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간명저옹(幹名著雍), 천간 무, 성할 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옹 이라는 저(著)는 밝다, 비친다, 나타낸다 라는 의미이며 옹(雍)은 화합하다, 화답하다. 화목하다 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저옹(著雍)은 다음세대를 위해 화합하는 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丁火에서 혈기왕성하게 성장하는 사춘기의 시기를 지나 만물은 성년이 되어 짝을 찾아 화합을 하게 되는데 그 결실인 열매가 잘 자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성하고 굳고 단단하며 완벽하게 성장해야하는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계절이므로 성할 무라고 한 것으로 봅니다.
무(戊)자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사람이 창을 들고 폼 잡고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 모양입니다. 창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으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장 뜨거운 양기(陽氣)의 제왕(帝王)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뿔과 발톱을 날카롭게 갈고 세워 자신의 영역과 암컷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동물의 세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성할 무(茂)자의 의미도 있습니다. 즉 무성하게 겉으로만 성장하는 정(丁)화가 아니라 야물고 단단하게 내적으로 내실을 기하면서 성장하여 화합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戊는 무왈, 저옹언만물지고야(戊曰, 著雍言萬物之固也)라고 했는데 이는 「천간 이름이 저옹(著雍)인 무토(戊土)는 만물이 서로 다툼이 없이 화합하면서 굳어지는 현상을 뜻한다」라는 의미인데 정화(丁火)가 양기(陽氣)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의미 한다면 무토(戊土)는 성장한 만물이 단단히 굳어지고 강해지는 과정을 의미하며 또한 지금까지 무성했던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화합(和合)을 예비(豫備)하는 상태의 과정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간명(天干名)이 저옹(著雍)인 것입니다.
그리고 무성하다는 것은 극성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태양과 지구의 관계에서 보면 대략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까지의 절기로 가장 양기(陽氣)가 극성한 무더운 여름철의 계절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장 낮이 긴 하지에서 일음이 시생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 성정은 무성하게 성장한 한여름철의 나무를 연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성한 상태의 나무는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기 위해 굳고 강하며 단단해져야 할 필요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 오더라도 줄기와 가지를 믿고 안심(安心)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만물지고야(萬物之固也:만물이 굳어진다)라고 한 의미인 것입니다.
무토(戊土)는 절기에서 보듯이 오행 중 가장 뜨거운 여름철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10개의 천간 중에서 가장 뜨거운 기운이 무토(戊土)가 되는 것입니다. 병화(丙火)는 물론 정화(丁火)의 기운보다 더 뜨거운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토는 치열함 속에 남녀가 연애할 때 화합을 의미하는 원만함과 포용력의 성정을 가지고 있다고 볼 것입니다.
(6) 천간 기(己 : 幹名屠維)는 잉태
옥편에서 己土를 찾아보면 사야자신(私也自身) 몸기, 간명도유(幹名屠維) 천간기라고 나와 있습니다. 먼저 몸기란 자신으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몸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몸이란 어린아이도 하나의 몸이 되는 것이며 어른의 경우도 하나의 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오는 천간 己의 내용을 보면 몸이되 아무나의 몸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도유(屠維)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몸이라는 것입니다. 도(屠)자의 의미는 도살하다, 살육하다, 잡다 라는 의미이며 유(維)는 잇다, 연결하다, 유지하다, 보존하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완전한 성장이 이루어진 무(戊)토의 남녀 간의 화합, 즉 만남에서 자신의 대를 접고 다음 대를 이을 잉태를 하는 과정이 마치 자신의 시대인 양(陽)의 기운을 멈추고 자식의 새로운 시대인 음(陰)의 시생을 의미하는 몸인 것입니다. 즉, 잉태는 음(陰)기운의 시작으로 종이 보존되고 유지된다는 의미의 몸인 것입니다. 따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정받이의 시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己)자의 글자 모양을 살펴보면 진행방향에서 돌아갔다가 또다시 돌아서 처음 진행방향으로 나가는 형상의 글자인데 이는 자신의 세대인 양(陽)의 기운으로 무성하게 성장하는 과정을 지나 새로운 자식의 세대인 음(陰) 기운의 시작으로 양에서 음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음(陰)의 기운으로 변화해서 부모와 같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의미의 문자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는 다음대의 종을 이어야 할 새로운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양(陽)의 기운을 죽이고 다음 대를 의미하는 음(陰)의 기운이 시생(始生)하는 변환(變換)의 계절을 의미하는 지사(指事)의 문자인 것입니다.
기왈 도유언음기곡물(己曰, 屠維言陰氣穀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천간명이 도유인 己土는 음기(陰氣)로써 양기(陽氣)를 억제하고 모든 곡식을 소생시킬 때 나타나는 기(氣)의 현상이다」라는 의미 인데 극성한 양기(陽氣)의 성장이 멈추고(죽이고) 음기(陰氣)가 시작되어 곡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는 것입니다. 무(戊)토가 무성하게 자란 상태의 나무를 뜻한다면 기(己)토는 꽃을 피워 결실을 맺기 위한 화합의 계절을 의미하는 단계인 것입니다.
곡물이 열매(씨앗)를 만들기 위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양기(陽氣)가 물러가고 음기(陰氣)기 서서히 나타나야 되는 것입니다. 만일 양기가 계속 성(盛)하게 되면 곡물들은 무성하게 자라기만 할뿐 열매를 맺기 위해 꽃피울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양과 지구의 공전(公轉)관계를 보면 절기로 대략 대서(大暑)부터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까지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계절로도 무더위의 극인 정상에서 더위가 꺾이기 시작하는 대서부터가 기(己)토의 계절인 것입니다. 벼농사의 경우 이 때는 알곡식을 맺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기(己) 토는 바로 이와 같이 겉으로의 성장을 멈추고 다음 세대를 위해 내면적인 화합의 성장, 즉 잉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말이 바로 도유(屠維)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따라서 기(己)토는 무(戊)토와 같은 토이지만 그 성정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戊)토가 겉으로의 완전한 성장을 의미하는 무성함과 화려함을 뜻한다면 기(己)토는 허식이 아닌 실질적인 결실을 의미하는 알찬 성정인 잉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