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명 울린 화제의 전시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주최
‘김영수(金永秀)’라는 문패가 달린 오래된 벽돌집. 녹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평생 묵묵히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들의 피와 땀, 눈물 어린 삶과 마주하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파독 광부로, 베트남 참전 용사로, 중동 건설노동자로 나섰던 아버지들. 그들은 지하 1600m 갱도와 1500℃ 조선소 용접불꽃을 견디며 모은 월급 대부분을 가족에게 보내고도 더 내어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시집간 딸에게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마음은 한자리에 머무니 공주님의 고운 마음을 닦고 닦아 맑고 맑게 간직하라”고 편지로 당부한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종종 고마움이 잊히는 존재, 그 아버지의 사랑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 주최, 멜기세덱출판사 주관으로 열리는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부제: 그 묵묵한 사랑에 대하여·이하 아버지전)이 그것이다.
아버지전은 2013년 6월부터 하나님의 교회에서 개관해 관람객 80만 명을 돌파한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의 후속 전시다. 2019년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를 시작으로 같은 해 부산수영 하나님의 교회에서도 열렸으며,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1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나님의 교회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년 반 동안 중단했던 전시를 서울에서 9월 15일 재개관했다. 묵직한 감동을 경험한 관람객들의 기대와 성원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9월 29일부터는 대전시 만년동에 자리한 대전서구 하나님의 교회에서도 열려 중부권 시민들도 진한 울림을 느끼고 있다.
현장에 전시된 사진, 글, 영상, 소품 등에는 아버지와 가족 간의 애틋한 사연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전시 제목에서 ‘읽다’의 표현은 ‘읽다(read)’와 ‘이해하다(understand)’라는 중의적 의미를 품고 있다. 다양한 전시품을 보고 읽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면에 숨겨진 아버지의 진심까지 헤아리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 제목에 녹아 있다.
아버지의 일상 언어로 5개 테마관 풀어내
총 5개 테마관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180여 점의 글, 사진, 소품 등으로 채워져 있다. 각 관의 테마는 아버지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간결한 일상어로 꾸려졌다. 1관은 “아버지 왔다”, 2관은 “나는 됐다”, 3관은 “….”, 4관은 “아비란 그런 거지”, 5관은 “잃은 자를 찾아 왔노라”이다. 전시장은 시인 나태주·정호승·김완하·하청호·이정록과 만화가 이현세 등 기성 문인과 작가의 글, 일반 문학 동호인들의 문학 작품,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한 독자들의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독자들이 제공한 추억의 소장품이 눈길을 끄는데, 제각각 아버지에 관한 특별한 기억과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신다.
1관 “아버지 왔다”에서는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유년 시절 추억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대문에는 ‘김영수’라고 새겨진 문패가 달려 있다. 바로 아버지의 이름. 김영수는 해방둥이와 그 시대에 가장 흔했던 이름으로 평범한 아버지를 의미한다. 동시에 길 영(永), 빼어날 수(秀) 한자에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누구나 아름답다’는 뜻이 담겨,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를 지닌다. 대문을 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버지 왔다” 하며 퇴근하는 아버지를 만날 것 같다.
2관 “나는 됐다”에서는 가장으로서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전쟁 전후부터 현재까지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일군 대한민국 아버지들을 볼 수 있다.
3관 “….”에서는 무뚝뚝하고 강인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마주할 수 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말, 행동 이면에 숨겨진 뜨거운 사랑이 담긴 작품들로 가득하다. 늘 묵묵했던 아버지가 작성한 편지, 일기 등도 전시돼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으로 얼룩진 지난날이 이해와 사랑으로 씻겨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4관 “아비란 그런 거지”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이 그려진다. 막내딸과 손주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임종 전까지 비누 만들기에 몰두한 한 아버지의 사연은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5관 “잃은 자를 찾아 왔노라”에서는 인류의 고전 성경 속에 담긴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감동 스토리를 전해준다.
