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결혼 70주년 맞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 [중앙일보]
“가족끼리도 서로 예의 지키고 존경하세요”
증손까지 50명 대가족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30일 서울 한남동 구태회(86·사진·左) LS그룹 명예회장의 자택에 구 명예회장의 자녀(4남2녀)와 손자가 모여 조촐한 식사를 할 예정이다. 이날은 구 명예회장과 부인 최무(87) 여사의 결혼 70주년 되는 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자녀가 모여 가족모임을 하는 것이다.
구 명예회장 부부는 신랑·신부 모두 10대였던 1939년 중매 결혼했다. 서양에서는 결혼 몇 주년이냐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1주년은 지혼(紙婚), 50주년은 금혼(金婚)이라고 한다. 신혼 초엔 결혼이 종이처럼 찢어지기 쉽지만 50년이 지나면 금처럼 강하고 빛난다는 뜻이다. 동양에는 결혼 60주년을 회혼(回婚)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결혼 70주년은 사례가 드물어 용어조차 없을 정도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구 명예회장은 요즘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 들러 업무를 볼 정도로 건강하다.
구 명예회장 부부가 건강하고 금실좋게 살고 있는 이유로 ‘가족 화목’이 꼽힌다. 구 명예회장은 평소에 "가족 간이라도 예우를 갖추고 존경하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명 LS-니꼬 동제련 부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 4남 2녀를 뒀다. 손자와 증손자 등까지 셈하면 부부의 직계 가족만 50여 명에 이른다.
구 명예회장 자녀에게는 ‘삼만냥’이라는 독특한 모임이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구 명예회장의 6남매 부부가 모여 식사를 한다. 바쁜 사회활동 속에서도 가족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다. 대기업 가족이지만 1인당 식사비가 3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임 이름도 ‘삼만냥’이다.
장남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두 분의 70년 결혼생활을 지탱한 가장 큰 힘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라며 “지금도 가족에게 두 분의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이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구태회)·넷째(구평회)·다섯째(구두회) 동생의 자녀가 LG에서 분가해 만든 그룹이다.
구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하숙집에서 화장품 연구에 몰입해 투명 크림을 만들기도 했다. 1958년 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6선 의원을 지내며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금성사 부사장, 럭키금성그룹 고문, LG그룹 창업고문 등으로 활동하다 2002년부터 LS전선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LS그룹이 LG로부터 계열 분리하고 나서 4촌형제 간 공동 경영이 정착되기까지는 인품을 갖춘 구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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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1일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
구씨 (구혜정 18회 동문댁) 집안 제사음식
나는 오른손에는 '명문가', 왼손에는 '방외지사(方外之士)'를 잡고 있다. 지리산 토굴에서 칡을 캐며 사는 방외지사도 만나지만, 돈 많은 재벌가도 만난다. 한국의 재벌가 가운데 '유교적 가풍'이 남아 있는 집안은 범(汎)LG가(家)의 구씨 집안이다. 어떤 것이 유교적 가풍인가. 집안 어른의 권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다. 어른이 있으니까 집안에 위계질서가 있다. 위계질서가 있으니까 집안 내에 싸움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구씨들은 형제간에 재산문제 가지고 법정소송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재벌가에서 돈 문제로 법정 소송하지 않으면 '양반집안'이라고 분류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LS전선 구태회(86) 명예회장과 부인 최무(87) 여사의 결혼 70주년을 맞았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부부가 70년을 해로하며 같이 살았다는 것은 머리 깎고 산에 가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도 닦은 삶'이라고 본다. 이 집안이 유교적 가풍을 유지하고 있는 징표 가운데 하나는 집안 제사이다. 이때 대가족이 다 모인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형님이 LG그룹 고 구인회 창업자이다. 회(會) 자 항렬이다. 그 다음이 자(滋), 본(本) 자 항렬로 나간다.
구씨 자손들의 화목을 다지게 해주는 제사음식은 무엇인가? 1.유갑 2.대구알젓 3.전복회무침이다. 구씨의 고향인 진주는 삼국시대 이래로 경상도에서 가장 물산이 풍부한 곳이고, 역대로 부자가 많았던 지역이라서 고급음식이 남아 있다. 3가지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음식이 유갑이라는 음식이었다. 제사 지낼 때 어른들이 앉는 헤드테이블에만 내놓은 음식이 유갑이라고 한다.
3월이 제철인 조개 백합을 칼로 아주 잘게 다진 다음에 방아 잎을 썰어서 버무린다. 방아는 3~4월에 나는 향신료이다. 경상도에서 보신탕에다가 주로 넣는 향신료이다. 여기에다 몇 가지 양념을 추가한 다음에 이를 다시 백합 껍질에 넣고 찐다. 백합과 방아 잎의 향내가 어우러지면 독특한 맛이 난다.
치아가 약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에겐 최고의 음식이자 구씨 집안의 별식이다. 구태회 장남인 LS전선 구자홍(63) 회장 집에서 이 유갑을 맛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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