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된 버스를 패랭이꽃그림책버스라는 꼬마도서관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차장은 그림책작가며 시인인 이상희씨입니다. 그녀는 20년전 까탈스럽고 눈 높은, 잘 나가는 출판사의 편집자였습니다.
그녀는 늘 퇴근할 때면 너무 머리가 아파 머리통을 떼어 옆구리에 끼고 퇴근하고 싶다했습니다. 그러더니 몇 년전 아무 연고도 없는 원주에 떡하니 와서는 그 승질(성질가지고는 느낌이 안 살거든요)에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버스 한 대를 구해와 공원 옆구리에 앉히고 그림책을 채우다니... 그녀는 변했습니다. 그녀는 아무하고나 말 안 섞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책하고 말을 섞더니 이제는 세상 누구와도 웃으며 얘기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기적도 가끔 있습니다. 그녀가 버스 안에서 행복해보여서 나는 참 좋았습니다. 그녀가 자기 자리를 찾은 것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토지문학공원 한 귀퉁이에 폐차된 버스를 끌어다 놓고 허기를 받아내고 거기에 그림책을 채우고 운영하는 그 돈 안되고 힘드는 일을 그림책 작가이자 시인인 이상희 씨가 저질러서 또 많은 봉사자들을 고생시키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일은 꼭 돈없고 빽없는 이들이 하는가 모르겠습니다. 재벌가 며느리 딸들은 절대 안 하는 이런 일을 말입니다. 참, 세상은 이래서 또 경이롭습니다. 이 어려운 일을 힘없고 돈없는 이들이 해나간다는 거. 이게 또 기적이지요.
패랭이꽃 그림책버스는 지금 원주 단구동 토지문학공원 한 귀퉁이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립니다.
30 년 후, 40년 후. 50년후, 60년후 이 그림책 버스에서 뒹굴며 자란 아이들이 시청 공무원이 되고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수퍼마켓 주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고 책방 주인이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작가가 되고 축구선수가 되어서 말할 겁니다.
나의 어린시절은 그림책 버스가 있어서 행복했노라고. 나의 영혼을 이런 모습으로 만든 건 8할이 그림책 버스였다고. 그림책에서 배운 여러 진실들이 나를 늘 이끌어주었다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조용한 혁명은 이 그림책버스에서 시작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은 절대 전쟁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림책버스에서 봉사하시는 분들 그림책버스를 위해 여러가지 도와주시는 분들 그림책 버스에 와서 책을 읽는 어린이들
첫댓글 임정진 작가가 쓴 글입니다. 원주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저도 꼭 한 번 시간 내서 가보렵니다...
전 또... 그 바쁜 중에 소리 소문 없이 언제 원주에 다녀오셨나 했어요. ㅎ 그림책 버스라... 동화 한 편 나오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