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콩이 나를 열받게 했다. 도무지 초콩이 뭐야? 콩이면 콩, 초면 초. 확실해야지 초콩이 뭐란 말야. 사과 다이어트, 두부 다이어트, 고기 다이어트 난리를 치더니, 이제야 좀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만 초콩?
아하... 그러니까 한가지만 먹으라는 다이어트 가지고는 이제 벽에 부딪혔다 싶으니까 웬 구신딱지 같은 녀석들이 음식 두개를 섞어서 '다이어트에 특효'랍시고 소문을 내는구나. 으으으... 정말 열 받는다. 원푸드 다이어트란건 절대로 해선 안된다고 3년을 떠들어서야 겨우 "일부 지각있는 여성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는데 이젠 초랑 콩을 섞어서 특효라고 떠들어라고라?
흠... 나 어릴적에 식초를 한컵씩 먹으면 뼈가 부드러워 져서 체조선수들이 식초를 먹는다는 얘길들은적은 있다. 콩에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건강식품으로 권할만 하다는 걸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초랑 콩이 섞이면 뭐가 특별나게 더 좋아진단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런 다이어트의 비법입네 하는 것들은 전부 무슨 주문 외우듯이 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그러니까 초랑 콩을 그냥 밥먹을때 같이 먹으면 안되고 초랑 콩을 콜라병에 넣고 보름을 절여서 그것도 10에서 15알을 왜 꼭 젖가락으로 먹어야 하는냔 말이다. 이거 뭔가 문제 있는 것 아닌감? 초랑 콩을 콜라병에 섞어 두면 뭐가 생기남? 숫가락으로 먹으면 콩이 목에 걸리남? 게다가 내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나의 뚜껑은 확실하게 열려 버렸다.
초콩 다이어트를 할때 검정콩을 써야만 하나요? 집에 누런 콩이 있던데 그냥 이걸로 하면 안될까요?
초는 감식초를 쓰면 안될까요? 감식초가 맛도 더 좋고 웬지 몸에도 더 좋을거 같아 썼는데 친구가 감식초는 안된다고 해요. 정말인가요?
도대체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 놈의 초콩들을 토벌해 버리리라 맘먹고 한번 정보들을 수집해 보았다. 뒤지자 마자 범인들이 나오는구만. 연예인 XX양, XX씨 두 양반이 초콩을 먹고 살이 빠졌다고라... 그리고 진원지는 모 잡지. 역시. 틀림없이 아침방송 어디께도 나왔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좀더 찾아보니 XX씨는 아침방송에서 한마디 하셨군. 인터넷이란게 워낙 좋아서 어렵쟎게 앉은 자리에서 해당 여성지의 과월호를 구할 수 있었다. 가라사대...
'XX씨는 다이어트가 끝난 지금까지 (약 5개월이 지났음)도 감량한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요즘에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식초콩을 가끔씩 먹고 있다고 한다. 또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달 반 정도 매일 식초콩을 먹을 것을 권한다.'
아주 전형적인 다이어트 기사 답다. '다이어트를 하고 나도 감량된 몸무게가 유지된다' , '적어도 얼마간의 기간동안은 계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요 두마디는 꼭 들어가는게 요즘 다이어트 기사의 레파토리다. 왜냐하면 이말이 없으면 아무에게도 관심을 끌 수가 없을테니가. 뭐 본인이 직접 체험한 얘길 했을 뿐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을 얘기했을 뿐일테니 XX씨에게 따지고 들 뜻은 전혀 없다.
그리고 기사는 계속되었는데, 초콩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역시 가라사대...
'콩에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리놀산, 식물성 스케롤, 레시틴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 게다가 식초는 타액, 위액 등의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히 하고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쉽게 하도록 돕는다. 그 외에 피로의 근원인 젖산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피로회복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콩과 식초를 함께 먹는 것은 이 같은 작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우 좋다. 식초콩은 만들기도 간단하고 오랫동안 먹어도 부작용이 없어서 더욱 많이 사람들이 찾고 있다. 식초콩은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콩을 씻어서 물기를 닦아낸 후 식초에 절이면 된다. 대개는 날 콩을 사용하지만 콩의 비린내 때문에 그냥 먹는 것이 힘들 때는 콩을 살짝 볶아도 좋다. 식초에 절인 콩을 하루 5∼6알씩 먹고 술잔(소주잔) 하나씩의 식초를 함께 마시면 더욱 효과가 크다.'
