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묘에서 학산 가는 입구 마을
모과가 감처럼 주렁주렁
학산에서 고덕산 가는 갈림길
남고산성 억경대에서 바라본 전주시내 야경
교장선생님의 밝은 랜턴과 회원들의 해드랜턴 조명으로 촬영
90차 라면 하나로 행복을 안고 남고산성에세 환상의 야경에 취한 산행
산행지 : 관성묘-학산 고덕산 갈림길-남고산성
산행일시 : 2007년 10월23일 화요일 맑음 17:25~19:20
참여 : 교장선생님, 전귀옥, 김자미, 김지선, 이복재, 최문헌, 한태순,
김용수, 김수영(9명)
관성묘 윗 지점에서 합류한 우리는 학산 쪽을 향하여 나서는데 해는 서
산에 걸치고 있는데 마침 은색의 억새와 감나무에 노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가을을 알리기에 우린 서둘러 포즈를 취하여 영상기록에
담았다.
요즘은 해가 토끼꼬리를 닮아가고 있어 부지런히 행동하여야 기록다운
기록물이 나오기에 폼을 잡고 자연에 동화되어 물아일체(物我一體) 되
고자 서둔다.
땅거미 질 녘의 마을에는 밥 짓는 저녁연기는 나지 않고 그저 낯선 산행
객들을 향해 짖어대는 개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흔들어대며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뭐야, 저물어 가는 이 시간에 무얼 하러 산에 가는 거여.”
“넌 모르지? 낮엔 인간이 주인인 세상은 우리가 늘 보아 오지만 밤중엔
자연이 주인인 산속에 들어가 요정들이 무얼 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만
나러 가는 거지.”
모과가 감처럼 주렁주렁 열린 모과나무를 전귀옥 선생은 놓지지 않고
찰칵한다.
드디어 학산 숲속에 드니 점점 어둠이 깔려오기에 부지런히 걸어 쉼터
에 이르러 라면을 먹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수프를 반 만 넣은 컵라면에 각자 준비해온 보온병에서 따끈한 물을 부
어 놓으니 구수한 냄새가 숲속에 진동한다.
솔 향과 잘 비벼진 신비한 향 내음이 침을 흘리게 만들어 익는 시간 3분
을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은박지 뚜껑을 열어 맛보니 기막히다.
천하일미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인가?
나는 너무 맛있어
“우리 학생들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나게 맛있다!”
하니 주위의 우리 하늬뫼님들이 박장대소한다.
‘내가 너무 저속한 표현을 했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입밖에 나간 말
이 아닌가.
아무튼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우리들은 그저 라면 하나에
“아,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소박한 행복감을 느끼는 이 시간이 마냥 좋기만
하다.
이 장면을 담아놓기 위해 전귀옥 선생은 방향을 바꿔가며 부지런히 셔
터를 누른다.
김자미, 김지선 선생도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컵라면을 포근히 안고 맛
본다.
마침 물 부은 컵라면이 한 개 남아 막내는 한입씩 우리에게 돌리며 떠먹
이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몽땅 베어 무니 교장 선생님이
“야, 한 입에 다 먹는다.” 하며 놀려 대신다.
어둠은 더욱더 짙어져 오기에 랜턴을 머리에 쓰거나 손에 들고 숲길을
일렬종대로 열 지어 나서는데 마치 반딧불이 떼 지어 나는 모습이 장관
이다.
드디어 학산과 고덕산 가는 갈림길에서 열 사흗날 달이 솔숲 사이로 휘
엉청 떠 있어 ‘야, 저 달을 보아요.’라는 소리에 모두 달을 보고 詩心이
저절로 우러나오는지 나름대로의 시인이 된다.
밤중 산중의 숲에서 보는 달의 정경은 남달리 더욱더 서정감을 자아낸
다.
우린 왼쪽의 평길을 이용하지 않고 일부러 오르막길인 산행로를 이용
하여 낑낑대며 올라 능선에서 잠시 숨고르기 시간을 가진 뒤 고덕산 가
는 쪽으로 하산하여 다시 복장대쪽으로 내달음질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위험한 길이 없어 랜턴과 달에 의지하며 마을길과 남고산성에
이르는 길에 이르러 남고산성쪽으로 오르니 돌로 쌓은 산성이 나오기
에 산성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중에 우리 일행들에게 랜턴 불을
전부 끄고 달빛으로만 산성을 걸어보자는 제안에 그대로 랜턴을 일제
히 끄니 그야말로 달빛이 온 누리 자연을 하얗게 물들이는데 아래 인
간세계만이 울긋불긋한 색깔을 띠고 있어 참 대조적이다.
