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장롱 속 아껴둔 ‘옥양목’ 같은 작품
― 경찰문인회 ‘작품 모집 안내문’을 읽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한국경찰문학회’ 단체 대화방에서 ‘공지사항’을 읽었다. 연간지(年刊誌)로 발행하는 《한국경찰문학》지 ‘원고모집 안내’ 공고문이었다.
사무국장이 현직 경찰관으로서 직무에 바빠 전직 경찰인 부회장이 대신 안내문을 올린다고 했다.
▲ 지난해 펴낸 『한국경찰문학』제22호 표지(2022)
왕성한 문단 활동으로 명성이 높은 향명 김상경 부회장(시인)의 공지 문구 한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고 마감일이 8월 31일입니다. 올해엔 장롱에 감추어 놓은 귀한 옥양목 같은 작품을 기다립니다.”
국내 그 어떤 문예지나 유력 언론사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원고모집 안내문장이었다. ‘장롱에 감추어 놓은 귀한 옥양목 같은 작품’이라는 표현이 어디 예사 문장인가.
‘옥양목(玉洋木)’이란 ‘생목(生木)보다 발이 고운 무명’을 말한다. 빛이 희고 얇다.
자식 혼삿날 옥양목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으시고 사뿐 걸음으로 나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옥양목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으시고 친정 나들이하시던 옛 누님 모습도 떠오른다.
평상시 함부로 꺼내 입는 옷이 아니다. 장롱 깊숙이 감추어 둔 아끼던 옷이다.
작품을 제출하려고 마음먹었던 회원들은 자신의 글을 다시 다듬게 한다. 뉘와 쭉정이를 고르고 알곡만 선별하는 정성이 들어간다. 신통치 않은 문장은 아예 버린다. ‘장롱 속 옥양목’이라는 문구 하나에 이렇게 공을 들이게 하는 주문과 신비한 마력이 담겼다.
지난봄 존경하는 원로 작가가 내게 전화했다. 극작가이자 문화평론가로 명성이 높은 김용복 원로 문인이다.
“윤 선생, 글 한 편 써 놓으신 것 있으면 보내주시오. 지방 일간지에 실릴 글입니다.”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당황하여 “글쎄요, 마땅한 글이 없는데, 원고 저장 파일을 뒤져봐야겠네요.”라고 하자, 원로 작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평소 써 놓으신 글이 최소 몇 편 정도는 늘 가지고 계시기 마련이지요. 장롱 속 아껴 둔 옥고 한 편 얼른 보내주시오.”
이런 정중한 원고청탁에 꼼짝하지 못했다. 제백사(除百事)하고 원고를 서둘러 보내드렸다. 뜻하지 않은 과분한 답장이 이어졌다.
“글이 참 좋습니다. 새해에 좋은 기고를 받게 되어 감사합니다. ○○일보 ○자에 나갑니다. 편집국장으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한국경찰문학》지 편집주간인 김상경 시인의 원고모집 안내문을 읽으면서 존경하는 원로 문인의 따뜻한 정이 담긴 원고청탁을 떠올린 것은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장롱 속 아껴 둔 글’.
그렇다. 공을 들인 정성스러운 작품을 말한다. 금방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도 실은 필자의 남모르는 고민이 담긴 글이다. 잘된 글은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세상엔 전통과 권위를 지켜오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문학잡지가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경찰문학지’는 어떤가. 회원 각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전통을 지키고 고유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
요즘 화제가 되는 인공지능(AI)에게 호기심이 발동하여 재미 삼아 물어보았다. 인공지능은 학습된 자료를 바탕으로 답을 주기 때문에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 내용이 간결하고 핵심을 잘 짚어줘야 한다.
▣ 질문(필자) :
『‘한국경찰문학회’에서는 문단에 등단한 전 현직 경찰과 그 가족 중심으로 매년 《한국경찰문학》 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찰문학’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인문학적 정서와 문학의 본령인 재미도 작품 속에 용해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국민 친화적인 문학작품집을 내놓기 위해 편집진에서는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일선 경찰과 가족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전직 경찰인들의 풍부한 인생 경험도 녹아든 작품집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또한, 시중에 많고 많은 문학지와의 차별성을 추구하면서도, 더욱 흥미롭고 유익한 수준 높은 문학지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 할지 고견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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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AI) :
『‘경찰문학’은 경찰과 관련된 사건, 인물, 사회적 이슈 등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찰문학 작품은 일선 경찰과 가족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전직 경찰인들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어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경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편집하여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발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작가들은 경찰과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깊이 있는 분석과 표현을 통해 작품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경찰문학’이 다른 문학지와 차별화되는 점은 경찰과 관련된 사건, 인물, 사회적 이슈 등을 다루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경찰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며, 독자들의 이해도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문학 작가들은 경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이를 보다 흥미롭고 유익한 형태로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작가들은 다양한 문학 기법을 활용하고, 독자들의 흥미로운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경찰문학 작가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찰 관련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작가들과의 활발한 작품 교류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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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문학회에 참가하는 문인들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전 현직 경찰관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일반 문인들도 작품으로 참여한다.
바라건대, 현직 경찰관들이 직무 활동 중에 얻어진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장롱 속 옥양목’ 같은 작품을 기대한다. 전직 경찰관의 잊을 수 없는 체험담과 삶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귀한 작품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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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롱에 감추어 놓은 귀한 옥양목 같은 작품".
작가의 작품에 대한 존중의 뜻이 가득 담긴 원고모집 안내문입니다.
멋진 표현입니다.
기대하는 만큼 훌륭한 작품집이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어느 문학지든 편집진의 고민이 많이 들어간 책이 독자의 사랑을 받습니다. 경찰문학지 출판은 바쁜 현직 경찰관들의 참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일선 경찰의 작품이 소중하지요. 이번 호에는 현직 경찰의 참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