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장에서 국모이신 고 육영수
여사님의 저격 현장에 맨 처음 단상으로 올라가 쉼없이 흐르는
육영수 여사님의 선혈을 막으신 탁금선씨가 6월 6일 현충일에
별세하셨다 한다.
탁금선씨는 독립투사 박해근님의 미망인 자격으로 당시 행사장에
참석하셨다가,총성이 연속해서 울리고 육여사님께서 비스듬히
쓰러지시자 심지어 경호원조차 몸을 숙이고 나서지 않는 상황
에서도 무려 1미터가 넘는 단상을 단숨에 뛰어 올라 육여사님의
쓰러진 몸을 바로 세우시고 병원까지 동행하며 지혈하고자 노력
하신 고마우신 분이시다.
관련기사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에 육여사님께서는
탁금선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시고 가쁜 숨만 내쉬셨다고
하니, 새삼 그 날의 아픔이 다시금 가슴에 아려온다.
그 날, 당시 중학교 3학년인 필자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동
산골동네 집에서 흑백티비로 광복절 기념식 중계를 보고 있었다.
박대통령의 기념식사가 이어지는 도중에 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순간 여고생들의 비명소리가 나고 이어서 지금보니 한복을 입은
탁금선씨가 단상에 올라오는 장면에서 중계방송은 중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약 10여분간 방송이 정지된 상태에서 다시 화면은 이어지면서
박대통령께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북한에 화해 정책인
8.15성명을 제안 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박대통령의 연설이
마쳐지고 퇴장하시면서 육여사님께서 앉으셨던 자리에서
육여사님의 고무신을 가지런히 두손으로 주워 들고 나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함께 그날의 중계를 보던 생전의 어머님께서 그 장면을 보신 후,
박대통령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표현을 할 때마다 그 절체 절명의
경향없는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부인의 고무신을 챙기는 모습
에서 그 대범함과 자상함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늘상 말씀
하셨다.
그 날 저녁, 북아현동 제일 높은 산동네에서 내려다 본 서울이
맑은 날씨에 그것도 노을이 질 시간이 아닌 아직 환한 낮인
여름 오후 5시쯤 오렌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온 집이며
벽이며 골목길까지 심지어 마주보는 사람까지 노란색으로
5분(?)간 물들었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자연 경험이었다.
그 시간대에 육여사님께서 임종하셨다고 하였다.
그 이후 35년 가까이 지나도록 그런 이상한 빛의 변화를 다시는
본 적이 없으니 그 날, 서울 온 천지가 오렌지색으로 물든 건
분명 육여사님의 서거를 하늘이 무척 슬퍼하셨음이라는 확신이다.
아무튼 그 날 온 몸으로 육여사님의 선혈을 막으려 노력하시면서
육여사님께서 이 조국의 땅에서 마지막 숨을 어렵게 몰아 쉬실 때,
그 마지막 호흡을 지켜 보신 분, 자신의 옷고름으로 지혈하신 분,
독립투사 부인 탁금선씨의 별세 소식에 그 분께 다시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늦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보내 드린다.
부디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부디 좋은 극락세계로 가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