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2부) 부산지역의 실태와 문제점
① 무늬만 자전거 전용도로
② 편의 시설 부족
③ 안전사고 대책이 없다
④ 숨막히는 도시 대기환경
⑤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주부 강승민(44·부산 동래구 사직동)씨는 자전거 이용을 생활화하고 있지만 집 밖을 나서면 만나게 되는 열악한 자전거도로 여건을 생각하면 자전거 타기가 유쾌하지만은 않다.강씨가 자주 다니는 동래구 사직동과 연제구 거제동으로 이어지는 아시아드로와 거제로 등에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도로폭이 좁아 보행자와 교행에 위험이 따르고 도로 위에 가로수와 벤치 등 시설물이 설치돼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불법주차 차량과 각종 적치물로 사실상 자전거가 다니기에 불가능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음 놓고 달릴 수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 사실상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등 부산지역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로가 아니라, 수치상의 길이로만 존재하는 무늬만 자전거도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전거 도로 현황=2007년 말 현재 부산지역의 자전거도로는 모두 317.86㎞. 이들 도로의 대부분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모두 297.89㎞이며 전체 자전거도로의 93.7%를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19.97㎞에 불과하고 자전거·자동차 겸용도로는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온천천 둔치 동래구 구간 5.6㎞, 연제구 구간 3.7㎞, 해운대구의 수영강 둔치 5.8㎞, 강서구 배영초등학교 일원 4.87㎞ 등이다. 지역별로는 강서지역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포함해 자전거도로가 모두 109.52㎞로 가장 많고 중·서·동·영도구 지역에는 자전거도로가 아예 없다.
전국적으로 자전거도로는 5천800㎞에 이르는데 대도시 중에는 서울이 600㎞, 대전과 대구가 각각 500㎞에 이른다. 특히 부산의 자전거도로 폭은 1∼1.5m로 다른 도시의 1∼6.4m에 비해 좁다. 일반도로 대비 자전거도로 비율은 10% 안팎에 이른다. 부산은 자전거도로에 관한한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울산 다음으로 열악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전거 가로막는 자전거 겸용도로=부산지역 자전거 겸용도로는 모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115개 노선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자전거가 다니기 힘든 도로다. 이들 겸용도로는 기존 보도의 가운데나 한쪽으로 보도블록 색깔만 달리해 폭 1∼1.5m 규모로 설치돼 있는데 불법 주정차와 적치물 등에 가로막혀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다.
여기에 버스베이 공사 등으로 아예 중간에 자전거도로와 보도의 구분이 없어진 곳이 있는가 하면 가로수와 벤치, 지하철 환기구 등 시설물 설치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 남구 지하철 대연역에서 수영구 수영교에 이르는 수영로의 12.7㎞ 구간에 걸쳐 폭 1∼1.1m로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 앞 센추리빌딩 앞엔 지하철 출입구로 인해 자전거도로가 사라지고 남천동 버스정류소 앞엔 10m가량 구간에 버스베이를 설치하면서 아예 자전거도로를 잠식해 버렸다.
사하구 강변대로에는 자전거도로를 가로수가 가로막고 있다. 부산진구 하얄리아부대 앞은 차도 확장공사를 하면서 자전거도로를 잠식해 버렸고 그나마 한쪽 방향으로 남은 자전거도로마저 불법 주차로 인해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남구 문현동 에서 동구 초량동 에 있는 사무실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사무처장은 "문현교차로등을 지날 때면 자전거 동선이 확보되지 않아 등에 식은 땀을 흘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그렇게 넓은 대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 하나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부산의 교통이 얼마나 차량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자전거가 달릴 수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온천천을 따라 온천교에서 거제동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도로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구분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바닥면에 군데군데 있는 자전거 마크 외에 별다른 표지판도 없어 자전거와 산책하는 보행자들이 뒤섞여 있다. 특히 부산지역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없다보니 하루평균 3만명가량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온천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보행자와 자전거의 잦은 접촉사고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야간에는 아예 자전거 통행을 금지해 자전거 전용도로의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김갑주(35·부산 금정구 구서동)씨는 "온천천 자전거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보행자들에 가로막혀 멈춰야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해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도로의 확실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은 수영강 자전거 전용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서구 대저동 맥도마을에서 송백마을로 이어지는 배영초등학교 일원 자전거 전용도로는 보행자들이 많지않아 자전거를 타기에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만, 도심에 떨어진 외곽이어서 자전거 이용인구 또한 적어 자전거 도로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은진 박사는 "부산지역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기존 보도를 활용해 선을 그어놓은 형태로 자전거도로로선 한계를 안고 있다"며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선 차량 위주의 교통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ilbo.com
본보·부산시·부산은행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