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공원 궁도장 석호정(石虎亭)에 관하여 [6]
호미숙-호미호미 (ho***)
남산공원 궁도장 석호정(石虎亭)에 관하여
서울 석호정 부사두겸 서울시 궁도협회 부회장 김상주
서울 국립극장 뒤로 난 남산 산책로 한 곁에 활터가 보이고 전통식 한옥 하나가 서 있습니다. 이 건물이 석호정입니다. 석호정은 얼핏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건물로 보이나, 거기에는 670여년의 전통이 있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같이 하는 질곡의 역사가 숨어있는 곳입니다.
석호정은 임진왜란 이후 국민의 상무정신(尙武精神)을 진흥하고자 일반백성에게 사정(射亭;활터)의 건립을 허락함으로서 세워진 민간 사정이며, 그간 370여년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존폐를 거듭 하면서 남산의 한 자락을 지켜온 역사적인 활터입니다. 그러므로 석호정은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활터이기도 합니다.
한편, '석호정'이란 이름은 두 가지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활터의 건물 즉 정자(亭子)의 명칭이고, 또 하나는 활터를 기반으로 한 사원(射員)들에 의하여 조직된 단체(체육단체)의 명칭이기도 합니다. 이 두 명칭은 서로 불가결의 관계가 있으며, 둘을 불리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활터에 정자가 있어 활 쏘는 자가 모이고, 활 쏘는 자가 모여 조직이 생겨, 그 조직으로 하여금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호정은 그 조직이 있기에 37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오늘날까지 유지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석호정의 현 건물은 1970년 현 자리를 서울시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아 사원들의 출연금에 의하여 건립되었고, 1972년 서울시의 요구에 의하여 기부 채납되었습니다. 이 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공원 내 체육시설로서 현재까지 무상위탁을 받아 옛 전통방식에 따라 사원들에 의하여 자율 운영관리 되어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석호정은 건축된 지 얼마 되지 않으며 초라한 건물이지만, 사원들이 이어온 역사와 전통에 의하여 남산의 문화적 건물로 존재하고, 또한 그 건물이 있으므로 해서 사원들이 전통무예의 시연(試演)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남산공원 관광자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석호정을 대표하는 선수는 그간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궁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양하여 석호정의 긍지는 물론 서울의 체육문화발전에 기여하고, 그 전통성의 존재가치를 보존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여 왔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석호정은 '체육진흥법'에 의한 체육시설 및 비영리 체육단체일 뿐만 아니라, 2009년 3월이면 시행될 '전통무예진흥법'에 의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보호 육성하여야 할 시설과 단체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서울시는 석호정의 운영개선을 이유로 사용수익허가 방식에 의한 일반 공개입찰을 실시할 것을 결정하고, 12월에 석호정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내면서 낙찰자에 대하여 1년 치 사용료 22,550,000원(예정가)을 선납토록 하였습니다. 이에 운영 주체인 석호정으로서는 그 사용료를 선납할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목적사업에 부합하지 않아 입찰에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2009년 석호정은 타인에게 운영권이 넘어감으로서 지금까지 경영해온 석호정의 자율운영권은 물론 그 역사성마저 박탈될 형편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시행결과에 대하여 과연 서울시(남산공원관리소)가 옳은 판단이었는가 하는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서울시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도 공원 조례'에 의하여 40여 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무상 위탁되어온 사실을 갑자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사옹수익허가 방식에 의한 일반 공개입찰을 하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으며, 석호정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빌미로 일방적인 개선대책(다분히 의도적 인)을 제시하여 석호정의 기존 운영조직을 와해시켜야만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2. 현재 전국에는 370여 개나 되는 활터가 있으며, 이 활터 대부분 이 공유지에 있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시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곳이든 그 운영권이 회원들에게 무상 위탁되고 있지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는 곳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진흥법에 보장된 순수 체육단체이며 비영리적으로 운영되어온 석호정에 대하여 계속 수탁유지하고 싶으면 경쟁 입찰에 응하여 수익과 더불어 사용료를 내고 운영하라니 과연 그것이 옳은 조치일까요.
