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반쪽시행 돼지 육질등급제-1.돼지 육질등급판정 시행 4개월 현주소
돼지고기 육질등급제도가 시행 4개월째를 맞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육질등급제도는 말 그대로 돼지고기의 육질에 따라 등급을 나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도입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재 도입만 됐을 뿐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 4개월째를 맞고 있는 돼지고기 육질등급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 조기 정착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돼지 육질등급판정 시행 4개월 현주소
(2) 도축 YES, 생산-가공-유통-판매 NO
(3) 조기 정착 방안은 무엇인가
# 돼지 육질등급제도 왜 시행했나
돼지고기 육질등급제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돼지고기 등급을 단일등급으로 다루던 것을 규격등급과 육질등급으로 분리해 수입산과 차별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기존 규격등급은 도체중과 등지방두께에 의해 A,B,C,D,E 등급으로 구분했지만 육질등급제 시행으로 도체중량과 등지방두께의 최저범위와 육질항목(지방침착, 육색, 삼겹살상태 등)에 의한 1+, 1, 2, 3의 4개 육질등급이 추가된 것이다.
신설된 육질등급은 개방화 시대를 대비해 육질지표를 제공함으로써 돼지고기의 품질향상을 유도하고, 도축이후 소매단계에서도 등급을 표시·판매하도록 하겠다는 데 도입목적이 있다.
# 등급은 어떻게 구분하나
육질등급의 경우 중량과 등지방두께 등에 의해 육질등급을 1차로 분류하는데 1등급의 경우 도체중량 67kg이상, 등지방두께 10mm이상, 2등급은 도체중량 67kg미만, 등지방두께 10mm미만이며,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는 3등급으로 분류된다. 또 육색과 지방색 등 육질판정 항목에 의해 1+등급이 되려면 육색기준 No.3~5에 해당하고 육색과 광택이 매우 좋아야 한다.
그리고 지방색은 백색을 띠고, 탄력성과 끈기가 매우 좋아야하고 수분이 스며 나오는 정도가 적어 조직감이 매우 좋아야 한다. 이와 함께 좌도체의 5~6번 등뼈 사이의 절개면의 지방침착도가 근내 지방도 기준 No.4 또는 5에 해당하고 삼겹살내 근간지방두께는 5~15mm를 유지하는 등 적당히 두툼한 상태가 돼야 한다.
# 탁상행정 비판 속…갈 길 멀어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지난 7~8월 2개월간 전국 85개 등급판정 작업장에서 220만2000마리의 돼지를 개정된 돼지 등급으로 판정한 결과 육질 1등급의 출현율이 61.9%를 기록했다.
그러나 돼지를 온도체 상태에서 판정할 때와 달리 냉도체 상태에서 판정할 경우 1등급의 출현률이 49.3%로 급감해 정확한 육질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 경락가격의 경우 지난 8월 농협서울공판장을 기준으로 육질등급간 경락가격의 차이는 1+등급은 지육 kg당 3956원, 1등급은 3479원,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2655원과 1617원으로 나타나 1+등급과 1등급은 477원, 1등급과 2등급은 824원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경락가격이 양돈농가들에게 실적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양돈농가 중 상당수는 이 같은 육질등급제도가 농가의 사양관리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윤상 대한양돈협회 양주지부장은 “돼지의 경우 육질등급제를 시행하는 것보다 소모성질환이나 서울축산물공판장의 도축시스템 등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산적해 있는데 형식적인 공청회 등으로 제도를 졸속 시행한 것은 탁상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육질등급의 경우 육질등급 개선이 단기간에 어려운 만큼 제반 시스템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너무 실적위주로 제도가 시행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욱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돼지는 근본적으로 소와 달라 아직 육질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라며“농가 사양기술 개발이 안 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인식 제고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선모 대전충남양돈농협 포크빌 제1공장 부장장은 “농가마다 돼지 마리당 관리가 이루어져야 육질 개선의 효과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다”며“부분작업이 힘들고 육질에 따른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육질등급제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영탁 축산물등급판정소 사업본부장은 “10여년 동안 기존 규격등급이 존속된만큼 새로운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어 육질등급제를 시행하게 됐다”며“등급판정상황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소매단계로까지 육질등급이 조기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07년 10월 10일자 농수축산신문 홍동희 기자(No Mail)
돼지육질 1, 2등급간 가격차 562원
(2007년 7월 25일)
육질등급제 시행 첫날 등급간 가격동향 분석
지난 2일 돼지고기 육질등급판정제도가 시행된 첫날, 판정대상 작업장은 81개소 였으며, 판정두수는 41,499두였다.
등급판정 결과 규격등급별 출현율 차이는 거의 없었으며, 등급별 출현현황은 육질 1등급이상이 66.7%(1+등급 0.6%), 규격등급(A·B)은 65.7%로, 육질 1등급은 규격 A·B등급보다 1.0% 높게 나타났다.
또한,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육질 1등급 ㎏당 평균가격 3,784원 육질2등급 평균가격은 3,222원으로 육질1, 2등급간 가격차가 562원이었으며 규격A등급 3,887원, 규격B등급 3,695원으로, 규격A·B등급간 가격차는 182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