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드라이클리닝 한다고? - 중국의 미용실 풍경
이제 북경에서는 어느새 초가을의 선선함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그렇게 푹푹 찌던 한여름의 더위도 이제는 세월 따라 흘러가 버리고, 한낮의 눈부신 햇살도 더 이상 따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새벽 무렵, 으스스한 기운에 잠이 깬 블로그 바깥주인은 덮고 있던 이불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불을 찾던 중, 블로그 안주인이 김밥 말듯이 둘둘 말고 있는 이불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덕분에 블로그 바깥주인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있는 갓 입학한 어린 초등학생처럼 두 줄기의 콧물과 기침을 달고 삽니다.
오늘은 그 동안 길어진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우리 블로그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의 꽤 유명한 미용실을 찾아갔습니다. “총위앤쇼우(寵媛手 - ‘사랑 받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해석이 되겠네요)”라는 이름의 이 미용실은 남자 “라오반(老板 - 주인)”이 수석 미용사로, 미용실 내에 걸려 있는 사진으로 미루어 추측컨대 중국 대륙과 홍콩, 대만 등지 연예인들의 머리를 다듬었던 화려한 경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미용실은 주로 남자 미용사들이 머리를 손질하고, 머리 감기기와 안마 등은 여자 미용사들이 맡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크고 유명한 미용실이라고 해서 주변 미용실의 고정된 가격을 무시하고 터무니없이 올려 받지는 않습니다. 가격표를 보면, 어느 항목은 다른 미용실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하답니다. 어찌 보면, 박리다매(薄利多賣)의 경영 방식을 채택한 미용실 주인의 현명한(?) 상술까지 엿볼 수 있답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왕징(望京)', '우다오코우(五道口)', '옌샤(燕沙)' 주변에는 많은 한국 미용실이 체인점의 형태로 진출해 있답니다. 하지만 가격이 한국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만만치가 않답니다. 더욱이 가난한(?) 유학생인 우리 블로그 부부는 감히 한국 미용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저렴한 중국 미용실을 이용하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가끔 언론 매체에도 오르내리는 "파랑(髮廊 - 원래는 이발소이지만, 퇴폐영업을 하니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겠죠... 하하~~)"도 있답니다.
우리 블로그 부부는 꼭 머리 손질이 아니더라도, 건조한 기후 때문인지 머리가 간지럽다거나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면 이곳을 찾아 “깐시(乾洗 - 드라이클리닝)”을 한답니다. 중국에서는 세탁물의 “드라이클리닝”뿐만 아니라, 이렇게 머리카락도 “드라이클리닝”을 해준답니다.
그럼, 머리카락을 드라이클리닝 기계로 세탁한다고요?
물론, 절대로 아니지요...
아래의 사진에서처럼, 세면대가 아닌 일반 미용실 좌석에 앉아 머리에 물을 흠뻑 적시지 않고 샴푸를 묻혀 10분 정도 거품을 내어 열심히 안마를 해줍니다. 많아진 거품을 걷어내고, 다시 샴푸를 뿌려 머리속까지 박박(?) 긁어주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해서 머리 “깐시(乾洗 - 드라이클리닝)”이 끝나면, 세면대로 이동해 깨끗하게 헹구어 줍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젖은 머리 상태로 상반신의 안마가 시작됩니다. 두피와 어깨, 등 그리고 양팔을 30분 정도 안마해 주면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이러한 머리 “깐시(乾洗 - 드라이클리닝)”의 가격은 10위안(1300원) 정도로, 중국 현지의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미용 항목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 같습니다.
동네의 주변 소식과 정보들을 주워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미용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연세 드신 아주머니들보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중국의 아름다움을 선도하는 장소 - “메이파디앤(美髮店 - 미용실)”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우리 블로그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의 어느 미용실 외부 전경입니다.
“총위앤쇼우(寵媛手 - ‘사랑 받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가꾸어 주는 사람들’ 쯤으로 해석이 되겠네요)”라는 이름처럼, 사람들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장소랍니다.
입구 오른쪽의 현수막에는 “시지앤추이(洗剪吹 -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고, 말려주다)”하는데 10위안 (약 1,300원)이라고 씌어 있네요.
우리 블로그 바깥주인이 종종 이용하는 미용 항목입니다.
한편, 왼쪽에는 “50% 할인된 특별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보답하고자 합니다.” 라고 씌어 있네요.
한창 분주한 미용실 내부 전경입니다.
주로 남성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군요.
아~ 미용실 한쪽에서 “탕파(燙髮 - 파마)”를 하고 있는 아줌마도 계시네요...
자~ 드디어 앞에 보이는 노란 티셔츠의 아가씨가 손님에게 “깐시(乾洗 - 드라이클리닝)”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니 미용실의 종업원과 손님들이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대부분 외지(지방) 사람들이고 청운의 꿈을 안고 북경에 왔지만, 미용실이라는 곳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식이 좋지 않은 관계로(아마도 퇴폐이발소의 영향인가 봅니다) 노출을 꺼려한답니다. 그래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양 손으로 빡빡(?) 긁고 있지요...
