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이렛 달이 남쪽을 지나고 있다. 벌써 한 쪽은 이즈러지기 시작했다. 자다 일어 난 눈이 침침해선가 눈을 부비고 다시 봐도 꼭 이틀만큼 이뻐졌다. 그렇지? 꽈악 찬 달보다 조금 샐쭉이는 달이 이쁘고, 그러다 아주 앵돌아 지기 시작하면 따 먹고 싶을 정도로 환장하게 하는 것이 달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태양을 노래하기 보다 달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
초저녁에 왼쪽 창에서 만났는데 한 숨 자고 보니 오른쪽 포도밭 머리를 밟고 서 있다. 그 섰는 모양이 밤 새 나를 기다렸던 듯 조금은 샐쭉하다. 미안, 미안, 화 내지 말구려. 이제 보고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지. 한참을 부시럭대다가 다시 내어다 보니 여직도 그 자리에 있다. 나 일 해야 돼. 쉬었다가 이따 저녁에 보자구. 오늘 월출 시각은? 모르긴 해도 달 뜨는 시각 챙겨 보는 이들두 많을거라.
달 초엔 이른 시간에 오르기 시작하고 달이 차면서는 점점 늦어지다가 보름엔 가장 적당한 때에 솟아 오르지. 달이 기울면서는 차츰 늦게 떠, 스무날 즈음엔 달거리 앵화 내비치는 칠칠맞은 여편네처럼 낮 달두 되구, 그러다 그믐께에는 소박 맞은 듯 시린 새벽에 모습을 드러내곤 하지. 그런데 이 모양새가 맞는가 모르겠다. 내만의 기억 속에 서려 있는 달 읽기 이니.
다 차지 않은 달빛과 엄마가 섬그늘에와 한 사람을 좋아 했었어. 지금은 그 사람도 섬그늘도 희미해 지고 남아 있는 것은 달 뿐이다. 나 없으면 사람도 그늘도 없겠지만, 달이야 어디 그럴리 없지. 일 한다고 앉아서는 쓸데없는 시간만 보내고 있군. 달처럼 돈벌이에 쓸데없는 것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