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큰 뉴스가 몇 개가 있었다.
중국에서 지준율을 한꺼번에 100BP나 올린 것도 황당한 뉴스였지만 이란에서 석유 수출에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린 것도 시장에 큰 영향을 줄만한 뉴스다.
부시가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에게서 밝혀진 “이란은 핵무기 개발이 중단되었다”는 보고서에 대해 이란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자 부시는 공식석상에서 “웃기지 말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했었다.
얼마 전 GCC 총회에서 달러화 폐기 문제가 정식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 달러화의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면 이제 이란의 달러화 폐기 움직임이 국제시장에서 달러화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의문이다.
이것 저것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은 주중 시황을 통해 전하기로 하고 오늘은 시장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시장이 금리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아니, 금리의 전망만 바뀌어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긴 지금까지 저금리 시대가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저금리의 타성에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낮은 금리를 마음껏 조달했으며 그에 대한 부작용도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주말을 기해 중국은 또다시 지준율을 종전의 13.5%에서 14.5%로 무려 1%p나 올렸다. 중국처럼 금리가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서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실질적인 긴축효과가 나오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현재 미국이나 한국처럼 금리에 대한 전망만 가지고도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있다.
1~2%에 있는 금리수준이라면 그곳에서 1~2% 더 움직인다고 해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이곳에서의 금리변화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금리의 수준이나 방향성에 상당히 민감한 시장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주택 대출 금리가 딱 한달 동안에 32BP가 올랐다. 1억원의 자금을 융통한 사람이라면 단 한 달만에 지불해야할 이자만 32만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연환산)
우리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은 이제 최고금리로 8%대의 대출금리 수준에 진입했다. 하나은행도 최고금리가 7.67%에 고시되고 있어 8% 진입에 초읽기 상태다.
8%라...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과연 몇% 쯤 될까?
평균적인 영업이익률이 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어쨌든 8%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가진 회사라면 어떨까?
기업은 언제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최선을 다하게 되어 있다.
생각해보라. 갑자기 이자비용이 증가해서 제품의 원가비용이 늘어나 평균가변비용(AVC)이 올라가게 되면 소위 Shut-down point가 올라가게 된다.
당연히 투자는 이익을 가져올 수가 없어 중단될 것이다.
딱 현재 시황 자체가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이제 금리의 전망이나 금리의 움직임에 무척 민감하게 움직일 수가 있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은 이제 중립금리 수준까지 올라온 시장은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성숙하고 있다는 점을 오늘은 이야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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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언제 집중적으로 올랐던가?
올 한해 동안에만 리보금리가 100BP가 올랐다는 말을 지난 주중에 한 적이 있다.
우리네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리의 인상속도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중점적인 금리상승의 시기는 8월 즉 금융경색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특히 대형 투자은행들의 문제가 실타레처럼 얽혀 있어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었던 지난 11월중의 금리인상폭은 가히 엽기적이다 할 수 있다.
그러니 금리의 방향성에 시장은 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주 목요일 미국의 유가는 급등으로 전환이 되었었다.
그것은 미국이 5년간 한시적으로 금리의 캡을 씌우겠다는 것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공포의 ARM 금리재조정을 앞두고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대규모 디폴트를 막아보자는 것이었고 이는 금융경색이 극에 달했다는 것으로 인식이 되면서 금리인하도 25BP가 아닌 50BP까지 하락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유가는 급상승 전환되기도 했었다.
그 다음 날인 주말 장에서는 미국이 예상보다 선전을 했던 고용지표가 한 때 절반수준까지 급격한 상승을 보였던 50BP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26%까지 끌어내리게 되면서 유가는 다시 급락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즉 하루 하루 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변화하면서 석유시장은 극한의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는 석유시장이 주로 지정학적인 뉴스나 혹은 일주일에 한번 발표하는 미국의 원유재고 수준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곤 했던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현상이다.
최근 미국의 재고수준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뉴스가 아무리 석유시장을 상승으로 유인하려 해도 이제 곧 달러화가 반등을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은 유가를 상승 쪽으로 유도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즉...다시 말해 상품시장 역시 금리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금리에 민감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최근 강연회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이 “증시의 국면별 흐름의 특징”이다.
즉 금리가 중립금리수준에 임박하게 될 때의 오랜 증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 증시는 그런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더욱 쉽게 들어보자.
지금 대한항공은 여행객의 수요가 커지고 있고 또한 중국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으면서 대 호황을 맞고 있다.
