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60층에서 에릭 요한슨을 만나다.
메카트로닉스 공학부
2018140126 주혜원
63빌딩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어릴 적 63빌딩의 아쿠아리움에 부모님 손을 잡고 갔던 기억이 난다. 조금 자라고 나서부터 63빌딩은 한강을 지나가면서 보이는 금색 건물로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얼마 전, 필자는 좋은 기회로 63빌딩의 63 아트홀에서 열리는 ‘에릭 요한슨’ 전시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63빌딩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라 그런지 63빌딩은 가족과 연인들로 굉장히 붐볐다. 사전에 예약해둔 에릭 요한슨 전시회 표를 보여주고는 60층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에릭 요한슨을 만나러 갔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뷰 역시 예술작품 같았다. 점점 멀어지는 한강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의 전망이 에릭 요한슨 전시를 더 기대하게 했다. 아 참고로, 63빌딩 63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에릭 요한슨 전시회는 2021년 9월 16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언제든지 방문하여 관람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아 사람이 너무 많고 피곤하다.’ 였다. 나는 금방 이 전시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일단 형식적인 절차로 전시회 입장 전 인증샷을 남기고 입장하게 되었다. 감히 미리 말하지만, 전시 관람 후 든 생각은 ‘오길 잘했다. 오랜만에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였다.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며 리터칭 전문가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여타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사진 속에 가능한 세계로 담아낸다. 그의 상상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심함과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에릭 요한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고 첫 번째 전시장인 Section 1. 혼자만의 여행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필자는 들어오자마자 보았던 에릭 요한슨에 대한 소개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영상을 함께 보여준다. 이는 이 전시의 가장 큰 핵심 요소이며 내가 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큰 매개체였다. 이 전시회의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대표 작품으로써, ‘Impact’ 라는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의 비하인드 영상은 Section 2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비하인드 영상과 작품을 함께 감상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비하인드 영상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에릭 요한슨의 아이디어는 항상 스케치를 통해 시작된다고 한다. 제일 먼저 노트에 간단한 스케치로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한 뒤, 다른 종이에 노트의 스케치를 정리한다. 때로는 그 스케치에 색을 칠하기도 한다. 이 스케치들이 작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다양한 소품들은 모두 작가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소품이거나 지인들의 물건 혹은 작품을 위해 직접 제작한 것들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서 이 소품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찾아보는 것 또한 전시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였다.
나는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을 먼저 감상 후 제목을 보는 순서로 감상하였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의 제목 역시도 너무나도 센스있고 재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먼저 감상하면서 이 작품의 제목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제목을 확인하는 순간 필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힌 제목을 지었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쇼핑백과 함께 에스컬레이터 위로 올라왔는데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All Above’이다. 말 그대로 모두 지면 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차원적인 작품 해석도 가능하며 다른 시각으로도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의미를 두는 재미있는 작품 제목이다.
두 번째 전시관은 Section 2. 내가 보는 세상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은 자신이 자라온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개인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은 수백만 개의 다양한 시선들로 존재한다..
앞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인 ‘Impact’와 이 작품의 비하인드 영상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있었던 전시관이 바로 두 번째 전시관이었다.
위의 사진이 순서대로 이 전시의 메인 작품인 ‘Impact’, 작품의 비하인드 영상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것이다. 이 작품은 강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고 한 남자가 나룻배에 한 발을 걸치고 서 있는 작품이다. 위에 글에 언급되어 있듯이,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모든 것이 그의 상상에서 비롯된다. 그는 그의 상상을 스케치하고선 필요한 재료들을 만든 후 촬영을 하여 포토샵을 통해 작업한다. 그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가장 먼저 놀란 점은 수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포토샵의 레이어 창이었다. 필자 역시도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데, 이렇게 많은 레이어 창들과 함께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처음 들어오자마자 보였던 에릭 요한슨의 소개 중에 ‘에릭 요한슨은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는 말을 한 번에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역시 훌륭하게 느껴졌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세계를 사진 속에 가능하도록 담는 그의 아이디어는 그가 천재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 작품 역시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그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감상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낮과 밤을 바꾸는 물건의 손잡이를 잡고 있고 그 남자의 뒤에는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앞에는 환한 낮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Day Breaker’이다. 이 작품 역시 제목에서 에릭 요한슨의 재치에 감탄하며 감상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아직 풀이 자라있는 땅을 흰색 천으로 꿰매고 있는 작품이다. 그녀가 흰색으로 꿰맨 땅에는 앙상한 가지를 한 겨울나무들이, 그녀가 아직 꿰매지 않은 땅에는 아직 잎사귀가 달린 나무들이 보인다. 이 작품의 제목은 ‘Expecting Winter’이다. 작품의 제목을 통해 그녀가 겨울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땅을 흰색으로 꿰매는 중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차로 가운에 흰색 점선이 무언가에 의해 잘려있으며 끝에 가 말려서 접히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며 필자 역시 어릴 적 점선의 차선을 보며 가위로 잘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 이 작품의 제목은 ‘Cut & Fold’이다.