어때요? 시원한가요?
이렇게 거품이 가득해지면, 거품을 걷어내고 다시 샴푸를 뿌려 열심히 거품 안마를 해줍니다.
머리 “깐시(乾洗 - 드라이클리닝)”이 끝나고, 이 미용실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남자 미용사가 머리를 멋지게 깎아줍니다.
참고로, 이 친구는 고향이 광동(廣東 - 남방지역)으로 가장 세련되고 손님의 취향을 잘 아는 미용사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미용사를 찾는 손님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미용실은 할당된 손님의 수에 따라 월급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친구가 제일 많은 월급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용사 왈) 그런데, 제가 여자 같다구요?
저의 멋진 근육을 보세요.
하지만 저도 “이준기”처럼 예쁜 남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이렇게 손톱도 길게 기르고 있지요...하하!
참고로, 중국에서는 남성들도 손톱을 길게 기르고 있는 장면이 자주 목격됩니다. 이렇게 다섯 손가락 전부는 아니어도 새끼 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의 손톱을 길게 기른 남성들이 종종 있답니다. 무슨 용도로 기르는 것인지는 우리 블로그 부부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미용실의 “지앤파(剪髮 - 머리 커트)” 가격표입니다. 어디 한 번 살펴볼까요?
1. 머리, 어깨, 등 안마 45분을 포함한 “깐시파(乾洗髮 - 머리 드라이클리닝)”의 가격이 10위 안 (약 1,300원).
2. 단발머리의 “시지앤추이(洗剪吹 -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고, 말려주다)” 가격이 10위안 (약 1,300원).
3. “반위앤춘파(板圓寸髮 - 아주 짧은 스포츠형의 머리 스타일)”의 “시지앤추이(洗剪吹 -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고, 말려주다)” 는 15위안 (약 2,000원).
4. 긴 머리의 “시지앤추이(洗剪吹 -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고, 말려주다)” 가격이 15위안 (약 2,000원).
5. “깐시추이펑(乾洗吹風 - 드라이클리닝과 드라이)”의 가격 역시 10위안 (약 1,300원).
1번을 제외한 이상의 항목에서 안마를 추가하게 되면 5위안 (약 650원)을 더 받는다고 하네요.
어느덧 해가 지고 미용실에도 어둠이 찾아옵니다.
하루 종일 손님들의 뒤치다꺼리로 지친 몸을 이끌고 미용사들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미용실 내에 걸려 진 “신상품 소개” 현수막이 미용사들의 무거운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최신 유행 “찌에파(接髮 - 이음머리)” 출시, 신부를 위한 “판파(盤髮 - 올림머리)”와 화장 전문 이라고 크게 광고하고 있네요.
최근 중국의 미용실에서도 “한리우(韓流 - 한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이미 널리 알려진 한국의 “유행문화”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미용실에서도 엿보입니다. 한국 유명 연예인들의 머리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한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중국 유행을 선도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지요.
한편, 한류의 붐을 타고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미용학원들이 현재 중국의 미용사 지망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성업 중에 있다고 하네요.
중국 어느 언론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미용업계는 기술이나 설비 등에 있어서 한국에 비해 20년 정도가 뒤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용실의 인구대비 분포 밀도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서울과 북경의 인구는 대략 1,300만 명으로 비슷하지만, 서울에는 1만8천 곳 그리고 북경에는 1만 곳의 미용실이 존재하고 있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답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쩌면 두 나라 사람들의 소비의식 차이로도 대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어느 미용실 주인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 사람들의 소비 성향은 너무 실질적이고 이성적이어서 중국 사람들은 미용에 투자하는 1,000위안(약 13만원)의 돈을 차라리 여행으로 소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비 성향이 중국 미용업계의 불황을 가져왔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중국에서도 미용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람들의 자아 발전을 위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미용업계도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올해(2006년) 중국 미용업계의 10대 동향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성(유니섹스)화 된 스타일의 유행.
2. 한류의 영향.
3. 직판 형태로의 전환.
4. 점차 대형화된 체인점의 등장.
5. 미용박람회의 활성화.
6. 주변산업(문화산업, 서비스업, 미용학원, 세미나 산업 등)으로의 확장.
7. 남성 미용업의 발전.
8. 기능성 상품의 개념 변화.
9. 보다 전문화된 미용 서비스(샐러리맨 전용, 컴퓨터 종사자 전용, 남방 피부 전용 등)도입.
10. 미용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변화.
위와 같은 중국 미용업계의 틈새 시장을 뚫고 한국에서 이미 미용실 체인점으로 성공한 “박승철 헤어 디자이너”도 중국에서 체인점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