흠. 초콩 다이어트를 마구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초와 콩을 먹으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는 초콩 다이어트로 2주만에 6킬로를 감량했다는 한 여성의 수기가 덧붙혀져 있었다.
하지만. 글을 가만히 읽다보니 의문이 조금씩 생긴다. 보면 콩도 좋고 초도 좋으니 섞어 먹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 라는 얘기가 주요 골자다. 그렇다면 콩만 먹어서 살을 뺀사람도 있어야 겠고, 초만 마시고 살을 뺀 사람도 있어야 옳지 않겠는가? 아니면 콩도 좋고 초도 좋지만 초와 콩을 같이 먹으면 무슨 이유에 의해 상승작용이 생긴다는 설명이 있어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한발 더 나아가 콩밥을 지어 먹으면서 식초가 많이 든 음식, 예를 들어 해파리 냉채 같은 것을 반찬으로 먹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굳이 콩을 초에 절여서 일주일을 삭인뒤 아침마다 젓가락으로 10알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오! 나의 집요함이여. 이번엔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의외로 기독교 계통의 홈페이지에 건강 강좌 비슷한 란에서 초콩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글의 원저자는 안현필이란 분이고(중학교때 영어 참고서 쓰신분 같던데...) 원문이 너무 길어 조금 간략화 한다. (원문 왜곡의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초콩-콩을 식초에 절인 것 모든 음식물은 생으로 먹어야 영양분을 100% 섭취할 수 있는데 콩만은 비려서 생으로 먹기 힘들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은 설사를 합니다. 그런데 생콩을 식초에 약 1주일 가량 절여서 먹으면 비리지도 않고 설사도 안 하니 식초는 정말 신기한 것입니다. 아래는 한 남자의 편지입니다.
"저는 50세가 넘어서부터 는 건망증이 심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두통도 심했는데 거래처 사람이 콩을 먹으면 좋다고 하기에 콩을 중심으로 한 균형 잡힌 식사를 약 2개월 동안 해봤으나 별다른 효과를 못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그 분이 '콩 식초 절임'을 권해주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매일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3개월쯤 경과하자 믿을 수 없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로 매일 매시 아팠던 머리가 기가 막히게 맑아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화번호도 기억이 잘 나서 전화번호부를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되 었습니다..."
콩과 식초는 둘 다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상승작용을 해 큰 효과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2개월 동안 콩을 화식(火食)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는데 3개월간 식초에 절인 콩을 생식(生食)했기 때문에 위대한 효과를 보게 된 것입니다. 생식은 화식보다 100배 이상 효과가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생식을 하기 때문에 병이 없는 것을 보세요. 현대인의 모든 문명병은 피를 흐리게 하는 공해식품을 먹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인이 세계 최고로 장수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을 이룩한 것도 콩과 식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기 때문이지요.
식초 콩이 둘 다 피와 살을 맑게 하는 상승(2승)작용을 하기 때문에 머리의 피가 맑아져 서 기억력이 좋아지고 동시에 온몸의 피도 맑아지기 때문에 만병이 치유된다고 했는데 '현미 식초 콩'은 3승작용을 하기 때문에 식초 콩 2종만 먹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이 이외에도 초콩을 먹을때 생선 요리와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현미 식초 콩을 먹는 것은 필자 자신에게도 고역이어서 현미 콩밥을 지어 식사를 하고, 현미 볶은 콩을 가루 내어 반 숟가락씩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얘기와 초콩으로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안현필씨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상 말한 현미, 콩, 식초, 김, 새우, 멸치가 공해 독을 녹이는 최고의 식품들입니다. 소위 칼로리 가 높은 최고의 영양식이라는 쇠고기, 우유,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는 공해병을 만드는 최악의 식품들입니다. 이것들을 즐겨 먹는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말로를 주시하세요. 미국에서는 중병으로 입원하고 있는 환자만도 약 2,500여만명, 미국인들의 뒤를 부지런히 쫓아가는 한국인들도 지금 병원마다 초만원 사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안 서방은 먹는 즐거움 없이 살라고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1주일에 한 번쯤은 식도락을 하되 반드시 동시에 공해 독의 최고 해독제인 초콩을 먹고 평소에는 현미, 콩, 식초, 김, 멸치, 새우, 생된장, 생야채...를 꼭 먹기를 충심으로 충고하나이다.'