그 때문에 아주 최근까지도 시장의 주도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월부터 이상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11월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조정을 동시에 받았지만 여느 때 처럼 상승으로 반전이 늦다.
거참...안하던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주가는 11월의 낙폭의 절반 이상을 커버하고 있지만 이 종목은 오히려 11월의 저점을 향해 일보 후퇴를 하고 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유가도 떨어지고 있다는데(물론 유류할증제에 대한 이야기는 했기 때문에 생략하자) 여행객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데, 앞으로는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미주노선에 대한 여행객이 30%는 늘어난다고 하는데, 게다가 원화 강세로 인한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까지 있는 대한항공이 최근 들어 왜 저런 나약한 모습을 보일까?
답은 리보금리다.
리보금리는 연초에 겨우 5.7%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 6.8%에 육박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리보금리가 1%P 상승을 하면 대한항공의 영업외 손실은 500억원이나 더 커지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비행기를 사오면서 어떻게 현금만 가지고 살 수 있겠는가?
대한항공의 1년 당기 순익의 합은 2005년에 2000억원 수준이었고 작년에는 크게 늘어 4000억원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담합과징금 등으로 당기 순익은 1500억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냥 평균적으로 최근 수년간 3000억원이라고 하자.
그럼 이자의 상승분으로만 1/6의 이익이 감소한다. 올해 예상수익으로만 친다면 예정되어 있었던 당기순익에 30%가 이자비용으로 더 나가게 된 것이다.
이래도 주가의 흐름이 이상하게 느껴지는가?
아무리 허리띠를 조르고 영업환경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당기 순익
의 3할을 어떤 수로 커버한단 말인가?
이런 모습은 거의 대부분의 소재관련 섹터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지난 주 주중 한경TV의 방송을 통해서 이제 중국관련주에 대한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자율의 상승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을 하면서 그저 주가상승에 대한 수익률만을 챙길 수 있다고 해도 개인들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항상 뒷북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증권사들의 리포트들에서도 주로 중국 소재섹터에 대한 추천을 서슴치 않고 있다. 당연히 이익성장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필자는 그들의 의견에 반대한다.
단지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그 회사가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 외 다른 비용이 모두 정산된 다음의 이익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 주 소재섹터 종목들은 거의 폭격을 맞았다.
증권사들은 소재 섹터를 사라고 하지만 정말 사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도 이런 금리의 민감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투신권에서도 11월에 매수한 것은 그들 소제섹터가 아니었다.
전체 매수에 전기전자와 통신만(자동차도 있지만 제외했다) 무려 54%를 집중했다.
그러니 같이 하락을 했지만 반등을 하는 과정에서 소재섹터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오히려 바닥에서 탈출에 더디고 있지만 전기전자 업종은 계속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성격은 자주 변화한다.
어떤 때에는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노동시장의 움직임이 무척 큰 영향을 줄 때도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 요인이 자주 자뀌는 것은 상황에 따른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평상시에는 다소 지루하게 들리는 발라드 풍의 음악이 실연을 당한 여인에게는 그 모든 발라드 풍의 음악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민감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실연이라는 독특한 상황이 전제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도 마찬가지다.
같은 재료가 임펙트되었을 때에도 그 시장의 상황에 따라 그 재료의 파괴력이 달라지게 된다.
지난 주...
우리나라의 이성태 총재는 매우 희안한 발언을 했다.
그동안의 금리 상태가 오히려 비정상적이었으며 지금은 시장의 논리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것이 당국의 임무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 대한 교육차원에서 일단 최근 금리급등현상을 좌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제의 수장이 우리네 시장을 교육시킨다? 쉽게 벌어먹었던 은행들이 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미던가?
금리인상의 책임은 은행들에게 있고 이는 그들의 잘못된 선택에 기인하지만 이런 점도 시장은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던가?
이 발언이 국채의 금리변동을 다시 크게 하는 등 파장이 있었지만 일단 금리의 인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고 또한 그 부분을 이성태 한은 총재가 좌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정리를 해보자.
이번 주에는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 제일은 FOMC의 금리정책이 될 것이란 점에 대해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네 금리다.
연말에 도래할 차환물량은 사상 최대치이며 여전히 은행들은 대출을 서두르고 있어 금리의 인상은 상반기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금리 민감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성장주로 포트의 재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동양증권 박문환(샤프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