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을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됩니다. 그것도 참 많이 알게 되죠.
보통의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그것이 과연 정보나 지식이 될지 의문이 되는 그런류의 것들을 알게 됩니다.
우리 동네 어디에 가면 뭐가 많이 잡히고 어디를 가면 어떻고...등등의 정보 말입니다.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지 5년이 되어가지만 블루길을 만난건 훨씬 이전인 10년 전이 되겠네요. 청주 근교의 유원지겸 저수지인 명암저수지란 곳이 있습니다. 지금은 주변에 높다란 아파트들과 4차선 도로가 양쪽으로 놓여 있지만 10여년 전엔 주변이 논과 산으로 둘러쌓인 그저 낚시인들의 쉼터일 뿐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할일도 없고 해서 낚시를 갔더랬습니다. 1.2m낚시대 2개로 1시간 동안 잡아올린 물고기가 30여마리 되었는데 모두 블루길이었습니다. 그땐 모두 패대기를 쳤죠. 주위의 다른 분들처럼요.
그리고 얼마전 한 3년 될겁니다. 무심천으로 채집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상 징후가 있으면 금새 알수 있을 만큼 많이 다닐때 였습니다. 채집을 가서 이런 저런 어종을 확인하고 있는데..난데 없이 이상한 녀석이 잡혔습니다. 처음엔 꺽지인줄 알았죠. 그래서 무심천에도 꺽지가 사는구나 하고 좋아하며 뭍으로 나왔는데...블루길이었습니다. 참 예쁘더군요. 그래도 이식종이니 패대기를 쳤습니다.
황소개구리나 블루길, 배스(아직 이녀석은 저희 동네에서는 확인이 안되네요)등은 잡은 족족 패대기를 칩니다. 허나 그런 와중에 이런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 녀석들을 패대기칠 권리가 있는가? 그저 물고기가 좋아 돌아다니기만 했지 이런 생각을 해본 일이 없는지라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면서도 보이면 보이는데로 뭍으로 던져버리거나 일부러 쫒아가 죽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러고 있고요.
하지만 이녀석들 제 발로 들어온 녀석들도 아니고 실패한 정부정책으로 들어온 녀석들인데 하는 연민이 들기도 하구요.
언제부터인가 이중적 생각이 들어요. 불쌍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너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것이 소중하다고 외래의 것을 죽일수 있는지. 내가 신이 아닌이상 이것의 생사여탈권이 나에게 있는것인지. 차라리 신이라서 그래 넌 원래의 녀석이 아니니 없어져라 할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자연의 생명성과 사람들의 이기심이 그녀석들을 전국토 구석구석 퍼지게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되어버린 그내들의 편은 누구인지...딜레마입니다.
그러면서도 역시 잡으면 죽음으로 몰아 갑니다. 아마 이렇게 죽인 생명들이 수백 수천은 족히 될듯한데요. 과연 잘하는 일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 민물고기 한마리 죽이는 일엔 모두들 민감하지만 외래종 수백마리 죽이는 일엔 무관심한것 또한 또다른 죄를 짓는것은 아닌지....
외래종이니 토종이니 하는것의 구분을 넘어 생사여탈권이란 무서운 일에 대해 원론적인 말을 하는것입니다. 외래종을 죽여라 죽이지 말랗를 떠나 생명을 죽일것이가 죽이지 말것인가의 원론적인 현상으로 돌아가면 하면 안되는 일이됩니다. 그러나 외래종이란 수식어가 붙어있으니 논란이 되고 의견이 생기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명이니 죽이지 말자는 생각과 그래도 넌 외래종이니 우리것을 위해 죽어줘야 겠다는 행동이 언젠가 충돌을 일으키겠죠. 허나 아직은 지금까지 해오던 그대로 행하게 될것 같습니다.
나중에 내생을 판단받는 시기가 오면 이것이 업이 될지 덕이 될지 알 겠죠. 지금은 알 방법이 전여 없으니 그때가서 평가받겠죠. 그쵸.
늘 행복하세요...청주사는 어부가..^^;
첫댓글 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저두 벌레 한 마리 못 죽이는 사람입니다-.-;; 저는 민물고기 경력도 짧고 하전 중상류를 많이 가는 편이라, 한 1년 반 쯤 전에 배스를 처음으로 잡아 봤는데....
식은땀 흘리면서 손으로 잡지도 못하고(등지느러미에 찔리거나 물릴까봐) 반두안에 든 채로 밖으로 던지다가 도로 물 속에 빠뜨린 일이 있군요...
진솔되고 과장없는 얘기 고맙고요. 그래도 릴리즈는 안 하신다니... 일석이조같습니다^^;;
잘하는 일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니 표리부동한 사람이 될수 있어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허나 이것이 언젠가 제게 업으로 다가올것 같아 못내 착잡합니다.
과격한 글 한번더 올릴까요. 우리 물고기를 위한다면서 우리 고기 기르거나 잡다가 죽이는건 별로 고민하지 않으면서 그리도 위협적인 외래종들에게 관대하고 인간적인 고민을 베푸는건 무슨 이유일까요.
저는 아직 낚는 실력이 딸리지만 많이 잡아서 전혀 부담없이 가축사료로 또는 거름으로 야생동물의 먹이로 제공하고 싶네요.
그것이 바지랑대님의 신념이라면 그렇게 하셔요. 그래도 전 계속 고민할랍니다. 외래종이라 고민하는것이 아니라 그들도 살아있기에 고민합니다. 생명을 대함에 있어 어찌 저울질이 가능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