 그려.
어부인님,주님은혜 안에서 쾌유하시기를 조용히 기도드립니다.속히 완쾌 되셔서 달음박질 하여도 곤비치 않으시고 걸어가도 피곤치 않게 하여주시기를..박원장과의 스토리..사제간의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 주는군.
박 형 ! 미국에 출타 중이라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 왔는지 ! 한번 만나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