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정무실장(1급)에 김유환(52) 전 국가정보원 경기지부장이 22일 임명됐다. 새 총리가 취임하면 보통 한두 달 안에 총리 보좌진 인사(人事)를 마치던 것과 달리 이번 총리 정무실장 임명에는 무려 넉 달 반이 걸렸다. 여권 주류 중 소장파들이 김유환 실장을 강하게 밀자, 경쟁 관계의 다른 청와대 인맥이 제동을 걸면서 인사가 늦어졌다는 후문(後聞)이다.
정부의 중요 인사가 영문도 없이 질질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청와대 인사기획관 자리다. 벌써 5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31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중도 사퇴하자,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인사비서관 위에 차관급인 인사기획관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청와대는 인사기획관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후임도 한 달이면 찾아내는데 누가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인사기획관 후보가 거론될 때마다 여권 내부의 경쟁적인 세력들이 나서서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임명을 막곤 했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대통령과 같은 지연(地緣) 사람을 시킬 것이냐 아니냐가 대립의 기본 축(軸)이라는 것이다.
6·2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時限)이 3월 4일로 다가오면서 장관 중에서 출마자가 사퇴하면 이에 따른 소폭 개각과 함께 각 부처 차관급 인사도 실시된다고 한다. 인사기획관 자리를 만들어 놓고도 정권 내 이해관계와 갈등 때문에 그 의자를 비워놓은 채 다시 다른 정부 인사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 임기가 중반 고개를 넘으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공무원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솔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그 핵심이 지연·학연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인사다. 임기 중반까지는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들이 요직(要職)을 휩쓸고 있다는 말이 나돌아도 그저 뒷전에서 수군거리다 말지만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 인사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어서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일이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됐다. 아무리 암행감사반(暗行監査班)을 풀어도 떠난 공무원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는 불가능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엔 권력 누수(漏水)로까지 이어졌다. 취임 2주년을 맞는 지금이야말로 사적인 연(緣)을 내세운 인사 압력에 맞설 수 있는 중심이 서고 대가 센 사람을 인사기획관에 임명해, 그를 통해 중·하위직 인사 실태를 점검하고 공무원 조직이 흔들리지 않을 방도를 찾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