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2009년 월전 장우성(1912-2005) 특별기획전 <월전, 달 아래 홀로 붓을 들다.>
전시기간 2009년 5월 1일-6월 30일
장소이천시립월전미술관 1,2F 전시실
예술은 손끝의 재주가 아닌 정신의 소산이어야 합니다.
학문과 교양을 통한 순화된 감성의 표현이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월전 장우성(1912-2005)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는 2009년도 월전 장우성(1912-2005) 특별기획전으로 5월 1일부터 6월 30일 까지 <월전, 달 아래 홀로 붓을 들다>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아산 현충사에 봉안된 이충무공영정의 초본(이천시립월전미술관 소장)이 최초 공개된다. 월전의 초기작인 1930년대 제작된 미공개 영정 작품 및, 재단소장품, 개인소장 작품 등이 선보인다.
■ 전시 소개
월전은 현실에 대한 관심을 동반하면서도 담박하고 단아한 정감을 간직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월전의 작품세계는 정갈한 필력과 채색으로 밝은 색 그대로의 맑음을 보여주는 매우 함축적인 미감의 세계이다. 이러한 회화세계에 도달하기까지 간결한 형식미에 대한 실험과 속기(俗氣)를 제거한 청정한 순수가 초기 작품부터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있음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 주요 전시작품
금번에 최초 공개되는 월전의 초기 인물화는 1933년에 그린 조부 <만락헌 장석인 >초상 및 1935년에 그린 부친<장수영>초상, 자친<영순 태성선>초상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학습기의 작품으로 믿어지기 힘들만큼 치밀한 묘사와 표현을 보여주는 초상인물들은 전통화법의 수행과 함께 표현적인 측면에서 원근에 의한 형태 및 명암 등이 인물초상에 반영되어 있다.
또한 아산 현충사 충무공영정의 초본이 공개되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으로 일반적인 영정초본이 유지에 그려진 것 과는 달리 갱지에 그려져 조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다. 인물의 얼굴표현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번 수정하여 붙인 것은 징비록懲毖錄에 표현되어 있는 대로 “과묵하여 수양근신하는 선비와 같고 그런 중에도 담기가 큰 사람”이라는 대목에 주목하면서 상당이 고심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위엄있는 얼굴과 깊이 있는 눈빛이 영정 초본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금번에 소개되는 개인 소장자의 작품은 월전의 다양한 작품경향과 깊이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일사 구자무가 소장한 <절록화선실수필>은 동기창 글 “달콤한 속세의 길을 단절해야만 선비의 기상이 된다. 그렇지 않고 방심을 해서 화사畵師의 마계魔界로 떨어지면 다시는 구제할 약이 없다”는 구절을 적고 있다. 월전은 궁극의 성취를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을 한층 높여야 함을 강조한 바 있고(화실수상), 최초의 붓이 최후의 필획이 되도록 부단히 탁마했음을 그의 작품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월전은 현실 그 자체를 직설과 풍자적 어법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현실의 다양한 사물과 동물, 식물 등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주관의 정을 톡특한 형식미로 표출한다. 절친한 친우인 일중에게 <수석> 그림을 건네며 작은 돌 하나가 광란을 막을 지주가 되기 어려우나 가슴속 위안을 삼으라며 건네준 것이나, 호암湖巖을 위해 그린 <선면>에서 비와 이슬, 서리와 눈도 모른 채 무한한 세월동안 숲과 동산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석선생(石先生)은 알고 있느냐고 묻는 형식을 통해 세월에 변함없는 절조를 노래하고 있다.
월전은 완벽한 구도를 위해 다양한 방법과 모사를 거듭한 작가이지만 때론 흥취에 겨워 일필한 멋과 낭만을 아는 작가이기도 하였다. <세한삼우>에서는 병신년(1956년) 봄 밤 대취하여 시암(배길기) 선생을 위해 수선과 매화 수석을 장권의 횡축으로 그렸는데 기역자로 꺽인 홍매의 가지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초기 월전 회화의 구성과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정도준 소장 <홍매>에서는 사선으로 그은 매화 가지가 직선의 선조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아래로 굽이진 가지가 반월형으로 굽은 형식을 통해 매화의 정조를 느끼게 한다. 대각선과 반월형을 적절히 구사한 형식적 실험이 50년대 중,후반 실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월전의 일반적 작품과는 달리 자유로운 파격의 일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재단소장품인 <춤>에서 월전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으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운율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한다고 함으로써 정신적인 경계와 속기의 제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말한다.
영정 초상 및 초본, 개인 소장품과 미공개 재단 소장품 등의 작품을 통해 월전은 예술의 형식미와 내용의 완비를 위해 다양한 기법과 형식을 고민하였고 참신하고 함축적인 화면을 얻기 위해 노력한 작가였음을 알 수 있다.
월전은 현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도 맑고 순수한 정감을 간직하기 위해 속기(俗氣)를 제거한 순수무구한 시정(詩情)을 작품 속에 펼치며 전통미감을 현대화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작가이다. 빈 산에도 꽃은 피듯이 달 아래 홀로 붓을 들었던 화가의 예술혼이 고고하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