2 전시관인 Section 2. 내가 보는 세상에서는 보이는 그대로의 장면만을 바라보는 것보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으로 들어가 본 것만 같은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했다. 이를 통해 모두가 표면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세상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의미와 나만의 해석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다.
3 전시관인 Section 3. 추억을 꺼내 본다. 에서는 가족 또는 반려동물 혹은 자신만의 추억을 꺼내 보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어렴풋이 떠올려 보면 꿈같은 세상이었던 것만 같고, 때로는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은 슬픈 감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추억 속의 상황과 현재 상황이 똑같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Ideas Comes at Night’이라는 위의 작품을 보고 필자는 어릴 적 본인의 모습과 현재 본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일찍 들어가서 자라고 말씀만 하시면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번뜩였던 경험이 있다. 현재 성인이 된 나도, 가끔 주어지는 창작 과제나 필자 본인만의 창작 활동을 할 때는 아직도 낮보다 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필자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며 추억할 수 있었다.
에릭 요한슨의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포토존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배경으로 마치 내가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다음 전시관은 Section 4. 이다. 나날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멈춰 힘을 빼고 쉬어가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나만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이 잠옷을 입고 이불을 감싼 채 눈을 감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다. 커튼과 화분, 조명 등은 이리저리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Falling Asleep’이다.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나니 ‘아, 내가 잠을 잘 때 저런 기분이지….’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잠을 잘 때 무언가 공중에 떠 있고 꿈을 꾸듯이 사물이 아무렇게나 정렬된 무질서하면서도 나른하고 몽롱한 상태를 잘 나타낸 작품이다.
다음 전시관인 5 전시관 Section 5. 미래의 일상에서는 에릭 요한슨의 상상이 넘쳐나는 작품들을 통해 미래의 우리의 일상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If lost, Please call’이라는 작품이었다. 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견주입장에서 혹시라도 우리 강아지가 산책하다가 놓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럴 때 강아지가 이 작품에 나온 것처럼 전화부스를 보고 전화라도 해서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유기견들도 생각이 났는데, 버림받은 유기견이나 길을 잃어서 유기견이 된 아이들이 이렇게라도 전화를 해서 주인을 다시 만나거나 새 주인 품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Cumulous&Thunder’라는 작품인데, 누구나 한 번쯤은 양털이 구름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양털을 깎아 구름을 만들곤 한다. 먼 미래에 기후변화가 찾아와 지금과 다른 하늘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양털을 깎아 구름을 대신할 수 있을까? 라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작품인 것 같다.
이렇게 에릭 요한슨의 전시를 1 전시관부터 5 전시관까지 돌아보았다. 에릭 요한슨 전시를 관람하는 필자만의 관람 포인트가 있었다. 먼저 센스있는 제목이다. 작품을 유심히 감상한 후 제목을 보는 것이다. 제목을 보기 전 작품을 보며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일까 유추하다가 제목을 보는 순간 또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작가의 비하인드 영상이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스케치부터 소품 제작과 촬영, 포토샵 과정까지 지켜본 후 다시 작품을 감상한다면 누구나 경이롭게 느낄 것이다. 그만큼 그의 풍부한 아이디어와 작품 탄생과정이 즐거웠다.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사진 부스 즐기기이다. 이 전시회에는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포토존들이 존재한다. 이 포토존을 잘 활용한다면 그의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전시를 통해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던 일상이 에릭 요한슨의 상상의 세상을 통해 잠시나마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껴보았다. 오랜만에 의미 있는 전시회를 다녀오면 늘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을 항상 느끼는 것 같다.
당신의 상상력만이 당신을 한계 짓는다. - 에릭 요한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