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호미숙 여행과 건강
 
 
 
카페 게시글
자전거 라이딩 스크랩 46살아짐 자전거여행[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사람들]
호미호미 추천 0 조회 33 08.12.10 10:2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46살아짐 자전거여행[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사람들]
-호미숙-


12월 9일 아침 목동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천호동을 나섭니다. 바람도 잔잔히 불어주고 날씨는 포근하였지요.
대신 어제 내린 비로 길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 흙탕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곳이 여기저기 있네요.
처음 출발 시엔 천천히 달려 옷을 버리지 않게 조심히 가려했지만
가면 갈수록 점점 튀어 오르는 진 흙탕물 ㅠ.ㅠ.
어쩔 수 없이 샤방모드 지워버리고 질주 모드로 바꿉니다.
50분 걸려 도착한 여의도에 도착 쯤 앞 쪽에 63빌딩 황금 벽에
옆으로 긴 사각형의 안전장치에 4사람이 올라탄 채 유리를 닦고 있네요.
달리던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높은 곳에서 청소를 하는 분들, 그 사람들의 가족을 떠올리며
위험을 감수하고 가족을 지켜내려는 애틋한 가족사랑에
진흙 묻는다며 달리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다 만나는 다양한 삶들에 또 나를 깨우칩니다.


병문안을 가는 길이기에 자전거에 내려 살펴보니 봐줄 수 없을 정도에
처참하게 진흙투성이였네요. 화장실에 들러 긴 호수를 이용해서
자전거를 닦아 주고 대충 옷도 닦아 내고 다시 안양천 합수부를 향해~
안양천 합수부에서 이대목동병원을 물어 가는 동안은 그나마 바닥이
깨끗했고 별로 머지않은 곳에 병원이 있더군요.
주차장 옆 자전거 거치대에 자물쇠를 이용해서 잠가 놓았습니다.


급작스런 암 소식에 초췌한 모습으로 수술을 기다리는 큰언니를 만났습니다.
그나마 초기진단으로 천만다행이었지요. 담담하게 수술을 기다리는 언니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기다림 끝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언니를 뵙고 친지 형제들과 헤어져 늦은 시간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30대 초반에도 암수술을 받은 주부는 병원에 가보니 모두 아픈 환자들 표정에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의 링겔 맞은 모습에도
가슴 아프고 무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늦은 밤 여의도 쪽 야경이 화려했지만 왠지 현란함 속에 숨긴 삶의 무거움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아침에 외벽을 닦던 63빌딩, 청소하던 사람들이 비운 자리 환하게 불이 켜져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 누군가의 눈빛을 상상해봅니다
한강에 떠있는 파라다이스란 레스토랑의 풍차모형 네온사인이 빙빙 돌아갑니다
파라다이스란 단어를 보자 오늘따라 위험스럽게 일하던 사람들과
병마와 싸워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 그리고 보호자들...떠올렸습니다
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실, 그 안에서 건강하게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
나의 거친 숨소리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모든이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이뤄지길 바라며 천천히 한강 야경 속을 달립니다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자전거 탄 사람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네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를 알아 보신 고르비님이었습니다
같은 강동구에 사시기에 함께 천호동까지 천천히 달려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네요
깊은 밤 혼자 긴 거리를 달려와야 했는데 고르비님 덕분에 여유있게 올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자전거에 올라 거센 바람에 맞서 페달을 밟은 모든 여러분의
파라다이스를 기도드립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 라이딩 하세요.

 

    파라다이스[해를 닦는 사람들]
    homihomi-호미숙


    까마득한 고층빌딩
    황금 유리벽에 박힌 아침 햇덩이
    빛을 발해 눈부시다
    사각의 두레박을 탄 사람들
    부채꼴 조각 원을 그리며
    양팔로 해를 문지른다
    그들만의 날개를 펼치는 날갯짓이다

    닦을수록 반짝이는
    태양 부스러기
    겨울 강에 반짝인다
    강 언저리
    파라다이스 이름의 레스토랑
    현란한 풍차모형은 바람을 일으켜
    금가루를 흩어 뿌려댄다

    발 헛디디는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소공포증에 오금이 저린 김씨
    황금 물 걸러내고 걸러내야만 한다
    허공에서의 자맥질은 쉴 수 없다
    가난한 가장이 꿈꾸는 파라다이스
    쪽방에 웅크리고 잠든 식구들 떠올리는
    아찔한 몸짓이 슬프다.

    -12.9일 아침 여의도 63빌딩 외벽을 닦는 사람들을 보고-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

     

    오른쪽 하단에 보면 [크게보기] 버튼이 있습니다.
    "꽉찬 화면"을 선택해서 영상을 크게 감상하세요.

     

     

     63빌딩 외벽을 청소하는 사람들

     

     밤 9시경 목동 병원을 나와 여의도에서 원효대교의 야경

     

     

     

     원효대교의 멋진 야경

     

     63 빌딩의 야경

     한강변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레스토랑

     

     아침에 마주했던 빌딩벽을 청소하던 사람들도 그들만의 안식처로 돌아가셨겠지요

     한강대교의 야경

     
    63빌딩 야경을 찍을 때 호미를 알아보시고 인사를 나눈 같은 강동구 거주하시는 고르비님
    늦은 시간 혼자 와야할 길을 천호동까지 동행해서 감사했습니다
     

     

     


     

     

     -자전거 최대 동호회 "자출사"( http://cafe.naver.com/bikecity.cafe

     
    다음검색
    댓글
    • 08.12.10 16:13

      첫댓글 의정부에서 군자교까지 다녀왔는데 날씨가춥지않아 잘다녀왔답니다~

    • 작성자 08.12.10 23:47

      들국화님도 자전거를 타시나봐요 반갑습니다. 군자교까지 오는 길은 자전거 도로라 위험하지 않고 좋은편이지요 중랑천 자전거도로는 잘되있어서 좋아요 풍경도 멋지구요..늘 즐겁고 안전하게 라이딩 하세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