이 글을 읽고나니 약간의 의문이 상당부분이 풀렸다. 콩과 초를 따로 먹지 않고 절여 먹는 이유, 콩밥을 먹는 것 보다 생콩을 절여 먹는게 좋은 이유, 맨 생콩 보다는 초에 절여 먹는게 좋은 이유 등드이 밝혀진 셈이었으니. 그리고 꼭 아침에 먹으라는 얘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안현필씨의 글에 의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는 점도 알게된 셈이고. 하지만 안현필씨의 글에도 약간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첫째. 최 장수국 일본인들이 콩과 식초를 많이 먹는다는 얘기... 마침 본인이 이 글을 뚜드럭거리고 있는 순간에 옆에 일본인들이 두명 있었다. 물어 봤는데, 그들은 글쎄...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다. 일식집에 가 보면 초밥 먹을때 같이 먹는 생강이나 마늘 뿌리를 초에 절인것이 항상 나오던데, 일본사람들은 뭐든지 초에 절여 먹는걸 좋아하나?
둘째. 동물들은 생식을 하기 때문에 병이 없다? 글쎄. 본인이 알기로 동물들이 인간의 성인병에 해당하는 병이 없는 이유는 성인병에 걸릴만큼 수명이 안되기 때문인 것이라고 들었는데...
어쨌거나. 안현필씨의 글을 읽고 나서 초콩이란것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 만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번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원리야 어쨌건 간에 실제로 사람들이 초콩을 먹고 건강해 졌다면 그것으로 그만이 아니겠는가?
우선 성공한 사람으로 XX양, XX씨의 두 연예인이 있었고, 그 잡지에 성공기를 보내주신 아주머니도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본인이 일하고 있는 S 모 병원의 원장님도 과거 변비로 고생하다 초콩을 드시고 완전 해방이 되셨다고. 놀라운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필자가 있는 동호회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초콩과 관련한 정보를 모아보았다.
전 벌써 두병째 뿔려서 먹는중이랍니다...몸무게는 그리마뉘빠지고있진 않지만.. 속이 개운해서 좋으네요...^^;;
먹어보니까 맛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먹을만 하더라구요.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어서...뭔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 의심중입니다..
제가 한변비하거든요. 변비약 안먹어본 것 없고, 모두다 먹을때 뿐이고 만성될까 무섭잖아요. 제가 요즘 식초콩 먹거든요. 요즘은 시원하게 쫙 정도는 아니지만 아침에 화장실은 가요.
전 콩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댕기는데 첨 이틀은 못먹겠더니 지금은 도시락 한통 다비워요. 나름대로 맛있구요.
근데..몸무게엔 변화가 없다..이재룡은 먹을껏 다먹으면서 (소식했지만..0 2개월에 8KG이나 뺐데는데.. 난 아직 변화가 없으니..하긴 이제서12일 돼ㅅ지;만. 그래도 화장실을 매일 간다는게 어디인가.. 하긴..불가리스랑..파스퇴르 유산균 요구르트도 거의 한달이나 먹었다..
오늘은 화장실을 두번 갔다.~ 헤헤. 난 화장실 두번 간거에 대해서 너무 기쁘다..넘 단순한 강호~
그럴때..내가 싫어서 변비약 먹는다~ 그럼모하나 개운치 않은걸~ 근데..초콩 하면서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간다..넘 조타~
초콩은 맛이 넘 없다...하긴..약도 입에 쓰니깐...
근데..몸무게엔 변화가 없다..이재룡은 먹을껏 다먹으면서 (소식했지만..0
2개월에 8KG이나 뺐데는데.. 난 아직 변화가 없으니..하긴 이제서12일 됐지만.
그래도 화장실을 매일 간다는게 어디인가.. 하긴..불가리스랑..파스퇴르 유산균 요구르트도 거의 한달이나 먹었다.. 지금은 한개밖에 안먹지만...초콩의 위력이 더 센거 같음..
지금 1주일째됐는데체중이 중지도 늘지도 않네요.. 근데 예전만큼 식욕은 안땡기더라구요.. 그리고 화장실도 꽤 규칙적으로 가게되구요..
그래도 살이 빠진다니까! 1주일 정도 0.5kg빠진것 같아요.
아직 장기간 초콩을 드신 분들은 없어 체중 감량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일러 보인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분들이 변비해소에 효과가 있음을 얘기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리하여 나는 오늘 초콩 다이어트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짓고자 한다.
1. 이론적으로 아주 허무 맹랑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몸이 축나지는 않을 것 같고, 시간이나 돈이 많이 들것도 없으니 손해날 짓은 아니다.
2. 변비해소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3. 체중 감량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