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위대한 종교 대서사시
《Via Crucis》 한국 초연
9월 1일 영산아트홀…
헝가리와 한국의 노래로 이어지는 특별한 음악여정
전문예술단체 서울코다이싱어즈(음악감독 조홍기)가 오는 9월 1일 영산아트홀에서 2026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의 중심은 프란츠 리스트의 후기 걸작 **《Via Crucis–십자가의 길》**의 공식 한국 초연이다.
출판이 거절된 리스트의 후기 작품
《Via Crucis》는 화려한 피아노 작품으로 잘 알려진 리스트가 생애 후반에 완성한 가장 깊은 종교음악 가운데 하나다.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지는 순간부터 무덤에 안치되기까지의 여정을 서주와 십자가의 14처, 총 15개의 짧은 악장으로 그려낸다.
1866년 첫 구상을 시작해 1879년 최종 완성된 이 작품은 일반적인 오라토리오처럼 웅장한 음향이나 극적인 효과를 앞세우지 않는다. 단순한 선율과 절제된 화성, 불협화음과 긴 침묵을 통해 고통과 연민, 죽음과 구원의 의미를 드러낸다. 중세 라틴 찬가와 성서의 수난 구절, 독일 루터교 코랄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당시의 전통을 뛰어넘는 대담한 음악어법을 보여준다.생전 출판이 거절될 만큼 시대를 앞섰던 이 작품은 오늘날 리스트 후기 음악세계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낭독과 독무, 조명이 이끄는 십자가의 길
-낭독과 독무가 이끄는 14처의 순례
이번 공연은 합창과 오르간, 피아노 연주에 엄숙한 낭독과 전문 무용가의 독무, 절제된 영상과 조명을 결합한다.
사형선고, 십자가를 짊어짐, 세 차례의 넘어짐, 성모와의 만남, 시몬의 도움, 못 박힘과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 음악과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독무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무너짐과 일어섬, 고통과 순종, 인간의 연약함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청중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예수의 마지막 길을 함께 걷는 존재로 초대된다. 작품은 부활을 직접 노래하지 않지만, 마지막 침묵 속에 기다림과 신앙의 여백을 남긴다.
조홍기 음악감독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2006년 성금요일, 왕십리중앙교회와 상동교회에서 직접 번역한 《Via Crucis》를 연주한 바 있다. 이번 무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새롭게 정리해 전문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공식 한국 초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코다이의 합창에서 한국의 민족가곡으로
2부는 헝가리와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음악으로 이어진다.
헝가리 음악으로는 졸탄 코다이의 **《Pange Lingua》와 《Ave Maria》**가 연주된다.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대위적 합창기법과 절제된 화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인간의 목소리가 지닌 순수함과 깊은 종교적 울림을 전한다.
이어지는 한국 민족가곡 무대에서는 《선구자》, 《청산에 살리라》,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 《님이 오시는지》, 《희망의 나라로》가 연주된다.
이 노래들은 한국인의 역사와 자연, 고향과 그리움, 시련과 희망을 담아온 우리 시대의 음악적 기록이다. 《선구자》의 기상, 《청산에 살리라》의 자연에 대한 동경, 《보리밭》의 따뜻한 고향 정취, 《그리운 금강산》의 분단과 그리움, 《님이 오시는지》의 기다림, 《희망의 나라로》의 힘찬 미래가 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누군가의 선동으로 교과서에 사라져 점점 잊혀져 곡들로 독창과 합창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마지막 절에는 관객도 함께 노래하도록 해,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합창공동체가 되는 무대를 만든다.
남산·여의도·청계천에서 먼저 만나는 무료 공연
공연에 앞서 서울시 시민협력사업의 일환으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남산공원 팔각광장,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청계천광장에서 무료 오픈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서울, 세계와 함께 노래하다’ 프로젝트로 마련되는 이번 거리공연은 서울의 대표 명소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함께 노래하고 음악을 나누는 사전 축제의 장이다.
단순한 사전 홍보공연이 아니라 전문 공연장의 합창음악을 시민의 일상으로 가져오는 본 공연의 에비 무대다.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일부 곡에서는 현장 관객도 노래와 리듬에 직접 참여한다.
리스트의 깊은 침묵에서 출발해 코다이의 공동체 정신을 지나 한국의 민족가곡으로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음악은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서울코다이싱어즈의 철학을 무대와 서울의 거리에서 함께 펼쳐 보이는 특별한 음악 여정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