특히 산성 옆에 하얗게 꽃 핀 구절초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인다.
드디어 복장대에 이르러 안내도를 랜턴 빛으로 읽어보니 우리 차가 주
차된 쪽에서 한참 멀어진다. 일행 중엔 이쯤 해서 다시 되돌아가자는 주
장과 그냥 남고사 쪽으로 가자는 주장이 대립되었는데 그냥 남고사 쪽
으로 강행하기로 하여 억경대에 이르니 아, 별천지가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모악산, 기린봉, 황방산, 화산공원, 완산칠봉, 다가산에서 보아왔던 전
주시내의 야경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황홀한 모습이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야경의 색깔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김자미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외국 여행 와서 야경을 보는 것 같다. 전주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
다울 수가······.
오늘 산행지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며 막내도 함께 마냥 흐뭇해한다.
우리는 이 황홀한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데 셔터가 한참동안
후 떨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좀 서툴러 잘
안된다.
교장 선생님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어 우리가 가진 랜턴으로 조명
을 하자고 하여 우리는 그대로 랜턴을 들어 집중적으로 조명하니 사진
이 잘 찍힌다.
바로 야간 영화촬영의 현장인 것처럼 말이다.
우린 황홀한 야경에 한참동안 취하며 완산칠봉, 기린봉에 불빛을 찾아
보며 사방을 둘러본 후 남고사 쪽으로 급경사진 돌길을 조심스럽게 내
려오다 보니 어느새 남고사에 이르렀다.
다행히도 아무 사고 없이 야간 산행을 마치고 큰 길 따라 내려오는데 우
리 차가 주차한 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오늘의 운전자 이복재, 최문헌 회선생님만 차 있는 쪽으로 투벅투벅 걸
어가기에 나도 길동무하러 따라 나서니 거리가 상당히 멀다.
거의 20분을 걸으니 비로소 차가 보인다.
남고사에서 우릴 기다리는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며 수고가 많았다
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교장 선생
님이 남문 순대국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시기에 남문 피순대집
에 이르니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꽉 차 있다.
입소문 난 집이라서인지 앞집엔 한산한데 비하여 이 집만큼은 벅적거
린다.
파리 날리는 앞집에서 이 모습을 볼 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식사가 나오기 전 교장선생님께서 담배를 피우고자 라이터를 청하니
없다고 하여 성냥이라도 달라고 하니 성냥마저 없다고 하여 주위를 두
리번거려 보아도 불씨를 찾을 수 없어 난감하던 차에 마침 순대국을 끓
이는 큰 가스불이 있기에 틈새로 불거져 나온 파아란 불빛에 상자 귀퉁
이를 찢은 종이에 불을 붙이니 잘 붙질 않아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불을
붙여 조심스럽게 교장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니 나의 불붙이는 모습을
지켜 본 여선생님들이 박수로 맞이한다. 아마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던 모양이다.
나도 전엔 애연가일 때 담뱃불이 없어 한참 애먹다가 길가의 불씨가 남
은 담배 꽁초를 주워 내 담배에 불붙여 맛있게 피었던 모습이 문득 떠
오른다.
담배를 가져다 불붙이면 쉽게 불붙일 수 있을 터인데 왜 그리 어렵게 하
느냐고 묻기에 7년 전에 담배를 아주 어렵게 끊었는데 담뱃불을 붙인다
고 한 모금 들이마시다 보면 담배 맛을 들일까 보아 그렇게 했노라 하면
서 맛있는 순대국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하는데 일적불음인 나도 술을 조금 받아 마시는
데 냉장고에서 막 꺼내온 술이어서인지 술맛은 조금이고 시원한 냉수
를 마시는 기분인데 다른 분들도 그렇다 한다. 산행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아무튼 술맛이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어느새 교장선생님이 식사대를 지불하신다.
완산칠봉 산행 때 꼭 이 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주차하기가 마땅
치 않아 다른 곳에서 식사하면서도 서운했는데 오늘 이렇게 여러 선생
님들하고 오고 싶은 곳에서 이렇게 즐거운 식사를 하게 되어 기분이 아
주 좋다 하신다.
아무튼 오늘 산행도 황홀한 달빛 아래 전주시내 야경과 山行三樂을 즐
겼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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