3. 석호정 시설이 거창하여 참으로 수익사업을 할만 곳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허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말로 석호정 은 건물이나 시설이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380년 가까이 역사를 지켜온 궁사들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 석호정을 무슨 수익을 보겠다고 경쟁 입찰에 붙이는 것인지 발상부터가 한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한편, 지역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여야 할 서울시가 석호정의 기존 운영주체를 석호정으로부터 배제하므로 인하여, 남산의 한 자락에 380년을 지켜온 석호정의 역사성, 정통성의 전통을 무시하고, 석호정의 가치를 없애 빈껍데기 건물로 남게 하는 것도 과연 옳은 것인지? 석호정의 가치는 전통적 문화적 가치에 있는 것이지 수익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5. 또한 석호정은 370여년을 궁사들의 자율에 의하여 운영되어온 민간 사정이며 현 활터 건물도 궁사들에 의하여 지어지고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기부 채납 된 건물입니다. 지금까지 무상 위탁되어 오는 동안 남산과 더불어 회원들의 노력에 의하여 가꾸고 다듬으면서 하자 없이 운영해온 사실은 무시되어도 옳은 것인지, 민주적인 사회에서 이런 자율적인 단체는 오히려 육성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됨에도 서울시는 역으로 배제시키고자 함이 관연 옳다고 보는 것인지?
6. 석호정은 그간 남산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여 왔습니다. 남산 산책로 주변에 있는 석호정은 전통 궁도장으로서 회원들이 활을 쏘는 것을 보기 위하여 많은 관광객이 들렀다 가는 곳이며, 청소년 국궁체험도 함께 연출함으로서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보는 곳입니다. 그리고 남산 문화벨트의 한 구성요소이며, 중구청의 문화적 자산입니다. 이와 같은 석호정의 가치를 알량한 금전적 수익에 목적을 두어 위탁관리자를 비궁도인에게 넘긴다는 것은 전통을 몰이해하는 서울시의 비문화적인 발상은 아닐는지?
7. 석호정은 체육회에 등록된 당당한 체육단체입니다. 서울시는 석호정을 비궁도인에게 위탁케 함으로서 궁도인의 훈련장소를 빼앗고 말았습니다. 석호정은 그간 많은 훌륭한 선수를 배출함으로서 대한 체육회가 주최하는 역대 전국체육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을 올려 서울시체육발전에 공헌한 바 크며, 특히 1996 년 중구청의 지원 아래 조직된 석호정선수단은 2000년까지 서울시를 대표하여 전국체전에서 계속 우승하여 상위권을 유지함으로서 서울시가 종합 1위를 하는데 기여하였고, 기타 전국 궁도 대회에서도 항상 우위를 차지하여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여 왔습니다. 이와 같은 석호정의 공헌을 높이 치하하여 계속 지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사료되는 바, 서울시는 오히려 그 실적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거의 기록으로 치부하여버리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 특히 국궁은 체육의 한 분야이며 전통무예로서 그 시설과 경기규칙에 엄격한 기준이 있습니다. 따라서 궁술의 습득에도 엄격한 규범과 절차가 있는 법입니다. 서울시는 관광객의 접근을 유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규격을 무시하여 사정거리를 줄이고 시설을 비궁도인에게 수익사업으로 위탁함으로서, 석호정은 전통무예의 도장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오락 또는 유락장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를 낳게 하고 있습니다. 궁도는 전통무예이며 체육의 한 종목입니다. 정말로 서울시가 전통무예와 그 문화적 가치를 존중한다면 전통무예의 도장인 석호정을 단순하게 누구나가 아무 때나 할 것 없이, 오락을 즐기듯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9. 끝으로, 서울시는 궁도가 '체육진흥법'과 '전통무예진흥법'에 의하여 보호육성 되어야 할 종목이라고 인정한다면, 남산을 오랫동안 지켜온 석호정과 그 정통성을 이어온 회원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남산공원의 명소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이 옳은 길이라고 판단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