전시 관람 후에는 ‘진심우체국’, ‘통계로 보는 진심’, ‘북 카페’ 등이 마련된 부대 행사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행사장에 비치된 편지지나 엽서에다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글로 정성껏 써서 ‘진심우체국’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주최 측에서 무료로 편지를 전달해준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지친 일상에 여유를 갖고 가족 또는 지인 간 소원했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북 카페’에서는 멜기세덱출판사가 펴낸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학 작품을 읽으며 감성을 충전할 수 있다. ‘통계로 보는 진심’에서는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소통’에 관한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이 행사는 아버지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한뼘더’ 캠페인의 일환이다. 아버지와 자녀 간 관계를 돌아보고 서로에게 한 뼘 더 다가가자는 취지로 기획한 이 캠페인에 참여하면 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영상과 웹툰, 아버지와의 심리적 거리를 재볼 수 있는 ‘거리 측정하기’ 테스트를 제공한다. 북 카페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전시가 중단된 기간에는 유튜브 채널 ‘전시회 ON’을 개설하고 전시 소개와 관람 후기, 작품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했으며,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감동과 힐링,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 작품 앞에서 오래도록 머문다.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작품 하나하나가 주는 여운이 크다는 의미일 터.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2019년 전시회를 관람한 뒤 “아버지에 대해서 이렇게 전문적으로 준비한 전시회는 국내에 없을 것 같다”며 “온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고 호평했다. 이후 권 교수는 파독 광부 시절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개인 소장품을 주최 측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아버지전이 ‘감동과 위로를 주는 전시’라는 소문이 두루 퍼지면서 정계, 법조계, 학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전시회를 찾았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진행 중인 아버지전은 2019년 2월 개관 후 전시 기간 연장 요청이 쇄도해 네 번이나 기간을 연장했다.
전시 지역은 추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별 관람 일정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입장료는 무료. 토요일 휴관.
80만 가슴 적신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 창원서 재개관
27일 의정부에서도 개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 그려
2013년 6월 서울강남 하나님의 교회에서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8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전국에 ‘어머니 신드롬’을 일으킨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이하 어머니전)도 9월 창원의창 하나님의 교회에서 재개관했다.
창원의창 하나님의 교회는 특설 전시장을 159점의 글과 사진, 소품들로 가득 채웠다. 전시관에서는 시인 문병란·김초혜·허형만·박효석 등 기성 문인의 글과 일반 문학 동호인들의 문학 작품,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한 독자들의 글과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어머니의 손때 묻은 추억의 소장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은 ‘희생·사랑·연민·회한… 아, 어머니!’라는 부제 아래 ▶A존 ‘엄마’ ▶B존 ‘그녀’ ▶C존 ‘다시, 엄마’ ▶D존 ‘그래도 괜찮다’ ▶E존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라는 소주제의 총 5개 테마관으로 구성된다. 각 테마관에는 시·수필·칼럼 등의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 등 다양한 작품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관람객들은 옛 추억을 반추하며 어머니의 끝없는 내리사랑을 가슴 가득 느끼게 된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페루 특별展도 마련
전시관 외에도 영상 문학관, 포토존 등 부대행사장도 마련해 관람객들이 어머니를 떠올리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 전시와는 별도로 마련된 부대전시, ‘페루 특별展’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페루에서 전시 중인 어머니전의 작품 일부를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페루의 전통방식으로 화덕에서 빵을 굽는 어머니, ‘이크야’라는 페루 직물로 아이를 업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등 페루의 이색적인 문화가 담긴 작품들을 통해 지구 반대편 어머니들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미국, 칠레, 페루 등 해외에서도 11회에 걸쳐 어머니전이 개최되었으며 현지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왔다. 미국 뉴욕에서 어머니전이 열렸을 때에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공로로 브루클린 자치구청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상했고, 칠레 산티아고시 라시스테르나 구청 별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칠레 정부 종무국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호평한 바 있다.
가족 간 소통과 화해의 장
“막내딸이랑 손자와 함께 왔다가 감명 깊게 잘 보고 갑니다. 꼼꼼히 잘 전시된 것을 보니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허윤나(69) 씨는 관람 후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류희현(31) 씨는 직장을 핑계로 어머니를 서운하게 했던 일이 떠올라 죄송한 마음에 반성했다고 한다. 류 씨는 “연락을 자주 못드리는 게 죄송해서 보는 내내 뭉클 했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전은 각계각층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왔지만 특히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가족 간 소통을 이룰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관람객들이 전시관 문을 나선 이후에도 ‘어머니전 효과’는 크다. 단순한 소통 공간을 넘어 가족 간 화해와 치유의 장이 되고 있는 것. 전시를 관람한 이후, 오랫동안 등지고 살았던 가족과의 연락을 재개하거나 그간 쌓였던 오해를 풀고 다시금 가족애를 회복한 사연 등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최 측으로 답지되고 있다.
의정부 낙양동 등에서 릴레이 개관 예정
어머니전은 추후 전국으로 확대 개관할 예정이다. 10월 27일에는 의정부낙양 하나님의 교회 특설 전시장에서 개관한다. 전시회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관람 일정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토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